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수법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ㅣ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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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만나는(책은 실제로 3권이지만...) 살인 곰 서점의 이야기다. 역시나 우리의 주인공 하무라 아키라는 이번에도 등장하자마자 큰 부상을 입는다. 탐정 일을 하다 보면 부상은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다른 탐정들에 비해 많이 다치니...ㅠㅠㅠ 읽는 내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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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 중 서적이 다수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하무라는 맨션에 들어간다. 상태가 좋지 않은 책이 대부분이라 폐지로 넘기고, 또 다른 방에서 꽤 상태가 괜찮은 책을 찾아 정리하던 중 오래된 집의 바닥이 내려앉는 사고를 당한다. 바닥이 내려앉으면서 정신을 잃은 하무라는 공교롭게 그 일로 백골 상태의 두개골을 발견하게 된다.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있던 하무라는 경찰 조사에 의외에 추리를 제공해 범인을 잡게 된다. 당시 하무라와 경찰의 이야기를 듣던 전직 배우 아시하라 후부키. 퇴원을 앞둔 어느 날 한 여인 이즈미 사야가 하무라를 찾아온다. 그녀의 용건은 자신의 이모인 아시하라 후부키의 20년 전 실종된 딸 아시하라 시오리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몸 상태도 꽝이고, 법적으로 탐정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하무라는 거듭 거절을 했지만 몸이 좋지 않은 후부키의 이야기를 거절하지 말아달라는 사야의 말과 가뜩이나 병원비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무라에게 300만 엔이라는 돈은 절대 넘길 수 없는 제안이었다. 과거 2개의 탐정소에 사건을 맡겼고(한 곳은 딸이 실종되고 한 달 후 전직 경찰 출신인 이와고 가쓰히토에게 맡김. 또 한 건은 친척인 이시쿠라 다쓰야가 후부키의 재산을 노리고 맡김), 조사 내용에 대한 자료를 받게 된 하무라는 사건을 맡기 위해 도토 종합리서치의 사쿠라이 하지메에게 연락을 한다. 결국 모든 조사는 하무라가 하지만 계약은 도토 종합리서치와 아시하라 후부키(이즈미 사야) 사이에 맺어진다. 기존 탐정들의 조사를 바탕으로 사건을 추적해가는 하무라. 우선 첫 번째 탐정인 이와고 가쓰히토를 찾아가는 하무라는 뜻밖의 사실을 듣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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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큰 사건을 중심으로 중간중간 치고 들어오는 작은 사건들이 등장한다. 처음 사건을 맡게 되는 계기가 된 사건부터 시작해서 후부키 딸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중간중간 또 다른 사건도 하나 둘 해결하는 능력 많은 우리의 주인공! 역시나 사건을 해결해가지만, 역시나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하는 독보적인 탐정 하무라 아키라. 마지막의 여운이 기대를 한껏 자아내는데, 옮긴이의 글을 읽다가 기가 막힌 반전이 담겨있어서 순간 당황했다. 이런 것도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인 것일까? 제발 다음에는 다치지 않고 사건을 해결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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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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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느껴지는 밝고 화사한 느낌은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반전 있는 소설을 만났다. 스노우 엔젤...눈의 천사라고 해석되는 이 아름다운 이름의 정체는 신종 합성 약물이다. 약물에 접촉하면 천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약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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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부터 흡입력이 대단하다. 두 개의 장면이 등장하는데, 첫 장면은 신종 약물의 개발자에게 레시피를 빼앗기 위해 협박하는 장면이다. 이미 노인의 아내인 앤을 살해한 후, 미스터 샤로노프에게 다가가는 남자. 그에게 권총으로 협박하며 최후의 레시피를 내놓으라는 장면을 처음 접했을 때는, 최후의 레시피? 하얀 약물이 무엇인지 내심 궁금했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더 당황스럽다. 요란한 매미 소리에 신경이 쓰이는 남자는 왠지 모를 공포를 느끼고 있다. 무언가에 부딪친 소리가 난 후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에 좀비가 가득하다. 좀비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는 남자는 돌벽에 부딪친다. 좀비들은 점점 차 주변으로 몰려오고, 남자는 뒷좌석 쇠지레 자루를 들고 석조탑 위로 올라간다. 물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좀비들을 쇠지레로 처단하면서 말이다. 테라스에 오른 남자는 하늘에 떠 있는 천사를 만나게 되고 정신을 차렸을 땐 자신의 등에 날개가 돋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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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묘한 이야기의 진실은 이렇다. 한 남자가 보행자 전용도로를 광속으로 주행하며 보행자 십여 명을 들이받는다. 그리고 유명한 백화점 벽에 부딪친 남자는 뒷좌석의 쇠지레를 들고나가 사람들에게 무참히 휘두르며 백화점 꼭대기로 올라간다. 뒤쫓아온 직원들 앞에서 천사 머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래도 뛰어내려서 즉사한다. 조사 결과 남자 옆에서 발견된 약물. 바로 스노우엔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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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변호사 부부의 사망사건에 이상을 느낀 형사 진자이 아키라는 이 사건을 파헤친다. 사망한 남자 변호사의 고급 손목시계가 사라진 걸 안 진자이는 조사를 시작하고, 동료였던 여형사 히와라 쇼코는 그런 진자이를 돕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 검은 조직의 함정이었다. 결국 그들의 뒤를 밟던 중 히와라 쇼코는 사망하게 된다. 히와라를 죽인 5명의 범인은 사살했지만, 진자이는 형사일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경찰을 그만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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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약 단속반이자 후생노동성에 근무하는 미즈키 쇼코는 약물을 하고 사고를 낸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9년 전 사건 이후 법적으로 사망자가 된 진자이 앞에 나타난 선임 기자키 헤이스케는 진자이를 찾아와 누군가를 만나주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로 미즈키 쇼코다. 약물과 사건이 연관이 있다는 사실에 집중한 미즈키는 진자이에게 수사에 협조를 부탁한다. 결국 진자이는 스스로 마약 상이 되어 스노우 엔젤의 제조자 하쿠류 노보루를 찾아 나서게 되고, 결국 하쿠류 노보루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되는데...

마약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그런지, 스토리 몰입도가 엄청나다. 한번 책을 펼치면 궁금해서 마지막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걸 보면 마약만큼이나 중독성이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쉴 틈 없이 조여가는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내가 그 상황인 듯 두근대고 불안함 감정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2020 도쿄 올림픽이 미뤄졌지만(실제였다면 더 소름 끼쳤겠지만...) 소설 자체가 2017년 배경이라서 그런지 어색하지는 않다. 처음 만나는 작가였는데, 전 작(데블 인 헤븐)이후의 이야기라고 하니 꼭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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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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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강하게 와닿았다. 누구나 그런 마음을 품고 있지만, 내 입으로 차마 뱉어낼 수 없는 그 한 마디가 제목에 담겨있는 걸 보고 이 책은 그 어떤 책 보다 사실적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본인이 그렇다고 대놓고 쓴 작가인지라, 독설도 만만치 않겠구나 싶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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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강도가 상당했다.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속이 후련한 사이다급 발언들도 많지만, 작가의 반대편에 서서 공격을 당하는 입장이기도 했기에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내 지인 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겠구나..'에 생각이 미쳐 쓰린 속을 움켜 잡기도 했고, 또 다른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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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장의 싫은 객체(?)가 등장한다. 사람. 회사. 너. 나 이렇게 말이다. 근데 제목만 봐도 누구나 싫을 수밖에 없는 존재 아닐까? 싶기에 묘한 스릴이 느껴진다. 사람이 살면서 제일 힘든 것이 인간관계라고 하지 않나? 그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대놓고 쏴 대기 때문에 후련하기도 하다. 저자의 글을 보니 내가 인간관계의 하수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난 그저 단순하게 생각했던 건데,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역시 인간관계에도 머리가 있어야 한다는 걸..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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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인간관계에서 왠지 모를 반감(?)을 느꼈다면- 결혼한 사람에 대한 적대적인 이야기가 좀 있다. 아니 내가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공공의 적인 회사의 이야기를 읽으니 제대로 속이 시원하다. 내 얘기 같기도 하고, 한 번 이상 내가 느꼈던 감정이기도 하고, 울화통이 터지기도 핵 사이다기도 하다. 회사가 싫다의 첫 장을 넘겨 빨간 페이지의 담긴 글을 읽으며 정말 왠지 모를 울컥을 제대로 느꼈다. 사실 나 역시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될 거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엄청 유명인은 아니더라도, 나름 유능하고 스스로도 만족할만한 사람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에 눈물 쏟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겨우 이렇게 살라고 우리 부모님은 그 고생을 했던 건가...! 하는 생각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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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네가 싫다"에는 다시 연애 이야기가 등장한다. 근데 읽다 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꼴에 결혼한 게 마치 뭔가 이룬 것처럼, 뭔가 더 나은 사람처럼 생각했던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신혼 초와 현재는 상황이 워낙 다른지라, 주위에 싱글인 친구들이 물어보면 차마 거품을 물 정도는 아니지만 장단점이 있다는 이야기는 한다. 물론 언니들 말처럼 능력 있으면 그냥 혼자 살라는 말... 가끔은 나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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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내가 싫다"에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내가 싫지만 마냥 미워할 수는 없는 애증의 관계인 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를 막 욕하고 싶지만, 나마저 욕하면 나는 진짜 그런 상태(?)가 될 테니 말이다. 누군가의 독설과는 또 다른 참신한 맛이 있는 책이다. 때론 저자가 욕하는 상대가 돼서 반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책은 처음이다 싶다. 얼마 전 한 드라마에서 남자배우가 자기한테 욕하는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했던 말이 급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다. 한편 저자가 결혼을 하고, 결혼의 맛(+육아의 맛)을 보게 되어도 과연 지금같이 이야기할 수 있을지 급 궁금해지기도 하다. 그땐 혹시나 2편에서 사과의 글이 등장하는 건 아닐지 사뭇 기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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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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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신작을 만난 것 같은데, 정말 다작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작이 등장했다. 제목도 강렬한 파란색이 돋보이는 심판! 전 작 기억에서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도 역시나 등장하는 전생의 이야기. 물론 이번 책의 주 맥락은 전생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구심점을 갖는다. 역시나 독특한 세계관을 자랑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인지라 역시나 전작들 만큼이나 신기하긴 하지만, 심판의 배경이 되는 사후세계의 이야기가 조금은 익숙한지라(서양판 신과 함께 같은 느낌이랄까...?) 전보다는 낯설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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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였던 아나톨 피숑은 60세의 어느 날, 1/6 확률에 폐암 수술 중 사망한다. 당시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35시간 근무를 상당히 강조하며, 아나톨의 수술을 대충 하고 골프여행을 떠난다.(소설 속 이야기지만,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서 화가 났다. 물론 의사가 모든 병을 고칠 수는 없지만, 최선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또한 나중의 그의 사후 중대한 심판의 대상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아나톨은 다음 생을 결정하는 법정에 오게 된다. 사건번호 103-683번. 아나톨 피숑의 사후 법정에는 수호천사이자 변호인 카롤린과 검사 베르트랑 그리고 재판장 가브리엘이 배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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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 난 그저 행운이라고 믿었죠

카롤린 행운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일에 무지한 자들이 붙이는 이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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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의 죽음이 인정된 후(아나톨은 죽고 싶지 않아 했고, 자신의 큰 장애에 대해서도 들었지만 돌아가고 싶어 했다.), 구체적인 심판이 시작된다. 아나톨은 자신은 좋은 가장, 좋은 남편, 좋은 사람, 좋은 아버지, 좋은 직업인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검사인 베르트랑은 그런 아나톨의 삶 하나하나를 이야기하면서 그의 삶은 판단한다. 검사가 구형한 죄목은 천생연분을 만나지 않은 죄, 자신의 역량을 최고로 발휘하지 않고 그저 때에 맞춰 산 죄 등 현재의 우리가 보기에 이해 가지 않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오히려 바람을 피우지 않고, 그저 삶에 즐거움 없이 무료하게 산 것이 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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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잠자리라는 별명을 가진 무용수였던 아나톨의 삶에는 판사가 아닌 연극배우가 주어진 역할로 더 탁월했다는 검사의 이야기와 함께 자신이 관심 가졌던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자 갑자기 재판정은 검사가 변호사로 바뀐듯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또한 재판에 참여하는 3명의 전생 이야기와 함께, 앙숙같이 보이는 변호인 카롤린과 검사 베르트랑이 생 전 이혼한 부부였다는 사실과 그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캐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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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식으로 꾸며진 책인지라,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읽어갈 수 있었다. 때론 독자가 마치 배우가 되어 한 줄 한 줄을 읽다 보면 마치 내 이야기인 양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도 흥미로웠다. 전 작들에 비해 짧지만 역시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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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 :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 ㅣ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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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자에게 역경은 기회다.

그는 그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예상한다.

그는 그 고통을 극복하려는 진정한 노력을 통해 자신도 놀랄 만한 인간으로

승화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안다.(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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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의 4권의 시리즈가 마침내 마무리되었다. 차례대로 읽었으면 좋았겠지만, 내가 작가를 알게 되었을 때 이미 3권이 발간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3권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었다. 딱딱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고 조용한 시간에 한 템포씩 읽으면 좋을만한 글들이기 때문에 요즘같이 거리 두기로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진 시점에 읽는다면 잔잔한 울림이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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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수련-정적-승화의 4권의 공통점이라면 2자짜리 제목과 함께 각 구성이 28장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중 승화의 경우 각 장마다 좀 더 심화된 승화의 단계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총 4개의 챕터(응시, 엄격, 명료, 승화) 안에 7개의 장이 담겨있다. 서울대 교수 출신이자, 고전 문헌학자이기에 까다롭고 어려운 단어가 가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다행히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물론 정적을 읽으며 이미 경험해봤기에 이번에는 그저 기대만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가 마치 일기처럼 등장하기도 하고, 각 장의 주제에 맞는 책의 이야기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 여러 번 등장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전공분야가 고전문헌이라서 그런지 종교에 관련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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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뾰족하고 각지게 살아왔던 터라, 저자의 둥글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난 부분이 깎여나가면서 둥글게 변하기 마련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깎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아픔이 존재한다. 승화의 단계 역시 고통이 따르고, 스스로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 아픔을 오롯이 이겨냈을 때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승화한 자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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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몸은 부모로부터 빌려 태어났기에 다시 태어날 수 없지만, 정신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한마디가 상당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객관적이고자 노력한 글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정적과는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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