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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4월
평점 :
말괄량이 길들이기
이 책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중 하나이다.
이 책의 내용은?
서막과 본극
이 작품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과는 다른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서극이 있다는 점이다.
서극은 본극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본극의 성격을 규정하는 내용으로 진행이 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서극의 의미를 잘 파악하고 읽어야 한다.
서극 : 땜장이 슬라이의 이야기
술집 앞에서 쫓겨난 슬라이가 술에 취해 잠이 든다. 이때 그 곁을 지나던 영주가 재미난 장난을 친다. 슬라이를 데려다가 새 옷을 입히고, 그를 대감이라 부르게 하고 하인들이 시중을 들게 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미심쩍어하는 그에게 우울증을 치료한다면서, 그 앞에서 연극을 상연하게 한다.
극단의 배우들이 나리께서 쾌차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유쾌한 희극을 한판 벌이러 왔습니다. (33쪽)
그러니 본극은 완전히 슬라이를 위한 극으로 내용이 남성을 위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요즘 말로 하면 반페미니즘적인 내용인 것이다.
본극의 줄거리는 이렇다.
이탈리아 파도바에 사는 밥티스타는 슬하에 큰딸 카타리나와 작은딸 비앙카를 두고 있다. 당시 관습으로는 언니가 시집을 가야 동생도 시집을 갈 수 있다. 그런데 언니와 결혼하려는 남자는 없다. 말괄량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동생 비앙카의 경우는 성격이 유순하고 예쁘니 결혼하겠다는 남자들이 줄을 선다. 사람들은 케이트에게 빨리 신랑감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동생 차례가 오기 때문이다.
두 딸을 위한 구혼자, 호텐쇼와 페트루키오가 마을로 들어와 한바탕 구혼작전이 시작되는데.......
카타리나, 그녀는 정말 말괄량이인가?
셰익스피어는 복선을 깔아놓는다. 이것을 제대로 파악해야,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1. 페트루치오의 행동을 어릿광대처럼 묘사.
2. 비앙카의 놀라운 변신에 주목해야
3. 서극에 깔린 복선을 놓치면 안 된다.
페트루치오의 행동
* 결혼식에서의 행동
* 결혼 후 카타리나를 길들이려는 행동들.
* 파도바로 돌아오는 길에서의 행동
- 늦게 나타나고, 복장 불량
- 밥도, 옷도, 잠도
- 해를 달이라, 달을 해라고 우기는 것들.
비앙카의 놀라운 변신
조신하게 보이던 비앙카가 실상은 오히려 더 말괄량이였으며 결혼 후 그 본색을 드러내어 말괄량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극>의 의미
본극은 외상값 때문에 술집 여주인에게 두들겨 맞는 가련한 남성 슬라이를 즐겁게 해주기 위한 일종의 환상.그가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여자에게 맞는 땜장이 슬라이로돌아간다. 그에게 현실은 <말괄량이 길들이기>와는 반대인 셈.
셰익스피어, 왜 오해받나?
대부분의 비평자들이 <서극>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본극에만 치중한다. 또한 셰익스피어를 대중에게 전파하는 역할하는 영화에서 대부분의 영화가 <서극>을 아예 빼버린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여성관이 오해를 받는다.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이 작품이 비난을 받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 정통했던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도 그리스 신화를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극의 품격을 높이고, 관객에게 친근하게 접근한다. 다음은 이 작품중 그리스 신화를 활용하는 부분이다.
들어보세요, 음악의 신 아폴론이 연주하는 곡입니다. (25쪽)
그림을 보시겠습니까?
흐르는 시냇가에 서 있는 미소년 아도니스와
풀숲에 숨어 그를 훔쳐보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곧바로 대령하겠습니다. (26쪽)
이오의 그림은 어떻습니까?
제우스 신이 시녀였던 이오를 속여
붙잡아가는 장면이
마치 실제처럼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26쪽)
아니면 다프네 그림도 있습니다.
아폴론 신을 피해 가시덤불 숲을 헤매던 다프네가
가시에 다리를 다쳐 피를 흘리자
애달프게 눈물 흘리는 장면을
아주 훌륭하게 표현했습니다. (27쪽)
절제를 강조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오비디우스가 읊었던 사랑시를 저버리시면 안된다고요, (38쪽)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가
동생 안나에게 고백했듯이
나도 네게 있는 그대로 고백할게 (47쪽)
아게노르 왕의 딸 에우로페처럼
아리따운 그녀의 얼굴을 봤다고.
제우스 신이 크레타 바닷가에서
무릎 꿇고 입 맞추었던
아리따운 아가씨 말이야. (49쪽)
물론 파리스 왕자는 승리를
독차지할 거란 희망을 품고 왔지만. (76쪽)
그럼요, 힘든 일은
헤라클레스에게 맡겨야지요.
그 일은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위업보다 더 큰 일이니. (76쪽)
수렵의 신 아르테미스가 숲속을 거닐 때도
이 방 안을 거니는 케이트처럼
당차 보이진 않았을 거요!
케이트, 당신이 아르테미스가 되고,
아르테미스더러 케이트가 되라고 합시다.
케이트는 정숙한 여인이 되고,
아르테미스는 방자한 탕녀가 되는 거요. (102쪽)
아이아키데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이아스가 맞습니다. (123쪽)
제가 가르치는 책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을 읽어드렸습니다. (169쪽)
정숙함을 따지자면 로마의 루크리스
못지 않습니다. (106쪽)
아포리즘, 빛나는 셰익스피어의 대사들
늦더라도 안 가는 것보다 낫고,
허물을 고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는 법이오. (230쪽)
어지럼증이 있는 사람은
세상이 뱅글뱅글 돈다고 생각하죠. (233쪽)
성난 여인은 흙탕물이 인 샘물처럼 혼탁해져
아름다움을 잃습니다. (246쪽)
다시, 이 책은? - 이 책의 특징
이 번역본은 다른 번역본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번역 문체가 일단 운문체이다.
그래서 일단 읽기가 쉽다.
이 번역본을 기초로 하여 연극을 공연한다면, 배우들이 대사를 외우는데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다.
운문과 산문의 경우를 비교해보자.
수렵의 신 아르테미스가 숲속을 거닐 때도
이 방 안을 거니는 케이트처럼
당차 보이진 않았을 거요!
케이트, 당신이 아르테미스가 되고,
아르테미스더러 케이트가 되라고 합시다.
케이트는 정숙한 여인이 되고,
아르테미스는 방자한 탕녀가 되는 거요. (102쪽)
아, 당신의 여왕과 같은 걸음걸이에 방안이 다 환해집니다. 달의 신 다이애나도 이렇게까지 숲을 빛나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오. 오, 당신이 다이애나가 되고 다이애나더러는 케이트가 되라고 하죠. 케이트는 순결한 여자가 되고 다이애나보고는 놀아나라고 하죠.
(박수남, 김재남, 546쪽)
또 다른 특징은 등장인물들을 본문 좌우로 배치하여 정렬하였다.

이는 대사 하는 역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읽는 독자들도 등장인물들이 확실하게 구분되니, 내용 파악에도 좋을 것이다.
새롭게 번역된 이 책,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수를 맛보기 쉽게 해주어, 셰익스피어를 새롭게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