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만 보고도 "와~"하고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작은 책 표지안에 들어간 그림에는 감자가 주렁주렁 달린 줄기와 어린 소녀, 그리고 할머니가 함께 나와 있는데 그림이 너무 귀엽고 깜찍하다. 마치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같다는 생각이 들고 화살표로 나타낸 말들이 만화적인 상상력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이 이야기는 도시 아이 솔이가 시골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겪는 재미난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내 감자가 생겼어요]에서는 자주꽃 핀 감자를 자기거라 하던 솔이가 할머니와 감자를 캐면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자를 캐던 소리가 땅이 들썩거리는 것을 보고 이내 두더지를 따라 다니는 장면이 너무 귀엽다. 글로만 읽어도 귀엽지만 작게 그려진 그림이 너무 우스워서 이 그림을 보다 아이와 까르르 자꾸 웃게 된다. 솔이가 자기 감자를 찾다가 못찾겠다고 감자 하나를 휙 집어 던지자 할머니가 솔이에게 들려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감자는 할머니 혼자 가꾼게 아니라 가랑비랑 이슬이랑 뙤약볕이 함께 가꾸었다고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이 어떻게 심술을 더 부릴수 있을까? 할머니의 이 한마디에 너그러움이 한 없이 묻어난다.[또글또글 망개 목걸이]에서는 할머니 집 근처에 사는 까무잡잡한 시골 아이 상구와 망개 목걸이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다. 망개가 무엇인지 그림으로 보아서는 완두콩 같기도 하고 작은 매실 같기도 한데 청미래 덩굴이라고 한다. 까만 상구의 모습을 표현하는 그림도 너무 귀엽고 망개로 목걸이를 만드는 과정도 그림으로 나와서 참 이쁘다. 예쁜 목걸이도 만들고 팔찌도 만들어 주는 상구의 모습을 보면서 솔이가 더 이상 촌뜨기라 놀리지는 못할 거라고 책을 읽던 딸아이가 말한다. 그리곤 시골에 이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단다.[말 잘 듣는 호박]을 읽으면서 호박이 암수 꽃이 따로여서 호박을 나무라는 시늉으로 열매가 많이 열리기를 바라는 재미난 풍습도 알게 되었다. 할머니를 따라서 호박은 나무라던 솔이가 집에 와서는 함께 낮잠을 자던 엄마, 아빠에게 동생을 갖고 싶다고 혼내는 시늉을 할 때는 솔이의 천진함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꼬꼬꼬 닭이 아파요]에서는 물똥을 싸는 닭들을 위해서 솔이와 상구가 이질풀을 구해서 모래에 섞어주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서울로 떠나는 솔이를 따라와 방금 낳은 따뜻한 알을 주는 상구의 마음은 바로 농촌에 살고 있는 우리 친구들과 할머니의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각 이야기의 제목은 솔이의 그림일기장을 엿보는 듯이 소개되어 책의 깜찌함을 더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초등 2학년 짜리 딸 아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학년 어린이 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