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우리의
하늘이었다
이
책은?
제목이 신기하다.
아니
이상하다.
『바다는 우리의 하늘이었다』니,
무슨 말인가?
여기서 ‘우리’는 누구일까?
누구길래 바다가 하늘이라고
말하는가?
바다란 말이 나오는 것을 보니,
바다와 관련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하,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는 사람이 아니다.
고래다.
고래가 말하길,
생각하길,
'바다는 우리의 하늘'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단 그래서 이 책은 제목부터 흥미를
자아낸다.
저자는 패트릭 네스,
소설가이며 문학 비평가이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은?
고래가 주인공이며 화자인 소설,
그래서 소설이 보여주는 세상은
철저히 바다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야기도 고래가 살아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등장인물(?)을 보자.
먼저 고래이며 화자인 밧세바.
물론 본명은 아닐
터.
소설의 첫 번째 문장이 이렇게 시작한다.
<나를 밧세바라 불러다오.>(7쪽)
그런데 이 문장,
어디에서 본 기시감이
든다.
어디에서
읽었더라?
‘나를 이스마엘이라 불러다오.’라고 시작하는 소설,
그 소설 역시 바다를 무대로
고래와 한바탕 혈투를 벌이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허먼 멜빌의 오마주다.
패트릭 네스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오마주 하고 있는 것이다. 『모비 딕』을 그대로 뒤집어 바다를 하늘로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하늘과 바다가
평행을 달리고 있는
것처럼,
이 소설과 『모비 딕』은 모든게 평행이론에 해당한다.
해서 제목이
『바다는 우리의 하늘이었다』라고 한 것이다.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을 옮겨본다.
“너희 세계 말이야.
공기가 있는
아래쪽.”
“공기가 있는 위쪽이겠지.”
그가 내 말을
정정했다.
“관점의 차이일 뿐이야,
안 그래?”
“우리가 사는 곳을 너희는 그렇게
부르니?
심연이라고?”
“그래.
몰랐어?”
“몰랐어.
그저……”
그는 스쳐 지나가는 바닷속 풍경을
바라보았다.
짙푸른
바닷물,
차갑고 어두운 봉우리,
아스라이 어둠을 밝히는 우리
도시의 불빛,
별이 총총 박힌
우리의 하늘.
“우린 여기를 심연이라고
불러.”
(52~53쪽)
이 소설에 등장하는 유일한 인간인 드미트리우스와 밧세바의 대화에
나온다.
우리 인간이 생각하는 바다,
표면에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가
고래에게는 심연이라고.
인간 드미트리우스 외에 알렉산드리아 선장이
등장한다.
고래다.
그 고래는 ‘토비 윅’을 추적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모비 딕』에서의 에이해브 선장이 떠오를
것이다.
에이해브 선장은 백경에게 다리 한 쪽을
빼앗겼고,
알렉산드리아 선장은 토비 윅에게
작살을 맞아 이마에 그게 꽂혀 있는 채로 살아가는데 그로 인해 음파탐지기능을 상실한다.
이 역시
평행.
에이해브 선장이 백경을 끝까지 추적해
가듯이,
알렉산드리아 선장도 토비 윅을
추적한다.
끝까지.
결말은?
『모비 딕』과 평행을 이룬다고 했으니.......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우리가 사냥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사냥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냥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사냥하는 것,
모든 전쟁의
역설이었다.
(17쪽)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어디를 봐도 내리막길 밖에 없다는
뜻이다.
표적이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최고가 되고 싶다면 이미 최고의
자리에 있는 누군가를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 (45쪽)
“악마랑 싸우려면 악마가 되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지.”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밧세바,
그 싸움의 끝에는 결국 악마만
남는 거 아니야?”
드미트리우스가
말했다. (99쪽)
다시,
이
책은?
인간에게는 바다가 아래고 심연이 위였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인간이 사는
세상은 오직 바다 표면에서만 만났다.(15쪽)
그렇게 인간과 고래가 만나는 그 지점에서 왜 그 둘은 싸울 수밖에
없을까?
이 소설의 주인공 고래 밧세바는 인간과 화해하려는 의지를
내보인다.
평화의 사절로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고래 사냥을 거부하다 선창에 갇힌 인간 드미트리우스를 평화의 파트너로
설정하고 밧세바와 그 가능성을 논하게 한다.
그야말로 동물과 인간,
종을 뛰어넘는 교감과 소통을 하게
만들고 밧세바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평화의 깃발을 더 힘차게 흔드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이 이름을 기억하라.
밧세바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평화의
이야기로 전하라.’(1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