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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류쯔제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당신을 노리는 로맨스 스캠을 조심하라 - 『진실』
이 책은?
이 책 『진실』은 소설이다. 장편소설.
저자는 류쯔제 (劉梓潔), <대만사범대학교 사회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대만칭화대학교 대만문학대학원을 수료하였다. 문예지 편집자, 주간지 기자 출신이다. 2003년 「실명失明」으로 연합문학소설상 신인상을 수상하고 2006년 「천국에서의 일주일」로 린룽싼문학상 최우수 산문상을 수상했으며 동명의 영화 각본을 써서 2010년 타이페이 영화제 최우수 각본상 및 금마장 최우수 각색상을 수상했다. 현재 작가 겸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소설은 로맨스 스캠을 소재로 하고 있다.
로맨스로 사기를 치는 것이다. 멋모르고 그런 달콤한 꾀임에 넘어가 돈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이다.
로맨스 스캠은 우리나라에도 해당이 된다.
그런 사기, 여기저기 횡행하고 있다.
로맨스 스캠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성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결혼이나 사업 따위에 자금이 필요하다며 상대에게 돈을 뜯어내는 것을 말한다. (157쪽)
로맨스 스캠에 놀아나는 여인들
이야기를 살펴보자.
사기꾼 리전위이 등장한다.
그런데 리전위는 한 명이 아니다. 1호부터 12호까지 있다. 12명으로 이루어진 사기 조직이다.
그들은 상황을 만들어가면서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호구를 찾아, 달콤한 연애를 시작하고 돈을 뜯어낸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완완이 대표적인 피해자다.
그 여자의 말을 들어보자.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언제나 솔직하게 대답하죠. 내 남편을 직접 만난 적은 없어요. 내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니니 걱정해줄 필요 없어요. 우린 만난적은 없지만 서로 사랑해요. 결혼도 했어요. (268쪽)
만난 적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해요?
그가 반지를 보내줬어요. 그가 보낸 혼인 신고서에 도장을 찍어서 보내줬고요. 그쪽 관공서에세 심사하려면 시간이 걸린대요. 하지만 어쨌든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어요.(268쪽)
남편에게 돈을 자주 보내세요?
부부는 일심동체잖아요. 무거운 짐이 있으면 나눠서 져야죠. 남편이 요즘 우리가 살 집을 마련하는 중이라 현금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나도 돈을 보태는 건 당연해요, 남편이 투자했다가 묶인 돈은 금방 되찾을 수 있다고 했어요. (269쪽)
그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요?
우린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하고 밤마다 내가 잠들 때까지 통화해요. 남편은 내가 잠든 뒤에야 전화를 끊어요. 그런데도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고요?(270쪽)
직접 본 적 있어요? 내 말은, 화상통화를 했다든가.
화상통화는 하지 않아요. 그의 휴대폰이 고장 났대요. 하지만 날마다 어떤 음식을 먹는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사진을 찍어서 보내줘요. 회의를 하고 있다든가 골프를 치고 있다든가. (270쪽)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 그럴 때는 옆에서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사기꾼 말만 들린다.
이 소설의 특이한 구조
이 책에는 단지 그 여자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희생자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저자는 세 겹의 이야기를 짜내, 독자들을 혼란 속으로 끌어들인다.
맨 처음 등장하는 인물, 희생자는 마추이추이, ‘마언니네 집’을 몇 군데 운영하는 여자다.
그녀는 허톈명이란 이름을 가진 남자에게 속아 돈을 보낸다. 허텐명이 위에 언급한 사기꾼 조직원이다.
그의 달콤한 말에 빠진 맞추이추이, 돈을 보내고도 속은 줄을 모른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이 소설에서 소설속 소설이다. 마추이추이 사건을 쓴 건 천량인이라는 유령작가다. 천량인은 량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43쪽)
천량인은 중링이라는 작가의 의뢰를 받고 줄거리를 건네 받으면, 그 줄거리에 따라 세부적인 이야기를 써내는 작가다. 그 작가 천량인과 의뢰인 중링과의 관계는 어떨까?
여기에도 트릭이 존재한다. 과연 중링은 실제 인물일까, 아닐까?
액자형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사기는 점점 심해지는데, 그 줄거리를 찾아가는 일, 그 이야기의 줄기를 따라잡는 일,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그런 수고는 해야 한다는 뜻일까, 소설 읽기가 어렵다. 그러나 주제는 명확하다. 당하지 않으려면 눈 똑바로 뜨고 현실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로맨스 스캠,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대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뉴스에 등장한다.
미국의 육군 장성이라며, 은퇴후 제3국에 살려고 하는데 반려자를 구한다, 며 접근해서 살 집을 마련하는데 가지고 있는 자금이 다른 곳에 묶여있으니 우선 돈을 보내달라고 하는 식으로, 속은 우리나라 사람들, 뉴스에 등장한다.
전혀 의심받지 않고 돈을 뜯어내는 수법, 이 책에 다 공개되고 있으니, 읽어둘 가치가 있다.
그런 수법뿐만 아니라, 그런데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의 심리, 아주 자세하게 기록되고 있으니, 살펴볼 일이다. 자나깨나 불조심! 하는 표어가 여기에도 해당이 된다. 자나깨나 조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