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이
책은?
이 책 『우리만 아는 농담』은 남태평양의 환상적인 섬 보라보라에서 살던 저자
김태연이 그 섬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한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 『우리만 아는 농담』은 표지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보라보라 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이 책 소개를 읽으면서 책 제목이 ‘농담’이라서 그런지 ‘보라보라’라는 섬 이름이 장난인 줄 알았다. 보라, 보아라,
봐라 .....그렇게 '보라, 보라'를 두번 이어 그냥 만들어본 이름이거니.
그래서 보라보라 섬은 상상의
공간,
환상 공간을 일컫는 말로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실제로 실재하는
섬이었다.
남태평양의 외로운 섬 보라보라(Bora -
Bora).
<타히티섬에서 북서쪽으로 약 24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보라보라는 소시에테제도의
리워드 섬에 속하며,
전형적인 환초 섬으로 섬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투명한 라군이 매우 아름답다.>
는 소개글도
보인다.
그러한 섬에 살면서 낚아 올린 이야기가 이 책에 들어
있다.
그래서 에세이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붓 가는대로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게 에세이라
하지만,
독자들의 궁금증을 야기하는
이야기가 에세이 속에 있으면 훨씬 잘 읽힌다는 점,
먼저 말해두고
싶다.
해서 저자가 보여주는 보라보라 섬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그런 궁금증 때문에 책이 술술
읽혀진다.
여행자도 아니고 현지인도 아닌
경계인으로서의 생활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보라보라 섬에서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저자는 이런
이야기로 답하고 있다.
<도시에 살 때는 나무가 자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관심도
없었다.>
(85쪽)
길가의 가로수나 군데군데 지나가다 만나는
나무들,
그 나무들이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느낀 적이 없는데,
이 글 읽고
‘나무들도 자라는구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전이 찾아온 밤에는 별이 더욱 선명해지기
때문이다.>(109쪽)
요즘 정전을 겪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정전이 된
밤하늘,
바라본 적이 없으니 이런 글
읽으면 그야말로 별 하나 내 마음에 선명하게 켜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병원에 오가는 비행깃값은 무료인 것
알죠?”
(114쪽)
저자가 모기에 물려 본의 아니게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을
때,
보라보라섬에서 타히티까지 비행기로
후송이 되었다.
퇴원하고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을 때 들은 말이다.
이런 일,
보라보라 섬 말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콘크리트 계단에 앉아서는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을
본다.>
(132쪽)
어느 한 순간 가만히 앉아 그림자를 바라본
적도,
더군다나 그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으니,
이런 글 읽으면 가슴이
아련해진다.
<너무 소소해서 시시하기까지 한 일들에 대해 들으며 나는
조금씩 용기가 났다.>
(151쪽)
이건 분명 저자가
한 말이지만, 어찌 내 말인 것도 같다.
이런
글,
읽으면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내가 아는 건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드문
세상에서도,
꿈이 없다는 사실을 말하려면 꽤나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다.
꿈의 바깥에도 삶은
있다.>(45쪽)
<그보다는 그저 가족끼리 이렇게 시시한 얘기나 할 수 있을
때가 좋은 때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우리의 시시함이 아주
감사하다.>
(55쪽)
<부모와 함께하는 여행은 자식의 마음과 부모의 체력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는 일일지도 몰랐다.>
(187쪽)
다시.
이
책은?
에세이니까 이 책의 어느 부분을 펼쳐서 읽어도
좋다.
펼쳐든 바로 그 페이지에서 남태평양이라는 먼 곳
바닷가,
거기에서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고,
들리고,
냄새조차 맡을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 책 들고 한 한달 쯤 거기
가서 살다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고약한(?)
책이라는 것,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에 ‘농담’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하나 더
읽었다.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과 밀란 쿤데라의 『농담』에 이어 이 책 『우리만 아는 농담』.
저자는 농담이라는 낱말과 관련하여,
디에고의 ‘뜨거운 물에 손 넣기’라는 일화(205쪽)를 연결시키고 한 걸음 더 나가 ‘오늘이 언젠가 우리만 아는 농담이 될 날을
기다리’(260쪽)자 말한다.
이 책이 ‘우리만 아는’
책이 아니라,
모두 다 읽고
아는,
그래서 나중 나중에 오래된 책으로
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