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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셰익스피어를 말하다 ㅣ 셰익스피어 에세이 3부작
안경환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0년 8월
평점 :
문화, 셰익스피어를 말하다
이 책은?
이 책 『문화, 셰익스피어를 말하다』는 저자인 안경환 교수의 셰익스피어 에세이 제 3탄이다.
이 책의 내용은?
셰익스피어 작품 14편 (실제로는 17편)을 개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 15개의 장에서 셰익스피어 작품 14편과 사극 그중에서도 영국을 무대로 하는 사극 전편을 조감할 수 있도록 <셰익스피어 사극과 영국 헌정의 원리>를 마련해 두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셰익스피어 에세이 3부작’의 완결편이라 한다.
그전에 발표된 『법, 셰익스피어를 입다』(2012)와『에세이, 셰익스피어를 만나다』(2018) 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첫번째 책과는 다른 방법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작품별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해서 셰익스피어의 특정 작품 - 예컨대 『맥베스』에 대하여 알고 싶으면, 그 부분을 찾아 읽으면 되는, 셰익스피어 작품 해설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은 총 14편, 실제로는 17편이다.
비극 『맥베스』와 사극 『존왕』 등 총 9편, 그리고 시 세편이다.
<사극>에 대하여
저자가 법학자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한 부분이 있다.
「셰익스피어 사극과 영국 헌정의 원리」라는 타이틀이 붙은 제 10장이다.
이 항목에서 저자는, 사극의 무대가 되는 영국의 헌정사, 법제사, 법원리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사극 전반에 흐르고 있는 권력의 발현 형태를 잘 알 수 있게 된다.
먼저 그 글의 서론격이 되는 글, 읽어보자.
셰익스피어가 지은 사극은 모두 11편으로 모든 작품의 제목에 국왕의 이름이 들어 있다. 오랫동안 10편으로 알려져 왔으나 근래 들어 〈에드워드 3세>중에서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추가 공인되었다. 모든 작품을 혼자서 쓴 것은 아니다. 〈에드워드 3세> 중에서와 〈헨리 8세>중에서는 공저자가 있고, 〈헨리 6세>중에서의 저술에도 다른 작가의 보조가 있었다. (260쪽)
이글을 필두로 하여, 영국을 무대로 하는 사극 전반을 다루고 있다.
<시>에 대하여
<시>에서는 『소네트』, 『비너스와 아도니스』, 『루크리스의 겁탈』 이렇게 세편을 다루고 있다.
시중에 나온 일반 대중을 위한 셰익스피어 서적 중에 시를 다룬 책이 드물기에 이 부분은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시>편에서는 3편의 시를 거의 조목별로 설명하다시피 해 놓고 있어, 셰익스피어의 시에 대하여 모처럼 그 진수를 맛볼 수 있다 하겠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서술에 오류가 보인다.
로마 군인의 아내, 루크리스에게도 정조를 잃은 수치는 살아서는 회복할 수 없다. 뒤늦게 나타난 남편을 향해 루크리스는 퍼붓는다.
“타퀸의 모습을 보고 당신을 맞았는데, 내게 수치를 주려 그자의 형상을 하고 왔어요?”
(244쪽)
따옴표 안의 인용문을 루크리스가 그녀의 남편에게 하는 말처럼 해설해 놓고 있으나 이는 잘못 된 서술이다. 이 말은 루크리스가 타퀸에게 하는 말이다.
남편은 사건이 모두 끝난 뒤, 루크리스의 편지를 받고 온다.
<그리고 남편에게 편지를 보내 집으로 오라고 부탁한다.> (250쪽)
따라서 ‘루크리스는 퍼붓는다’라는 서술도 잘못 된 것이다. 따옴표 속의 발언은 침소에 들어온 타퀸에게 한 말이다.
또하나, 황제라는 칭호가 잘 못 되었다.
<로마 황제 루키우스 타르퀴니우스는 자만심이 강해 ‘거만한 타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44쪽)
사건이 벌어질 당시 로마는 왕정이었다. 따라서 당시 나라를 다스린 이는 왕이지, 황제가 아니다. 당시 왕은 세습제가 아니라, 선거에 의해 선출되었다.
로마의 정치 제도는 '왕정', '공화정'을 거쳐 '제정'으로 바뀌었다.
제정에 이르러서야 황제라는 칭호가 사용된다.
그리고 이 사건, 루크리스의 겁탈 사건은 로마 역사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루크리스의 겁탈> 항목에 등장하는 황제라는 말은 모두 왕으로 바꾸어야 한다.
황제의 조카 (244쪽)
황제의 아들 (245쪽)
다시, 이 책은? - 셰익스피어의 깊은 맛을 보려면
이 책을 읽고, 밑줄 굵게 긋고 새겨보게 되는 말이 있다.
<터무니없는 비유일 테지만 비교적 나이 들어 필자가 셰익스피어의 탐구에 나선 것은 행운이었다, 세상의 부조리와 어둠을 알 만한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고전의 숨은 맛을 조금씩 깨치게 되었다.> (415쪽)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그간 읽어오면서 안타까웠던 점이 셰익스피어가 그저 ‘스토리의 작가’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희곡의 깊은 맛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 내용을 요약 압축하여 스토리로만 기억하는 셰익스피어, 그렇게 셰익스피어를 대하면 그 안에 들어있는 깊은 맛을 전혀 맛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연극무대에서만 셰익스피어가 고전으로 정좌한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희곡이지만 단순한 연기 대본이 아니라 종합적인 지적 텍스트로 숭앙받는다. (412쪽)
이 책, 법학 전문가가 펼쳐내는 일반 교양서로서의 셰익스피어 작품,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한걸음이 되기를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