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만 아는 농담

 

이 책은?

 

이 책 우리만 아는 농담은 남태평양의 환상적인 섬 보라보라에서 살던 저자 김태연이 그 섬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한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 우리만 아는 농담은 표지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보라보라 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이 책 소개를 읽으면서 책 제목이 농담이라서 그런지 보라보라라는 섬 이름이 장난인 줄 알았다. 보라, 보아라, 봐라 .....그렇게 '보라, 보라'를 두번 이어 그냥 만들어본 이름이거니. 그래서 보라보라 섬은 상상의 공간, 환상 공간을 일컫는 말로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실제로 실재하는 섬이었다.

 

남태평양의 외로운 섬 보라보라(Bora - Bora).

<타히티섬에서 북서쪽으로 약 24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보라보라는 소시에테제도의 리워드 섬에 속하며, 전형적인 환초 섬으로 섬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투명한 라군이 매우 아름답다.> 는 소개글도 보인다.

 

그러한 섬에 살면서 낚아 올린 이야기가 이 책에 들어 있다.

그래서 에세이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붓 가는대로 생각나는 대로쓰는 게 에세이라 하지만, 독자들의 궁금증을 야기하는 이야기가 에세이 속에 있으면 훨씬 잘 읽힌다는 점, 먼저 말해두고 싶다.

 

해서 저자가 보여주는 보라보라 섬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그런 궁금증 때문에 책이 술술 읽혀진다. 여행자도 아니고 현지인도 아닌 경계인으로서의 생활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보라보라 섬에서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저자는 이런 이야기로 답하고 있다.

 

<도시에 살 때는 나무가 자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관심도 없었다.> (85)

길가의 가로수나 군데군데 지나가다 만나는 나무들, 그 나무들이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느낀 적이 없는데, 이 글 읽고 나무들도 자라는구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전이 찾아온 밤에는 별이 더욱 선명해지기 때문이다.>(109)

요즘 정전을 겪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정전이 된 밤하늘, 바라본 적이 없으니 이런 글 읽으면 그야말로 별 하나 내 마음에 선명하게 켜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병원에 오가는 비행깃값은 무료인 것 알죠?” (114)

저자가 모기에 물려 본의 아니게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을 때, 보라보라섬에서 타히티까지 비행기로 후송이 되었다. 퇴원하고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을 때 들은 말이다. 이런 일, 보라보라 섬 말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콘크리트 계단에 앉아서는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을 본다.> (132)

어느 한 순간 가만히 앉아 그림자를 바라본 적도, 더군다나 그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으니, 이런 글 읽으면 가슴이 아련해진다.

 

<너무 소소해서 시시하기까지 한 일들에 대해 들으며 나는 조금씩 용기가 났다.> (151)

 

이건 분명 저자가 한 말이지만, 어찌 내 말인 것도 같다.

 

이런 글, 읽으면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내가 아는 건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드문 세상에서도, 꿈이 없다는 사실을 말하려면 꽤나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다. 꿈의 바깥에도 삶은 있다.>(45)

 

<그보다는 그저 가족끼리 이렇게 시시한 얘기나 할 수 있을 때가 좋은 때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우리의 시시함이 아주 감사하다.> (55)

 

<부모와 함께하는 여행은 자식의 마음과 부모의 체력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는 일일지도 몰랐다.> (187)

 

다시. 이 책은?

 

에세이니까 이 책의 어느 부분을 펼쳐서 읽어도 좋다.

펼쳐든 바로 그 페이지에서 남태평양이라는 먼 곳 바닷가, 거기에서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고, 들리고, 냄새조차 맡을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 책 들고 한 한달 쯤 거기 가서 살다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고약한(?) 책이라는 것,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에 농담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하나 더 읽었다.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과 밀란 쿤데라의 농담에 이어 이 책 우리만 아는 농담.

저자는 농담이라는 낱말과 관련하여, 디에고의 뜨거운 물에 손 넣기라는 일화(205)를 연결시키고 한 걸음 더 나가 오늘이 언젠가 우리만 아는 농담이 될 날을 기다리’(260)자 말한다.

 

이 책이 우리만 아는책이 아니라, 모두 다 읽고 아는, 그래서 나중 나중에 오래된 책으로 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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