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원히 살아있네
장 도르메송 지음, 정미애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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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원히 살아있네

 

이 책은?

 

이 책 나는 영원히 살아있네는 소설이다.

분명 책 표지에 장 도르메송 장편 소설이라고 쓰여있으니, 소설이다.

 

저자는 장 도르메송, 일간 르 피가로주필로 정치 칼럼을 쓰고 오랫동안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 책 나는 영원히 살아있네는 그의 41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런데 이 책이 과연 소설이 맞는 것일까?

읽어가면서 자꾸만 '이게 소설인가?', '소설 맞아?' 하는 혼자소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 책에는 주인공과 줄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주인공, 주인공은 없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못 찾은 것인가?

그래서 일단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애를 썼다.

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아보았다. 찾았다. ‘라는 인물, 화자를 발견했다.

 

라는 화자는 처음 문장부터 등장한다.

오랜 시간 나는 어두운 숲을 떠돌았다.”(11)

 

그렇게 어두운 숲을 떠도는 는 곧 이어서 길을 나서고(21), 수천 년의 걸음을 내딛고서야 마침내 거대한 나일 강가에 닿게 된다. (22)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요약한 의 행적은 바로 수천 년의 걸음이란 표현 때문에 또 판단이 어렵게 되어 버린다. 수천 년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않는가? 그렇게 사람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언가 의심을 받게 된다. 어떤 의심? ‘는 한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 또는 가 실제 사람이 아니라, 어떤 것을 의인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일인칭 주어 가 계속해서 등장하니, 그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의 뒤를 따라가다 보니,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바로 영화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

그 영화에서 주인공인 포레스트 검프는 역사적 현장마다 등장한다.

카메오가 아니다. 실제 주인공으로 얼굴을 내민다.

 

역사의 현장마다 포레스트 검프는 등장하여 역사적 현장의 목격자가 된다.

그러니 현장에서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현장감 있게.

 

바로 이것이 아닐까?

역사의 현장에서 는 얼굴을 바꿔가면서 실제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이해를 하니 이런 문장들이 납득이 되기 시작한다.

 

<수세기가 하루처럼 지나갔다. 그러는 사이 나는 이집트 사람으로 환생했다.> (25)

<이제 이 자리, 인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변곡점에 나는 서 있다.> (33)

<나는 도처에 존재한다.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있다. 나는 이 시대에서 저 시대로 날아간다.> (44)

<그 무렵 나는, (……) 카트린 드 메디치의 시녀였던 것이다.> (150)

 

드디어 는 그 정체를 밝힌다.

<‘는 라 폼 드 팽에서 일하는 여종업원이면서 동시에 인류의 역사라는 점이다.> (165)

<나는 역사이다.> (311)

 

따라서 이 책은 소설이되, '역사'가 주인공이다.

역사가 주인공이니, 줄거리는 저절로 생긴다. 줄거리가 넘치고 넘칠 수밖에! 역사는 이야기가 아닌가?

해서 이 책은 소설 맞다.

역사가 주인공이 되어, 역사의 현장을 현재 진행형으로 현장감 있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것들을 인정하고 나서부터는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줄거리때문에 독자는 시간도 잊은 채 역사의 현장을 누비게 되는 것이다. 

 

나는 또한 트로이 사람이었다.”라고 시작하는 곳, 트로이에서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부인 헤카베를 만날 수 있었고, 그의 아들 헥토르, 파리스, 딸 카산드라의 행적을 따라가기도 하였다. 그리고 트로이 멸망 후 아이네이아스를 따라 카르타고를 거쳐 로마에 이르기까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읽게 되는 것이다.

 

또 여기 저기, 역사의 인물들을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숨이 가쁠 정도로.....

 

다시 이 책은?

 

그러면 저자에게 역사는 무엇이며, 그 역사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러 가지 답을 추릴 수 있겠지만, 다음 문장을 꼽아 보았다.

 

<산다는 것은 내게, 여러 모습으로 역사의 무대를 옮겨 다녔던 수많은 내게, 무엇보다 다양한 책을 읽는 행위였다.> (131)

 

저자가 90여 년간 이 땅에 살아오고 마지막으로 남긴 저서에서 역사를 주욱 훑어본 다음에  결론으로 말하길, 사는 게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저자는 책을 읽는 행위라고 답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발언으로 우리를 북돋는다. 책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요, 보물이라고.

 

<나는 책을 무척 좋아했다. 그것들은 나의 도구이며 나의 보물이었다. 성경, 일리아스, 무덤 너머의 회상,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즐겨 읽었다.> (311)

 

이 책은 소설로 그러한 역사 여행, 문학 기행의 길을 떠나게 한다. 그래서 삶의 의미와 역사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는, 참 특이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 주는 신기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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