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 수용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플러 수용소

 

이 책은?

 

이 책 악플러 수용소는 소설이다.

소설이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악플러들을 수용하여 교화하는 수용소는 현실적으로도 꼭 있어야 할 수용소라는 생각이 든다,

해서 이 소설 내용이 어떤 형태로든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저절로 생겨난다.

 

저자는 고호, 아마 필명인 것 같은데, 다음과 같은 저자 정보가 눈에 뜨인다.

<일꾼, 이야기꾼, 때로는 상상꾼. 그러나 정작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재미없는 무역회사에서 밥벌이를 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는 자음과 모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평소 지론. 그런 고민이 만들어낸 세계로는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악플러 수용소등이 있으며, 지금도 꾸준히 또 다른 세계를 만들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자가 원하는 '또 다른 세계', 그게 악플러가 어떤 형태로든 벌을 받는 세상이다.

 

이 책의 내용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을 먼저 살펴보자.

인물들이 서서히 등장한다.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광덕, 성형외과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수정, 사법시험 준비생 민환, 중학생 윤설, 기성, 평범한 주부 영자,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이러한 사람들을 그저 무심하게 등장시킨 다음, 저자는 속보 하나를 전해준다.

 

[속보] 여배우 고혜나(29),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29)

 

이제 이야기는 시작이다. 여배우 고혜나는 왜 숨졌을까? 그건 자살이다.

이유는?

제목이 이미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악풀이 문제가 된다. 악플 때문에 여배우 고혜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 줄거리는 간단하다.

 

위에 소개한 등장인물들,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온라인 범죄행위자 교정수용소’, 곧 악플러 수용소에 수용이 된다. 그 말은 곧 그들이 악플러라는 것을 의미한다.

악플러! 요즘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다는 게 있는데, 악플러란 그런 댓글로 악담을 퍼붓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초반에 소개된 인물들,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뜻밖에도 악풀을 달아서 결국은 한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악플러들을 교정시설에 가둔 다음, 그들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죄값을 치르게 하는 것으로 진행이 된다. 죄값은? 그들이 남을 죽게 만들었으니, 그들도 죽음으로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악플의 무게를 그 정도로 가늠한다.

이제 그 들이 그 죄값을 치르는 방법은 어떻게?

 

그들은 그 수용소에서 100일간 지내야 한다. 교육을 받고 또한 게임을 하면서.

교육시간에는 그들이 쓴 악풀을 필사하고 낭독하는 것 외에 상담도 받는다. 또한 상호 평가를 하여 레드볼을 받는 사람은 조기 퇴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함정이 있었다.

수감된 사람들은 조기 퇴소를 하기 위하여, 한 명씩 한 명씩 순차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상호 합의를 한다. 그래서 차례로 악플러 수용소를 나가게 되는데......

 

조기 퇴소를 하게 되는 사람에겐, 각기 다른 조건이 부과된다.

그 조건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데, 그 조건을 지키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여기에 저자가 악플을 어떻게 대하는가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 소설의 구조

 

악플러의 만행, 악행을 고발하는 이 소설은 피해자인 여배우 고혜나의 삶을 한 축으로, 악플러들의 모습을 한 축으로 해서, 교차하는 식으로 소설이 진행이 된다.

그러니까 독자들은 악플러들의 악풀이 직접적으로 한 여배우의 삶을 어떻게 갉아먹고 있는가를 실시간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악플러들에겐 고혜나가 무엇을 해도, 비방거리가 될 뿐이다.

여기 그들이 써놓은 악플들이 즐비한데, 소개하고 싶지만 참는다.

그런 말을 옮긴다는 것 자체가 혐오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악플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한 독자들은 실제 인터넷상의 기사를 들춰보시라. 현실로 드러나는 악플러들의 적나라한 실상을 거기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수용소 건물, 꼭대기에 녹이 슨 철재 간판 네 개가 세워져 있다.

각각 영어 알파벳 철자가 써있는데, 합쳐 읽으면 LOVE . (83)

그 뜻은 무엇일까? 영어 단어 그대로 사랑이라는 의미일까?

 

아니다. 그건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글이다.

 

(Lasciate Ogni speranza, Voi ch'Entrate!) 의 두음만 딴 것이다.

여기에 들어온 자들이여, 희망은 버려라! (331)

 

자신 역시 16살 때부터 연예계 물을 먹어 와서 십수 년 차인데 모를 리가 없다. 아까 본 악플들은 단지 자신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시기해서 단 게 아니라, 비난하기 위해 달았다는 것을. (165)

 

악플 속에서 저는 창녀가 되었다가, 불효녀가 되었다가, 돈독에 오른 년이 되었다가, 가증스러운 광대가 되었다가, 관심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관종이 되기도 하죠.” (311)

 

다시, 이 책은?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니다. 실제 사건을 기록한 것이다.

악플러들을 수용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벌을 내리는 것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다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해서 안타깝다.

 

자기감정을 제대도 다스리지 못하고, 인터넷 기사 댓글에 배설물을 잔뜩 쏟아놓는 사람들, 악플러들을 어떻게 규제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 멀리 무인도에라도, 인테넷 불통인 곳에 보내서, 살게 하면 어떨까?

그 땐 반드시 이 책, 오로지 이 책 한 권만 들고 가게 해서, 주야장천, 주구장창 읽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