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에서 왔니 - 탄생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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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너 어디에서 왔니 (한국인 이야기)

 

이 책은?

 

이 책, 탄생, 너 어디에서 왔니』는 이어령 선생의 <한국인 이야기>.

저자가 <중앙일보>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을 한데 묶은 것이다.

 

저자 이어령 선생에 대하여는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선생은 1934년생이니 올해 86, 모쪼록 건강하시기를 빌어본다. 이런 글을 더 읽어보고 싶은 독자로서의 바람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어령 선생이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다.

(‘이야기 보따리라는 말의 변천도 흥미롭다.

이야기 자루에서 이야기 보따리, 그리고 이제 이야기 주머니가 되었다. 402)

 

선생의 글은 '이야기 주머니'로는 모두 담을 수 없고, '이야기 보따리'에 담아야 한다.

이 보따리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목차를 살펴보자.

 

1. 태명 고개: 생명의 문을 여는 암호

2. 배내 고개: 어머니의 몸 안에 바다가 있었네

3. 출산 고개: 이 황홀한 고통

4. 삼신 고개: 생명의 손도장을 찍은 여신

5. 기저귀 고개: 하나의 천이 만들어낸 두 문명

6. 어부바 고개: 업고 업히는 세상 이야기

7. 옹알이 고개: 배냇말을 하는 우주인

8. 돌잡이 고개: 돌잡이는 꿈잡이

9. 세 살 고개: 공자님의 삼 년 이야기

10. 나들이 고개: 집을 나가야 크는 아이

11. 호미 고개: 호미냐 도끼냐, 어디로 가나

12. 이야기 고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태명에 관한 선생의 말을 듣고 보니, 이게 보통 의미가 아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것, 그것에서부터 선생의 통찰은 빛을 발한다.

 

이런 것, 읽어보자 정말 이런 통찰, 빛이 난다,

 

신기한 낱말 떼다’. (139)

우리말에는 아이가 태어나 제 앞가림을 할 때까지 그 성장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신기한 낱말 하나가 있다. 바로 떼다라는 동사다.

 

태어나자마자 탯줄을 자르고 배꼽을 뗀다.

젖을 떼고,

똥오줌을 가리게 되면 기저귀를 뗀다.

기어다니던 아이가 걸음마를 배워 첫발을 뗀다.

그게 끝이 아니다.

옛날이라면 천자문을 떼고

요즘이라면 한글을 떼야 비로소 홀로서기가 가능해진다.

 

저자는 낱말 떼다를 통해 사람의 발달기를 구분하고, 이어서 프로이트의 이론을 연결시켜 살펴본다. 프로이트가 말한 구순기는 젖을 떼는 때이고, ‘항문기는 곧 기저귀를 떼는 때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조상들은 굳이 프로이트가 주장한 어려운 이론이 아니더라도, 이미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139)

 

떼다라는 한 낱말로 프로이트를 간단히 제압해버리는 통찰, 기억해 두고 싶다.

 

호미의 새로운 기능

선생이 인터넷 활용은 젊은이들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이런 말들이 자주 보인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금시 알 수 있다.>(18)

<나는 한때 손가락으로 검색하지 말고 머리로 사색하라고 젊은이들을 향해 큰소리친 적 있지만 이제는 거꾸로다. “사색하려면 검색하라이다.> (26)

 

이제 바야흐로, 검색은 하나의 자료 수집 방법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선생은 인터넷 검색에 이런 식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약초는 신선들이 사는 깊은 산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잡스러운 길가 잡초 우거진 곳에 있다.> (33)

<늘 해온대로 잡초밭에서 약초를 캐는 작업으로 마무리한다. 구글 검색 창에.....>(138)

<잡초밭에서 찾아낸 약초같은 이야기라 가슴이 찡하다.>(206)

 

인터넷은 비록 잡초밭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약초가 있으니, 잘 골라내자는 거다. 그 방법은? 선생은 뜻밖에 호미라는 농기구를 꺼내든다.

 

<늘 하듯이 이번에도 호미를 들고 인터넷 들판으로 간다.>(206)

<인터넷 숲속에서 호미 대신 마우스를 들고 찾아낸 산삼이다.>(216)

 

그렇게 해서 이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호미로 넘어간다.

<나물 캐는 호미는 논밭의 잡초를 제거하는 도구가 아니다. 잡초 속에 가려진 선약의 약초를 찾아내는 탐색이요, 구도의 기도 같은 것이다.>(326)

해서 호미는 이제 인터넷에서 약초를 골라내는 도구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호미로 나물을 캐요. 산삼을 캐요. 그런데 우리는 정보를 캔다고 하지요. 정보를 얻는 것을 정보를 캐온다고 합니다.> (423)

 

그리고 호미는 그 정도로만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격물치지에 이르게 된다. (336)

 

해리 할로우의 원숭이 실험 (294)

 

발달심리학자 해리 할로우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한 쪽에는 철사로 만든 원숭이 인형에 우유병을 달아놓고, 다른 쪽에는 나무 위에 부드러운 천을 덧씌운 인형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자 새끼들은 젖도 주지 않는 헝겊 인형 엄마 품에서 지내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런 실험 결과를 발표한 후 17년후에 할로우는 그동안 원숭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 재실험을 했다.

스킨십 대리모가 키운 원숭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을 공동체 우리에 집어넣자. 원숭이들은 사나운 성질에 노이로제 증세와 자폐증, 불안증 등의 병리 현상을 나타냈다. 수컷은 부정적이고 반항적이었고,  암컷은 수컷이 근처에 오지 못하게 했다. 암컷은 모성애라곤 없었다.

엄마 원숭이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지 못해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괴물이 된 이 원숭이의 실상이 알려진 뒤, 미국에서는 원숭이 실험을 금지했다.

(294-295, 더 자세한 내용은 299-300쪽 참조.)

 

이러한 실험 결과를 심리학 책을 통해서 알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내가 읽은 책들은 모두가 전반부의 실험 결과만 소개해 놓고 있을뿐, 17년후의 재실험 결과는 언급이 없었다.

해서 이 책으로 실험 결과를 전체적으로 알게 되어 반쪽 지식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기쁘다.

 

다시, 이 책은?

 

선생의 글을 거의 다 읽어온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이런 글을 읽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해서 한 글자라도 빼놓지 말고 읽는다는 심정으로 읽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헤아렸음인지, 선생은 글 중에 필요한 부분은 따로 장을 만들어, 더 자세한 내용을 실어 놓았다.

 

책 중에 <샛길>이라는 항목에 그런 참고 자료가 실려있다. 또한 책의 말미에 <저자와의 대화>을 실어, 선생의 근황과 생각을 더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놓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 한 글자 한 글자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약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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