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계절의 대륙 - 하
안제도 지음 / 리버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사계절의 대륙 (하)
(상)편에 이어 (하)편에서도, 전쟁은 계속된다.
이 책의 대부분은 전투 기록이다. 날마다 계속되는 전투, 그 기록이다.
그런 기록, 벌어지는 싸움의 기록, 이어진다.
저자가 그런 전투 장면을 계속해서 기록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쟁의 의미는 무엇일까?
전쟁의 참상은 이렇다.
봄날의 생명이 움트던 사우드 평원은 순식간에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포트니오, 신성왕국, 상공연합, 나 논, 미드라넬, 할켄 이렇게 6개국의 군대가 뒤엉켜 분노와 증오, 야망을 토해냈다. (333쪽)
그런 전쟁, 점령지의 주민들에게 전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왕조만 바뀔 뿐 그들 생활에 다른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상, 147쪽)
이게 제이 제이든이 프리스에게 한 말인데, 실상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전쟁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 생각은 차츰 차츰 변하게 된다. (그런 변화가 그를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이 되게 한다.)
이번에는 프리스가 제이 제이든에게 한 발언 들어보자.
“부패한 정치가 자인스에게서 공화국을 해방시켜 군부 국가 포트니오에게 넘겨주는 것이 긍정적인가요?” (상, 233쪽)
이런 발언을 하면서, 프리스와 제이 제이든은 점점 전쟁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라지는 인물들
전쟁 회의론자가 된 제이든과 프리스는 결국 신성동맹에서 빠지는 결단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결단은 당시 대세인 신성동맹과 원수가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그들이 신성동맹에서 빠지게 되자 카일 로스의 야망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된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의 줄거리가 바뀌게 되고, 점점 전쟁은 혼란한 가운데, 이쪽저쪽 판세가 불분명한 가운데 진행이 되는데.......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게 무슨 일, 하편의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 제이 제임스가 죽는다. (302쪽)
순간 독자인 나는 밀려오는 허망감에 주체할 줄 모른다.
뭐.....이런 소설이 다 있지?....주인공을 죽여버리다니........
그가 죽으면 프리스의 심경은 어떨까, 하는 안타까움도 함께 가슴을 메운다.
해서 그 뒤의 이야기는 ‘나 몰라라’ 였다는 것, 저자에게 말해둔다.
쓸쓸한 프리스의 모습만 자꾸 떠오를 뿐.
전쟁광의 최후는?
또한 카일도 무사하지 못하다.
전쟁에서 승리를 만끽하기 전에 간 둘이 그에게 말한 다음과 같은 말을 떠올려야 했다.
많은 것을 얻고도 텅빈 공백을 느낄 때, 그 때가 오면 그대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시오 (상, 251쪽)
그러지 못하고, 마냥 승리에만 집착하던 그에게 드디어 종말의 시간이 다가온다.
카일, 전투 중 한쪽 팔이 상대방의 검에 의해 잘려나간다.
그 팔 접합을 위해 마법사들이 대거 나선다. 심지어 신성왕국의 법황조차도 나샀지만, 할 수 없었다.
그 때 카일이 한 자조적인 발언, 이렇다.
“내가 일으킨 전쟁으로 군인, 민간인 할 것 없이 수십만이 죽었소, 생명신의 가호가 있을 리 없겠지,” (327쪽)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른 뒤, 전투 중에 상대편 장수가 쏜 화살이 카일의 왼쪽 옆구리에 깊이 박혔다. (342쪽)
카일 로스는 결국 말에서 떨어졌다. (342쪽)
“모두에게 미안하다.”
카일 로스의 눈은 점점 빛을 잃어갔다.
“에바에게도 전해줘. 미안하다고....”
카일은 스르르 눈을 감으며 세상을 떠났다. (344쪽)
그에 대하여 보병 대장, 필립 키월스가 회고하기를...
카일 로스 황제 사후, 그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그들은 황제를 전쟁에 미친 공작, 저주받은 검사라 일컬었고, 사악한 마법으로 병사들을 현혹했다고 폄하했다. (351쪽)
여왕의 평가는?
카일의 죽음을 알리는 병사에게 여왕은 묻는다.
“ 그 사람은, 카일은 단 한번이라도 행복했던 적이 있었을까요?” (359쪽)
죽음의 여신은?
카일을 죽음의 질주로 몰아넣은 죽음의 여신 데이넨은 그의 죽음을 이렇게 평한다.
앞으로 인간은 자신의 생명력과 마력이 아닌 대지의 생명력을 소진하며 멸망을 향해 달릴 것이다. 아니 그전에.....세계가 깨져 한순간에 혼세(混世)로 돌아갈 수 있겠지.(363족)
그래서, 혼세가 되기 전에 전쟁은 막아야 한다.
그 누구도 전쟁으로 무엇을 이루어보겠다는 마음, 먹으면 안 된다.
그런 사람, 인류의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