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세계
이 책은?
이 책 『푸른 세계』는 소설이다. <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 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소설.
저자는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저자의 모습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설 속에 저자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1973년 바르셀로나 출생. 배우이자 영화감독, TV·영화·연극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 그리고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평범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을 읽어보면?
<열네 살 때 암 선고를 받고 10년간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한쪽 다리를 잃었고, 폐와 간의 일부를 잃었다. 스물네 살이 되던 해에 비로소 병원을 떠나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젊은 시절에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던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난 친구들의 삶까지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이러한 세계관은 그의 작품들 곳곳에 잘 반영되어 있는데, 『푸른 세계』에도 그의 이런 세계관이 풍부한 상상력과 유머, 재치로 잘 녹여 그려낸다.>
이 책의 내용은?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등장인물은 화자인 ‘나’, 곧 죽음을 앞에 둔 소년이다.
이름은? 소설의 후반부에 나온다. 소로야(170쪽)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화가의 이름을 본따 짓는다.
칸딘스키, 마티스, 피카소, 달리.
심지어 개도 화가의 이름을 가진다. 반 고흐, 한쪽 귀가 없다.
그럼 소로야는 어떤 화가인지?
<호아킨 소로야 이 바스티다 [ Joaquin Sorolla y Bastida]
1863.2.27 ~ 1923.8.10.
근대 스페인 회화의 거장. 고향 발렌시아의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한 인상주의 화풍의 인물화와 풍경화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빠른 붓터치와 생동감 있는 색채 그리고 무엇보다 빛의 효과를 창출하는 데 뛰어나다.
대표작으로 <해변 위의 아이들 Children on the Seashore> (1903), <해변 산책 Walk on the Beach> (1909), <두 자매 The Two Sisters> (1909) 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호아킨 소로야 이 바스티다 [Joaquin Sorolla y Bastida] (두산백과)
역시 저자가 이 아이의 이름을 소로야 라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 작품에는 빛에 대한 언급이 유달리 많이 되고 있으며, 또한 해변을 바라보는 장면도 많이 등장하고 이는 것이다.
그러니 소로야의 시선을 빌려온 것이기에, 주인공의 이름을 그렇게 한 것이리라.
열한 살 때 아버지를 잃고, 그 후 7년이 지난 시점에 이야기는 시작된다.(9쪽)
<사흘 뒷면 나는 열여덟살이 된다. 그 나이가 될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그 날 아침 주치의를 만나기 위해 진료실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죽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10쪽)
그리고 이야기는 진행이 되어, 이윽고 소로야는 18살이 .......
소설의 줄거리는 죽음을 앞둔 소년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 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에 죽음을 맞이하러 그랜드 호텔이란 곳으로 가게 되는데......
푸른 세계란?
길어 다 소개하지 못한다. 라파엘 알베르티의 시에 등장하는 세계다.(168쪽)
나의 푸른색을 찾으러 돌아왔네,
나의 푸른색, 그리고 바람,
나의 광채,
내 삶을 위해 언제나 꿈꾸어온
파괴할 수 없는 빛,
(........)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이 소설은 줄거리 보다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철학적 발언들이 묘한 울림을 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 문장들을 새겨보기 위해 여기 옮겨 본다.
<사람은 가지면 가질수록 세상에 대한 애착이 커지고, 결국 잃는 것이 더욱 고통스럽다.>(17쪽)
<우편물을 받는다는 건 자기 집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21쪽)
<우리는 천년을 사는 게 아니라 하루를 산다. 그리고 그 다음에 하루, 그리고 또 하루 더.....>(25쪽)
<소리를 느끼려면 침묵이 필요해.>(79쪽)
이런 생각, 당연한데 지금까지 해 본 적이 없다.
<자식을 잃는 부모를 지칭하는 단어가 없다.>(109쪽)
고아는 부모를 잃은 아이,
홀아비, 과부 또는 미망인( 용어의 적절성에 대하여는 논외로 하자)은 배우자를 먼저 보낸 사람. 그런데 아이를 먼저 보낸 부모는?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자기 본연의 모습도 갖추지 못한다.>(148쪽)
<고통을 겪는 게 아니라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다.> (148쪽)
<너 자신이 되어라.
남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면 정복당하는 것이다.> (157쪽)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모든 것에 맞설 수 있다.> (160쪽)
다시, 이 책은?
아무래도 저자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소설이다.
어찌 보면 몽환적이고, 어찌 보면 매우 사실적인, 그래서 이 작품 안에 담긴 ‘나’의 발언이 무게를 지니고 다가온다.
“자연은 우리에게 말을 걸지만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바빠.”(180쪽)
이 책은 두고 두고, 새겨보며 읽어야 한다.
‘나’가 걸어오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 잠시 분주한 ‘바쁨’에서 벗어나 ‘푸른 세계’로 들어가 나와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