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노래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배봉기 지음 / F(에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라지지 않는 노래 

 

이 책은?

 

사라지지 않는 노래, 이 책은 소설이다.

특이한 소재에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주제를 꺼집어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는 소설이다.

 

특이한 소재라 함은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을 말하는 것이다. 세계 몇 대 불가사의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모아이 석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으로, 저자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의 공간을 한편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만들어 내어 채우고 있다.

 

저자는 배봉기, 작가로, 그림책·동화·희곡·소설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소설의 무대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일컬어지고 있는 미스터리의 하나인 이스터 섬이다.

 

이 소설의 얼개는 액자소설로 되어 있는데, 이야기를 시작하는 화자인 는 친구로부터 어떤 기록을 건네받는다. 그 기록은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에 관련된 기록으로, 그 섬의 족장이 구술한 것이다. 그것을 화자인 3인칭에서 1인칭으로 바꾸어 <어느 족장의 이야기>라는 소설로 구체화 시켜 놓고 있다.

 

<어느 족장의 이야기> 라는 소설 속에 다시 또 하나의 이야기가 들어있으니, 화자인 부터 시작한다면 액자 속에 또 다른 액자가 들어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런 정리가 가능하다.

 

화자인 ’ - 친구로부터 이스터 섬에 관련된 기록을 입수한다.

소설 1 - 이스터 섬의 족장이 1인칭 화자가 되어 현재 진행형으로 섬에 일어나는 일을 구술한다.

 

소설 2 - 족장의 구술 속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 건립에 숨어 있는 이야기다. 소설 2우리는 이리 들었노라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어, 불교에서 부처의 제자들이 불경을 기록할 때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부처가 입적한 후 제자들이 모여 부처의 행적을 기록하면서 각자 자기들이 들은 바를 기록했다. 이것을 나는 이렇게 들었다.(如是我聞)’라고 한다. 이것을 차용하여 이 작품에서도 족장이 자기가 들은 바를 구술하는 형식으로 소설을 전개하고 있다.

 

소설 2에서는 이스터 섬에 모아이 석상이 세워지게 되는 사건을 기록한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이스터 섬에, 다른 섬에서 쫓겨온 장이(長耳), 귀가 큰 종족이 표류하다 도착하게 된다. 그들을 불쌍히 여겨 돌봐주고 보살펴준 단이(短耳)족은 얼마 후에 장이족의 지배를 받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단이족을 지배하게 된 장이족은 단이족이 반란을 꿈꾸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그게 바로 거대한 석상을 단이족으로 하여금 만들게 하자는 것이다.

 

단이족은 시간이 나면 이 석상을 만들기를 즐기지요.”

그래서?”

이걸 - 석상 - 만들게 하자는 겁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저들에게 딴 생각을 할 여유를 주지 않는 겁니다.

또 하나는 이 석상을 엄청나게 크게 만들어 세우게 하는 겁니다.

그건 저들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공포를 불러일으킬 것이고요.” (137-138)

 

그렇게 해서 이스터 섬에 모아이 석상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저자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스터 섬의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그 뒤로 단이족과 장이족의 물고 물리는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간이 흘러가고 이제 장이족과 단이족 그 가운데 제 3의 종족이 생겨나게 된다. 장이족 남자 단이족 여자, 또 장이족 여자 단이족 남자 사이에 아이들이 태어나게 되고, 그 아이들은 이도저도 아닌 제 3종족 혼혈족으로 구분되어 살게 된 것이다.

 

그 혼혈족에서 한 사람이 그 섬의 역사를 기억하는 노래를 만들어 퍼트리기 시작한다.

그게 이 소설의 제목이 되는 사라지지 않는 노래가 된다.

 

마치 호메로스가 <일리어드>와 <오디세이>를 노래하고 다녔던 것처럼, 사라지지 않는 노래는 어느덧 모든 섬의 종족들 입에서 불러지게 되고, 결국 하나의 부족으로 통일이 되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게 하나로 합해진 이스터 섬에 다른 이방족들이 들어온다.

바로 문명화된 서양 오랑캐 들이다. 그들을 이스터 섬의 주민들을 노예로 삼기 위해 .......

 

더 이상의 이야기는 생략한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검색해 보니, 맨처음 출간된 것은 2009년도인데, 이번에 재출간되었다.

 

당시 책은 <세계 미스터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모아이 석상의 비밀을 소재로 한 청소년소설로, 인류사와 인간사까지 꿰뚫는 큰 스케일과 만만찮은 깊이를 지닌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을 보니 청소년 교양소설로 씌여진 것 같은데, 이런 내용을 굳이 청소년 대상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해서 2019년 판에서는 <장편소설 사라지지 않는 노래2009년에 푸른책들의 청소년문학 시리즈로 처음 출간되었으나 청소년문학이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틀을 훌쩍 뛰어넘은 혁신적인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는 점도 참고할 일이다.

 

틀을 훌쩍 뛰어넘는 혁신적인 작품, 에 밑줄을 긋는다.

이 작품은 이 땅에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어떤 것이 평화를 해치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무너진 평화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형상화해 놓고 있다.

 

이 세상에 단지 두 부족만 살고 있는 것으로 상정하여, 두 부족간에 무엇이 서로를 다르게 만드는가, 하나의 다름이 또다른 다름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 이건 우리 인류의 역사다 - 아주 자세히,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역사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조그만 섬에 일어난 사건들이 실상 이 지구상에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해서 이 소설은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

 

사람들은 그래서 도끼나 활, 총을 들고 군가를 부를 게 아니라, 평화를 갈구하는 사라지지 않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 이 책은 강조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