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함께 얘기해 봐요!
제비갈매기 섬의 등대 좋은책어린이문고 3
줄리아 엘 사우어 지음, 최승혜 그림, 김난령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등대 섬에서 배운 배려의 크리스마스]

 

 

 

섬과 바다가 주는 이미지는 항상 기대감과 떨림을 갖게 하는 것 같다. 표지 그림과 제목만으로도 이 책이 주는 이미지는 그런 기대감을 내게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섬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질 일은 과연 무엇인지? 말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품는 이야기일거라는 추측과는 달리 제비갈매기 섬의 등대는 내게 인간에 대한 배려를 가르쳐 주었다.

 

제비갈매기 섬의 등대지기 노인은 모스 부인과 로니에게 등대에서의 2주를 부탁한다.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돌아올테니 등대에서 부탁한다는 노인의 말에 모스부인과 로니는 등대행을 결정한다. 모스부인은 노인을 대신해서 등대를 지킨다는 것보다 남편과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등대로 향했겠지만 어린 로니는 멋진 날을 기대하면서 등대로 향했을 것이다. 섬은 그렇다..별로 다를 것 없는 나날에 섬에 와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침묵속에서 소리내는 자연의 음성을 듣는 그런 곳말이다. 섬에서 생활하는 2주동안 분명 둘에게는 그동안의 생활에서 없었던 무언가가 마음 속에 쌓여가고 있었을 것이다.

 지루함도 느낄 사이 없이 찾아온 2주일이 되는 날 그들의 앞에 등대지기 노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린 로니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노인에 대해 엄청난 분개를 느끼지만 모스 부인은 달랐다. 침착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준비를 한다. 둘은 커다란 상자를 발견하는데 그 안에는  두 사람이 이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것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 갖은 재료와 물건이 들어있었다. 모든 것은 등대지기 노인이 꾸민 것이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략까지 세움에 로니는 더없이 분개한다. 그런 로니에게 모스 부인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나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녀의 말대로 노인에게는 사정이 있었다. 가족과 한 번도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못한 노인이 처음으로 조카들의 식구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고자 하는 이유에서였다. 무작정 약속을 지키지 않음에 화를 냈던 로니는 새롭게 세상을 보는 법을 크리스마스날에 선물받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배려였다. 약속을 지키지 않음을 탓하기 전에 그 사람에게 있을 사정을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바로 인간에 대해서 가져야 하는 배려임을 말이다.

 

잔잔한 톤으로 모스 부인과 로니의 섬에서의 일상을 쫒다가 이들이 발견하는 편지와 변하는 로니를 보면서 나 역시 갈매기 섬의 등대로부터 인간에 대한 배려라는 불빛을 선사받은 느낌이다. 로니가 등대 섬에서 배운 배려는 아마도 그동안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가운데 가장 크고 귀한 선물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