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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마음이 단단한 사람 - 융처럼 살아보기 : 아홉 가지 인생 문제를 분석하다 ㅣ 매일 읽는 철학 4
류쑤핑 지음, 원녕경 옮김 / 오렌지연필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융 마음이 단단한 사람
이 책은?
이 책 『융, 마음이 단단한 사람』은 <융처럼 살아보기: 아홉 가지 인생 문제를 분석하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융의 사상을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류쑤핑 (劉素平),<중국 랴오닝대학 사학과를 졸업, 역사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다년간 문학, 역사, 관광 등의 분야에 종사했다. 현재는 랴오닝성 후루다오시 롄산구 정협문교체위(政協文敎體衛委) 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칼 구스타프 융.
그는 1875년 스위스의 종교인 집안에서 태어나 의사가 되고, 심리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인물이다. 프로이트와 쌍벽을 이루는,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이다.
그는 1961년 6월 5일 세상을 뜨기 전까지 심리학에서 많은 업적을 남겨 놓았다.
이 책은 칼 구스타프 융의 생애를 다음과 같이 9개의 파트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Chapter 1 삶의 숨결; 고양이와 강아지는 황새가 물어다 주는 걸까?
Chapter 2 마음의 성장; 문화의 마지막 성과는 인격이다
Chapter 3 꿈의 해석; 그 운명적인 일
Chapter 4 정신적 치유; 연상 테스트의 효험
Chapter 5 달아난 황태자; 엇갈린 운명
Chapter 6 환상의 세계; 남성이 여성의 정신적 지배자가 되다
Chapter 7 무의식; 내용 없는 형식
Chapter 8 인생의 여정; 그는 바삐 길을 재촉하는 사람인가?
Chapter 9 탑에서의 생활; 후세가 평가할 업적
칼 구스타프 융은 그가 직접 구술하여 편집한 형태로 자서전을 출간한 바가 있다.
『기억, 꿈, 사상』이 바로 그의 자서전이다.
내가 읽은 것은 조성기 번역으로 김영사에서 출간한 책이다.
그 책을 읽고난 후이기 때문에, 이 책은 그만큼 읽기 쉽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더해서, 이 책의 저자가 자서전에 나오는 사항에 대하여 친절한 해설도 덧붙이고, 또한 저자가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해설을 더하고 있기에, 융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바베트라는 환자의 이야기다.
융이 바베트라는 환자를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20년이나 입원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 바베트는 완전히 정신을 놓아 아무 의미없는 말들을 쏟아놓고 있었는데, 융은 그녀의 터무니없는 말 속에 숨겨진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나는 소크라테스의 대리인이다”라는 식으로 한탄한다면, 그것은 ‘나는 소크라테스처럼 부당하게 고발당하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음을 나는 발견했다.
(『기억, 꿈, 사상』, 카를 융, 김영사, 239쪽)
자서전에는 이 정도 기술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이 책에서 들을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그의 제자인 플라톤과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3대 철학자로 불리며 서양철학의 창시자로 여겨진다. 아테네의 시민이었던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신을 모욕하고 아테네 청년들의 사상을 타락시켰다는 죄로 아테네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소크라테스에게는 도망갈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독약을 마시고 죽는 쪽을 택했다. 자신이 도망을 간다면 아테네 법의 권위를 또 한 번 무너뜨리는 행동이 될 테고, 자신이 달아난 후 더 이상 아테네에 사람들을 가르칠 좋은 선생이 없음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부당한 비난과 심판을 받았음은 명백했다. 그러나 관건은 실성한 바베트가 어떻게 소크라테스를 이해하고 이처럼 철학적인 이야기를 했느냐는 사실이다. 바베트의 이 말을 융이 직접 듣지 못했다면 그는 이를 진짜라고 믿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184-185쪽)
루쉰의 저서 『광인일기』를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원래부터 그런 거면 무조건 옳은 건가?’ (202쪽)
저자가 중국인이어서 중국의 작품에서 적절한 사항을 인용하여 설명을 하는 것이다.
저자가 이 말을 인용한 것은 무엇때문인지?
당시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할 때 환자의 감정을 따라야 한다는 암묵적인 관례가 있었다. 문제가 된 환자는 귀부인으로 사람의 뺨을 때리는 습관이 있었다. 뺨을 때리는 대상에는 의사도 포함이 되고 있었다. 그녀를 진료한 첫 번째 의사는 뺨을 맞고 견디다 못해 다른 의사에게 보냈고, 그 의사 역시 뺨을 맞고 다른 의사에게, 그렇게 하다가 결국은 그 귀부인 환자 융에게 오게 되었다.
역시 이번에도 전에 하던 대로 그녀는 융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과연 융은 어떻게 그녀를 대했을까?
저자가 『광인일기』의 그 대목을 인용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원래부터 그런 거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융은 때리려는 그 환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부인이 먼저 때리시지요. 레이디퍼스트 아닙니까? 다만 .....”
“그 다음에는 제가 부인을 때리겠습니다.” (204쪽)
『광인일기』의 그 말이 융의 심정을 정확히 대변한 말이라 하겠다.
물론 이 책의 번역이 부족한 점도 있다.
194쪽에 등장하는, 유대인 은행가의 딸이 치료를 받으러 찾아온 이야기다.
그녀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이런 대화가 오고간다.
그녀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랍비, 즉 유대교의 율법교사로 유대교의 작은 교파 소속이라고 말했다.
“하시딤 (경건한 자라는 뜻) 파인가요?”
융이 묻자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에 융은 좀 더 심층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가 랍비라면 성도가 될 기회가 있었겠네요?”
“맞아요.”
여기서 ‘성도’라는 말이 부족하다.
‘성도’라고 하면 ‘어떤 종교의 신자’를 일컫는 말이다. 흔히 말하는 일반신도. 평신도다.
융의 자서전 (『기억, 꿈, 사상』 에서는 다음과 같이 나온다.
“그가 랍비라면 혹시 자디크(Zaddik : 하시딤파의 정신적 지도자)가 아닙니까?”
그녀가 대답했다.
“그래요. 사람들은 그분이 일종의 성자였으며 천리안도 지녔다고 하더군요.”(위의 책, 262쪽)
거의 성자급의 ‘자디크’를 그냥 ‘성도’라고 번역하는 것은 부족하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융은 상대가 관심 있어 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한 모두 소귀에 경 읽기가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상 또는 오래된 사상에 대해 다른 의견을 이야기할 때는 반드시 그를 증명할 만한 사실이 있어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다시 말해서 이야기에 힘을 실으려면 ‘사실’을 기초로 말해야 했던 것이다.(106쪽)
융은 정신과 의사로서 완전히 새로운 태도로 환자를 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융은 그 어떤 이론적 전제도 두지 않고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한 마디로 물 흐르듯 자연스레 상황이 흘러가도록 두는 것이 목적이었다. (211쪽)
아니마와 아니무스 :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가장 전형적인 표현 양식은 꿈 속의 연인 즉 ‘이상형’이다.
이상형이란 곧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연인의 이미지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이상형이 있다. 여성들은 백마 탄 왕자와 결혼을 꿈꾸고, 남성들은 자신이 꿈에 그리던 여성을 만나기 원한다.
그런데 당신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상대의 이상형이 될 수 있겠는가? 실생활에서 완벽한 사람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므로 그 완벽함을 꿈에 그리는 것이다.
그게 바로 아니마와 아니무스다. (227-228쪽)
다시, 이 책은?
프로이트와 융, 심리학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두 사람, 그 중에서 융이 제시하고 있는 이론들이 실제 상황을 합리적으로 보게 만들고 해결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확실하다.
헤서 이 책에서 융이 제시하는 이론들 - 집단 무의식, 원형, 아니마와 아니무스, 연상법 - 에 대한 여러 임상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융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한 걸음 더 갈 수 있어서, 의미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더하여 이 책과 칼 구스타프 융의 자서전 『기억, 꿈, 사상』을 병행해서 읽어보면, 두 책이 상승작용을 하는 듯, 이해가 배가(倍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