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자 - 데카르트 역에서 들뢰즈 역까지
황진규 지음 / 달의뒤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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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자

 

이 책은?

 

철학은 언제 해도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다. 그 어떤 책을 읽어도 새잡이라는 생각이 든다.

철학책을 읽으면서 두 손을 벌리고 힘껏 붙잡으려고 하지만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책을 읽으면, 읽을 때는 손에 가득한 것처럼 여겨지다가 곧바로 손가락 사이로 줄줄 새버리는 철학, 철학, 철학.....

 

이 책, 철학자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자도 그중에 하나가 아닐지, 기대반 우려반 책을 펴들었다.

 

이 책의 장점

 

일단 읽고, 내 손안에 가득히 담았다. 비록 나중에는 다 사라져버릴지라도.

해서 우선 이 책의 장점을 몇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쪽수, 페이지가 많지 않다. 혹여 이런 것도 장점일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페이지 수가 많으면 읽기 전에 질리게 된다. 더군다나 이게 철학 아닌가? 철학이란 말만으로도 이미 한수 접고 들어가는데, 양까지 많으면 더욱 질리게 되고, 책 펴기를 망설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좋다230여 쪽으로 아주 적당하다

 

둘째, 소개하고 있는 철학자가 20명이다. 20명뿐이다.

이것 역시 많지 않아서 좋은 것이다. 실상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은, 우리가 알아야할 철학자는 몇 명 정도면 된다. 이 책에 소개하고 있는 20명 정도면 철학의 흐름을 잡는데도 충분하다.

 

셋째, 시작을 데카르트부터 한다. 이것 역시 시간 경제적인 면에서, 읽기가 좋다.

어떤 책들은 철학 하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하여 고대, 중세 등을 거쳐와야 되는 줄 알고, 철학자 리스트를 길게 잡아 늘이는데, 데카르드 정도면 철학을 제대로 시작한다는 차원에서 아주 적당한 출발선이다. 인간이 제대로 생각이란 주제를 가지고 생각하기 시작한 철학자가 데카르트니까.

 

넷째, 지하철이란 말을 이용한 철학 여행, 신선하다.

이 책은 데카르트로 시작하여, 지하철 노선도의 역처럼 20개의 역을 지나, 마지막 종착역인 질 들뢰즈에 도착하게 된다. 저자는 20명의 철학자를 4 개의 파트로 구분해 놓았는데, 지하철 노선도를 따라가면서 위치를 파악하듯이, 철학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다섯째, 개념 정리가 명확하다.

흔히들 말한다. 말을 길게 하는 건,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자기 자신이 잘 모르니, 모르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말 저말 하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말임은 분명하다. 이 책, 그 말에 비추어보면 저자는 확실히 안다. 그 어려운 철학 개념을 일목요연하게 딱부러지게 짚어주고, 맥을 잡아주고 있으니 말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앙리 베르그송 - “있음보다 하나가 더 많다.”

공간 중심으로 보면, “있음은 없음보다 하나가 더 많다고 말해야 옳다. 하지만 시간 중심으로 보면 분명 없음은 있음보다 하나가 더 많다”.

방에 사과가 없음을 인식하려면 먼저 사과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원래 아무것도 없는 방안에 있었던 사람에게는 사과가 없다는 인식도 없으니까 말이다. (124)

 

자크 라캉의 욕망의 환유연쇄’ (137-138)

라캉은 욕망의 연쇄가 환유적 방식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어떤 단어를 통해 그에 인접해 있는 다른 단어를 떠올리듯이 욕망이 환유적으로 이어지고 확장된다는 것이다.

 

자크 라캉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144)

라캉에 따르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욕망할 때, 그것을 내 의식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이미 내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타자의 욕망이 발현된 것일뿐이다.

 

장 폴 사르트르 존재, 실존, 탈존”(158-160)

실존이 본질에 앞서게 되는 어떤 한 존재, 그 어떤 개념으로도 정의되기 이전에 실존하는 어떤 한 존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바로 그 존재가 인간이다.”

 

다시, 이 책은?

 

다시 말하거니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개념 정리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철학이라면 흔히 가지게 되는 선입견, ‘길고 복잡해, 무슨 말인지 당최 모르겠어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밤나무에서 밤을 땄는데 껍질까지 다 벗겨지고 알밤만 손에 들어왔다고 표현하면 어떨지?

 

철학이 그래서 조금은 손에 잡히는 느낌, 이번엔 다르다.

그 기쁨을 나누기 위해, 여기 저자가 살펴보고 있는 철학자 20명을 소개한다.

 

첫째 주

근대철학의 아버지_르네 데카르트 / 인간의 맨얼굴을 폭로한 철학자_블레이즈 파스칼

신을 너무 사랑해, 무신론자가 된 철학자_베네딕투스 스피노자

의심과 경험의 철학자_데이비드 흄 / 서양철학의 저수지_임마누엘 칸트

 

둘째 주

기억의 관념론자_요한 고틀리프 피히테 /

변증법의 철학자_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자본주의를 엑스레이로 찍은 철학자_칼 마르크스/ 초인을 꿈꾼 철학자_프리드리히 니체

구조주의 언어학의 시조새_페르디낭 드 소쉬르

 

셋째 주

마음을 분석하는 철학자_지그문트 프로이트/ 시간의 철학자_앙리 베르그송

프로이트의 계승자_자크 라캉 / 마르크스를 다시 살려낸 철학자_루이 알튀세르

행동하는 실존주의 철학자_장 폴 사르트르

 

넷째 주

원주민을 사랑한 철학자_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천재 중의 천재 철학자_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패러다임의 철학자_토마스 쿤 / 도서관의 고고학자_미셸 푸코

서양철학의 끝판대장_질 들뢰즈

 

이 정도 소개면, 각각의 철학자들의 특성을 보여주는데 적당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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