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40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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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이 책은?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을 진형준 교수가 축약하여 편집하여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 중 하나로 발간한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투르게네프가 1861년에 탈고하고 1862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니콜라이 페트로비치 키르사노프 (44)

파벨 페트로비치 키르사노프 (45) : 니콜라이의 형

아르카디 : 니콜라이의 아들 (23)

바자로프 (예브게니 바실리예프) : 아르카디의 친구

페도시아 니콜라에브나 (페네치카) : 니콜라이의 여자

바실리 이바니치 바자로프 : 바자로프의 아버지

오딘초바 (안나 세르게예브나)

카챠 (카타리나 세르게예브나) : 오딘초바 부인의 여동생

 

작품의 제목이 아버지와 아들인지라, 아무래도 아버지인 니콜라이와 아들 아르카디에 관심이 가며, 또한 바자로프와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도 관심을 끈다.

 

해설을 읽어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이 책을 이해하는데 좋은 자료라 생각되어 조금 인용해 본다.

<처음부터 다른 소설과는 무언가 다르다. 마치 역사소설, 혹은 르포인 것처럼 작품 앞머리에 1859520일이라고 명기되어 있다.......그것은 이 소설의 무대가 국가 전체가 격변기에 처한 러시아임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221)

 

그러한 격변기이니까, 격변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아무래도 다르다. 아버지와 아들 간에 그것이 어떻게 보일지? 분명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일단 아버지와 아들간의 시각을 문제 삼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세대 갈등에 더하여 진보와 보수간의 갈등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런 저자의 시각이 묻어나는 발언 찾아보자.

 

<내 방에 영국식 세면대가 있더군, 영국식 세면대는 장려할 만해, 그건 진보를 뜻하니까.> (28)

바자로프가 아르카디에게 한 말이다.

 

<그 여자는 실내모를 쓰고 있었다. 이 집 주인이 진보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표시였다.> (70)

 

그러한 진보와 보수가 아버지와 아들 세대 간에는 세대 갈등으로 나타난다.

 

<그날 저녁 식사 후, 서재에서 니콜라이는 형 파벨에게 말했다. “이제 형님과 저는 시대에 뒤떨어졌어요. 우리들의 시대는 끝났어요. 그래요, 바자로프의 말이 옳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한 가지 견디기 어려운 게 있어요. 이제 아르카디와 정말 가깝게 지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시대에 뒤떨어졌고 그 애는 저만치 앞서간다는 생각……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 > (47)

 

이 책에서 애착이 가는 인물은 어찌 보면 우유부단한 아르카디 보다는 그의 아버지 니콜라이다. 그가 그의 형에게 하는 말 속에 그의 인격이 보인다.

 

<동생이 형에게 말했다. “형님, 전에 어머니와 말싸움했던 게 생각나네요. 어머니는 소리만 지르시면서 제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셨지요. 결국 저는 어머니는 저를 이해하실 수 없어요. 우리는 세대가 다르니까요라고 말해버렸죠. 그런데 이제 우리 차례가 된 셈이에요.”

자네는 너무 너그럽고 겸손해서 탈이야. 나는 자네나 내가 저 애들보다는 옳다고 확신해. 우리가 약간 낡은 언어를 쓰고 구식인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저 애들처럼 확신에 차 있지는 않지만…….” > (60)

 

그러니 그는 시대가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 자기가 어머니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다. 어머니에게 세대 차이가 난다고 한 그 말을 지금 아들로부터 듣고 있다는 것,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명의 아버지가 있다. 그 아버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아들과 가까워지려고 한다. 그 눈물어린 정경을 살펴보자.

 

<아버지는 자신이 편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자주 강조했다. 어떻게 해서든 젊은 아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이었다.>(133)

 

바자로프의 아버지 이야기다. 격변하는 세상에 아들은 어느새 훌쩍 커서 품안에 들지 않고 떠나 버리고, 이제 아버지를 구시대 한 물 간 뒷방 노인 취급하며 말도 제대로 붙이지 않는다. 그런 아들을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이 문장에 눈물겹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또 하나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은 세대 차이, 진보와 보수간의 갈등만이 아니라, 남녀 간의 섬세한 감정의 흐름도 잘 보여주고 있다.

 

바자로프와 오딘초바 부인, 그리고 아르카디와 카챠의 관계.

그들 사이에 어떤 감정이 흐르고, 말들이 오가는지를 작가는 아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 네 사람 사이에 오고 간 말들, 사랑스럽고 철학적인 말들, 몇 개 옮겨본다.

 

<시간이란 때로는 새처럼 날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벌레처럼 기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빨리 가든지 늦게 가든지 의식조차 못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한 법이다.> (97)

 

<제가 불행하다고 하는 건.... 삶에 대한 욕망이나 열정이 없기 때문이에요.> (107)

 

<인간은 한 오라기 실에 매달려 있는 존재이고, 그 아래는 깊은 심연이 입을 벌리고 있지.> (117)

 

당신 자신을 가져오셨잖아요. 그보다 더 좋은 건 없어요.”(144)

 

사랑의 밀어 속에 철학이 묻어나니, 사랑은 사람을 철학자로 만드는 모양이다.

 

이 책, 인생을 생각하게 하고,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게 하며, 사랑 또한 생각하게 만든다.

역시 투르게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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