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정약용의 인생강의 - 다산은 아들을 이렇게 가르쳤다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 정약용의 인생강의  

 

다산은 풍산 홍씨 집안의 홍혜완과 결혼하여 63녀를 낳았는데, 그 중에 셋만 살아남고 나머지 여섯 명은 모두 천연두로 요절했다.

남은 자녀 세 명은, 큰 아들 학연(學淵), 둘째 아들 학유(學游) 그리고 막내딸이다.

 

다산은 나이 마흔에 유배 생활을 시작하면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게 된다. 물론 가족과는 헤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다산은 그런 가운데 서울에 남아있는 자식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보고 싶은 마음, 만나고 싶은 마음, 가르치고 싶은 마음, 그런 아비의 마음이 간절한데 유배당한 처지에 그들을 마음대로 만날 수 없으니 그래서 택한 방법이 편지를 써서 보내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렇게 보낸 편지가, 현재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그런 편지들을 다룬 여러 책들이 나와 있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다산이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 몇 통을 골라, 아버지로써 아들들에게 인생을 가르치는 아버지의 모습을 재현해 내고 있다.

 

저자는 다산의 편지들을 주제 별로 분류하여 소개하면서, 각 편지에 해설을 달아 놓았다.

저자는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다음과 같은 항목으로 분류한다.

 

1장 집안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공부뿐이다

2장 자식들에게 경제생활을 이야기하다

3장 남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바라지도 마라

4장 제사상을 차리기보다 나의 책을 읽어다오

 

다산의 처지와 갑자기 어려움에 처한 아들들, 다산이 쓴 편지들을 읽으면서, 저절로 공감이 되는 글들, 생각할 거리가 되는 글들, 여기 몇 자 적어본다.

 

<재화를 비밀스럽게 저장해두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그러면 도둑에게 빼앗길 염려도 없고, 화재로 인해 소실될 걱정도 없으며, 소나 말이 운반하는 고생을 치를 것도 없다. 게다가 자기가 죽은 후에도 꽃다운 명성을 가져갈 수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이익이 어디 있겠느냐. 재물은 꽉 쥐려고 할수록 손에서 더 미끄럽게 빠져나간다. 재물이란 점어(鮎魚)와 같은 것이다.> (78)

참고로, 점어(鮎魚는 물고기의 한 종류인 메기를 말한다.

 

위의 글을 읽으니 성경의 말씀이 떠오른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적이 구멍을 뚫고 도적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적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적질도 못하느니라> (마태복음 619-20)

 

성경을 알았던 다산이 위의 성경말씀을 읽지 않았을 리 없다. 해서 다산은 그 말씀을 그렇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법으로 남에게 베푸는 것을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다산의 해석, 요즘의 교회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 그 성경 말씀을 교회에 헌금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게 아니다. 남에게 베푸는 게 곧 하늘에 쌓아두는 것이다, 라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해석이 아닌가?

 

이런 글 읽으면, 가슴이 아파오면서도 다산이 지녔던 아내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읽을 수 있다.

 

<너희 어머니는 낳아서 품 안에 안고 있다가 흙에 묻었으니 그 아이의 살았을 적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말과 몸짓이 귀에 맴돌고 눈에 아른거릴 것이다.

나는 여기 먼 곳에 있고, 너희들은 이미 장성했으니 나나 너희들이나 예쁜 구석이 없어 너희 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은 그 아이였다.> (83)

 

이런 경우에도 아내를 헤아리는 다산의 따뜻한 마음씨를 엿볼 수 있다.

 

<이렇게 내가 아이의 어머니라고 가정하고, 일단 아버지라는 사실은 잊은 채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헤아려 보았다.>(83)  

 

다산의 재미있는 일화

 

<나는 지금껏 술을 크게 많이 마셔본 적이 없어 주량을 알지 못한다. 오래 전에 창덕궁에서 임금께서 소주를 가득 따라 하사하신 적이 있다. 임금의 명이라 사양치 못하고 마시면서 속으로 나는 오늘 죽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심하게 취하지는 않았다.> (136)

 

이걸 읽고 혹시 나도 (술을 크게 마셔본 적이 없어) 내 주량을 모르는데....’ 하실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그 중에 한 명!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다산이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들이니 아들들을 사랑하는 부정이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유배당한 자신의 처지에서 어찌 할 방도는 없고, 그래서 아들들에게 더 애틋한 마음이 솟구치는 그 마음, 충분히 느껴진다.

 

그 외에도, 다산은 위대한 사상가로서 그의 위치가 남 다른만큼, 그의 글은 또한 우리가 새기며 따라가야 하는 말씀으로 받아 읽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물 한 방울로 불을 끌 수 없는 것처럼 재물에 대한 갈증은 끝내 해소되지 않는다. (94)

 

전체가 완벽하더라도 구멍 하나가 새면 깨진 항아리와 같다.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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