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설맞이 풍습 다시 엿보았어요

연이네 설맞이 ㅣ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
우지영 글, 윤정주 그림 / 책읽는곰 / 2007년 12월

 [잊혀졌던 설맞이 풍습 다시 엿보았어요]

도시라는 이유 외에도 지금은 모든 것이 간소화되어 예전에 누렸던 생활 풍습을 다시 찾아보기가 힘들다. 명절이 되면 그 맛과 멋을 느끼기 위해서 고궁이나 민속박물관을 찾아야만 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 새해 아침을 맞으면서 그래도 떡국이라도 끓여먹고 가족끼리라도 세배를 하자고 위안을 삼으면서 아이들과 [연이네 설먖이]책을 펼쳤다. 그리고는 잊혀졌던 설맞이 풍습을 이 한 권의 책 속에서 고스란히 맛보는 기쁨을 누렸으니..

다섯 살 즈음 되었으려나? 연이가 맞는 설풍경은 먼 기억속에서 우리가 더듬던 우리 민족의 그 설맞이 모습을 담고 있었다. 새해에 입을 설빔을 짓느라 방 한 가득 모여서 바느질에 여념이 없는 언니와 엄마와 할머니..그 가운데서 연이는 제 설빔은 언제 짓냐고 칭얼대다 잠이 든다.  그것도 큰 대자로 버선도 한 짝 벗어재낀채 말이다.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시며 바느질하는 할머니, 옷감을 다듬이질 하는 언니, 다림질 하는 엄마..그 방 한 가득 설빔을 짓는 모습만 봐도 가슴 한 구석이 가득찬 느낌이다.

이 책은 그런 정겨운 우리 설풍습을 매 장마다 가득 담고 있다. 여자들이 설빔을 짓느라 분주하다면 남자들은 덫을 놓아 꿩과 토끼를 잡고 참나무를 쪼개 윷을 만들고 사금파리를 곱게 갈아 연실에 먹여 멋진 연을 만든다. 그리고 힘께나 써야하는 떡매질은 남자들의 몫이다.

마당 한 가득 온 식구가 모여서 가래떡을 만들고 떡매를 치고 , 부엌에서는 녹두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고 정말 분주하게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 어디를 가나 빠지지 않는 연이는 이런 풍경을 보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졸린 눈을 비비고 섣달 그믐에 새해에 남기지 않을 음식을 온식구가 먹고 윷놀이도 하고 새해를 기다리면서 가슴이 온통 행복감에 젖지 않았을까?

섣달 그믐에 먹는 묵은밥이나 온 가족이 모여앉아 하는 윷놀이, 설음식 장만하기...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낯선 부분도 많기에 연이를 통해서 설맞이 풍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마지막에 연이가 고운 설빔을 입고 할아버지, 할머니께 세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은연중에 어른들을 공경하는 고운 마음씨까지 함께 받아들였으리라.  우리 아이들 오늘 아침에 가족과 함께 떡국 한 그릇씩 먹고 설빔대신 깨끗히 빤 옷을 입고 세배를 드리면서 우리 조상들이 새해를 맞는 모습을 조금은 배웠으리라 생각한다. 연이만큼은 아니지만 구정에는 갖은 음식도 하고 어른들께 세배도 다니면서 연이네 설맞이 흉내를 좀더 내보련다.

연이야~ 그 때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세배 드리러 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