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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로 - 불확실한 삶을 위한 단단한 철학 수업
윤재은 지음 / 현대지성 / 2020년 9월
평점 :
철학의 위로
이 책은?
이 책 『철학의 위로』는 <불확실한 삶을 위한 단단한 철학 수업>이란 부제가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철학 책이다. 철학으로 인생을 살펴보고 점검해보며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서 철학의 도움을 받아 볼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저자는 윤재은, <그림을 그리고 시와 소설을 쓰며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을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특징 그 첫 번째는 이 책이 호메로스, 헤시오도스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다른 철학책을 모두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철학의 시작을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부터 시작하는 것은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가 철학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저자는 그들을 맨 앞에 두는 것일까?
저자는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를 통해서 신과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있다.
신과 인간의 문제에 있어서 그리스 신화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스 신화는 서양에서 하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물줄기다. (20쪽)
이러한 이야기들 속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유럽인으 정신과 사상을 낳은 원류가 된다. (24쪽)
그렇게 철학은 그리스 신화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의 특징 두 번째는 철학의 갈래를 잘 잡았다는 점이다.
저자가 철학의 계통을 고대, 중세, 근대, 현대 철학으로 순서를 잡아놓은 것은 다른 책들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그 가운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3명을 특별히 고대와 중세 사이에 넣고,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특별한 것이다.
이 책에는 모두 62개의 글이 있는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렇게 3명에게 할애한 글이 무려 16개에 달한다. 25%에 해당하는 글이 실려있는 것이니, 저자가 그들을 얼마나 무겁게 대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어떤 의미인가 하면, 철학을 하면서 그들의 사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한 발자국도 더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해서 저자는 그들 세 사람의 사상을 열과 성의를 다해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공간철학자인 저자의 이력을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의 이력중 주목할 만한 게 있다.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의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고, 국내외 학술지에 공간철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공간철학이라는 강좌를 개설하여 강의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공간 철학’이란 무엇일까?
<저자가 말하는 ‘공간철학’이란, 지식의 한계를 넘어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연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물, 공기, 나무, 돌 등을 탐구하였으며, 공간, 자연, 사물의 본질을 연구하였다.>
그런 저자의 이력은 이 책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데, ‘무한한 우주는 공간과 시간을 담고 있다’로 시작하는 23번째 글 <공간과 시간의 속성>을 비롯하여 ‘실체의 문제는 대상의 문제를 넘어 공간과 대상의 관계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43번째 글 <선험적 표상으로서 공간과 밑바탕>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처럼 저자에게 ‘공간’이라는 개념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저자에게 공간은 이 세상의 ‘본질적 구성물’ 중에 하나이다.
세상은 본질적 구성물과 시간적 구성물로 나뉜다. 본질적 구성물은 보편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공간, 시간, 빛, 공기, 바람, 물, 흙, 나무, 인간, 동물 등을 말한다. (45쪽)
이렇듯 의미가 있는 공간을, 저자는 철학의 곳곳에서 '공간을 배치하여 활용한다'. 철학에 '공간'이 아주 유용하다는 것, 새롭게 알게 된다.
철학자가 아니라, 철학의 대상부터
또다른 특징은 글꼭지를 쓸 때, 철학자 이름을 먼저 호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개의 경우, 철학책의 서술 방법을 보면, 철학자 이름이 먼저 나오고, 그가 주장한 학설이 따라나오며 그걸 설명하는 식으로 얘기가 진행이 되는데 저자는 그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이런 식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철학 이야기. 철학 이야기 같지도 않고, 그럴싸한 철학자도 짐작이 되지 않는데, 그 다음 얘기는 어떻게 되며 등장하는 철학자는 누구일까?
227쪽을 참고하시라.
저자는 철학자의 이론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다만 철학자를 통해 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 <철학의 위로>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철학의 위로’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철학이 주체가 되고, 그 상대방인 철학하는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는 말일 게다.
그러니, 철학을 배우고, 그 철학이 말하는 대로 행하면, 분명 인생을 살아가면서 위로를 받는다. 그런 말, 분명하다.
해서 이 책의 처음 문장에서 위로를 받게 된다.
인간에게 삶의 문제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 가치의 문제”이다. “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해 살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있어 인간의 욕망은 삶의 가치보다 물질을 획득하는데 대부분 소진하고 있다. (19쪽)
이 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위로를 준다.
내가 지금 살아가면서 그나마 물질을 획득하는데 소비하는 것보다는 가치를 위해서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 그 하나요, 그래도 여전히 물질을 획득하는데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하에 살아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그 두 번째이다.
하여 이런 말, 우선 나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 ‘철학의 위로’라는 개념이 적어도 빈말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의 처음부터 확인하고 들어선다.
이어지는 얘기에서도 이 말은 계속하여 반복되며 의미가 깊어진다.
인간의 생명이 존재하는 한에서 실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질문은 본질적이며 형이상학적이다. 현대과학으로 이루어낸 오늘날의 물질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실체라는 본질적 질문보다 물질적 가치를 먼저 생각해 왔다. 하지만 물질적 가치를 느끼는 육체도 본질의 문제에 있어서만은 정신에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163쪽)
그렇게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고, 살아가는 우리이지만, 본질의 문제에 있어서만은?
그래도 정신에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말, 그게 철학이 주는 위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