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너의 존재감 르네상스 청소년 소설
박수현 지음 / 르네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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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네 마음은 어떠니?]

 

기말고사가 끝나고 중학교 다니는 딸아이는 연신 책속에 파묻혀있다. 딱 이주일동안만 자기가 하고싶은 대로 하겠다면서 그동안 몇번을 읽어댄 판타지소설을 다 꺼내서 무섭게 읽어대고 있다. 그렇게 책을 읽어대는건 내 딸아이의 자기 확인법일까? 그런 딸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는 못마땅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스럽기도 하다. 책제목에는 그리 꽂히지 않았지만 책을 손에 든 순간 , 만사제치고 이 책은 꼭 딸아이에게 읽혀야지!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짠해졌다고나 할까?

 

작가는 현직 교사인 사촌동생으로부터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매일 공부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잊고 사는 아이들, 세상을 향해 원인 모를 분노에 휩싸인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향해 어른들은 "나도 다 그렇게 자랐어. 뭐가 힘들다고 난리냐? 열심히 해."정도로 묵살을 시키기 일수이다. 돌이켜보건데 나 역시 그시절 눈에 쌍심지를 켜고 하려고만 하면 뭐든지 다 된다고 말하던 어른들이 이해되지 않고 공감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지금 아이들의 마음에는 수많은 고민과 이해할 수 없는 불안정한 감정들로 뒤죽박죽 되어있을 시기니까...

 

그런 아이들을 향해서 어떤 말을 해줘야 하나? 이해하는 듯한 어른들도 실제로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하나...이런 고민은 일선의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왔던 키딩 선생님이 아이들을 향해 '카르페디엠'을 외치면서 숨어있던 감성과 꿈을 일깨워주었듯이 이 책속 쿨샘은 존재감을 잃은 아이들에게 마음의 소리를 들으라고 두드려준다. 아무리 '이년아, 저년아'를 덧붙여도 아이들이 전혀 싫지 않은 것은 이미 쿨샘 마음이 자신들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상한 언어로 훌륭한 명언과 위인들의 치열할 삶을 입으로만 가르치는 쌤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선생 적잖이 등장하지..'

초입에는 그 정도 생각을 했었다. 아이들을 향해 쿨하게 말하고 하나씩 꿰뚫어 보는 듯한 태도가 특별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아~~"하면서 가슴이 두둥거리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마음과 꼭같이 쿨샘을 향해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적고 하나씩 버려가는 '마음알기 게임'을 하면서 부터였다. 아이들이 훌쩍이는 그때 아이들과 똑같이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한 나를 발견한다. 늘 마음의 소리에 귀를 닫고 머리로 움직이는 생각과 마음이 하는 소리를 혼동하면서 정작 나 자신을 발견하고 아껴주지 못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아이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 평생 살면서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일은 꾸준히 해야할 일이다. 여하튼 쿨샘이 제시한 자기 마음알기 게임, 생각과 마음을 구분해서 마음 일기를 쓰는 일은 여느 청소년 소설에서는 맛보지 못한 구체적인 사례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라 다를까 작가는 교사인 사촌동생의 실화에서 얻은 부분이 많다고 한다.

 

가족간의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을 의외로 많다 .내가 사는 삶의 틀에서 세상을 바라볼 뿐이지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은 많다. 그 삶을 다 이해하는 것은 무리이다.그렇지만 우선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알아주고 도닥거릴 줄 알면 주위 사람도 눈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이 서로를 향해

"000, 넌 요즘 어떠니?" 라고 물어주고 존재를 확인해 주면서 역으로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아주 힘들어 마음이 부서질 듯할 때 주문처럼 "괜찮아, 다 지나간다..."를 되뇌어주는 방법도 배웠다.

 

판타지 속에 빠져있던 딸이 오늘 아침에 손에 들려준 이 책을 학교에서 순식간에 다 읽었단다. 책을 읽는 중에 주위 아이들이 신경쓰여 울지도 못하고 참느라 너무 힘들었단다. 그리곤 내게 딱 한마디 했다.

 "마음일기~정말 감동적이야! 나도 쓸 수만 있다면 쓰고 싶어."

아이들 뿐 아니라 일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그리고 부모들도 모두 한번쯤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런 아이도 있다..보다는 아이들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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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1-03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들은 나날이 서류가 줄고 학교일도 줄며 월급은 느는데
막상 아이들하고 더 가까이 다가서는 일까지 주는 듯해요.
자꾸자꾸 공무원이 되고 마는 듯해요.
학교 교사들이 왜 이렇게들 바쁠까요.
책 하나 읽지 못하면서.

교사들이 먼저 읽고 학부모한테 소개해 주어야 할 책들일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