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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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강하게 와닿았다. 누구나 그런 마음을 품고 있지만, 내 입으로 차마 뱉어낼 수 없는 그 한 마디가 제목에 담겨있는 걸 보고 이 책은 그 어떤 책 보다 사실적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본인이 그렇다고 대놓고 쓴 작가인지라, 독설도 만만치 않겠구나 싶긴 했지만...^^;;

생각보다 강도가 상당했다.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속이 후련한 사이다급 발언들도 많지만, 작가의 반대편에 서서 공격을 당하는 입장이기도 했기에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내 지인 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겠구나..'에 생각이 미쳐 쓰린 속을 움켜 잡기도 했고, 또 다른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총 4장의 싫은 객체(?)가 등장한다. 사람. 회사. 너. 나 이렇게 말이다. 근데 제목만 봐도 누구나 싫을 수밖에 없는 존재 아닐까? 싶기에 묘한 스릴이 느껴진다. 사람이 살면서 제일 힘든 것이 인간관계라고 하지 않나? 그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대놓고 쏴 대기 때문에 후련하기도 하다. 저자의 글을 보니 내가 인간관계의 하수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난 그저 단순하게 생각했던 건데,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역시 인간관계에도 머리가 있어야 한다는 걸.. ㅠ

아마 인간관계에서 왠지 모를 반감(?)을 느꼈다면- 결혼한 사람에 대한 적대적인 이야기가 좀 있다. 아니 내가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공공의 적인 회사의 이야기를 읽으니 제대로 속이 시원하다. 내 얘기 같기도 하고, 한 번 이상 내가 느꼈던 감정이기도 하고, 울화통이 터지기도 핵 사이다기도 하다. 회사가 싫다의 첫 장을 넘겨 빨간 페이지의 담긴 글을 읽으며 정말 왠지 모를 울컥을 제대로 느꼈다. 사실 나 역시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될 거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엄청 유명인은 아니더라도, 나름 유능하고 스스로도 만족할만한 사람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에 눈물 쏟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겨우 이렇게 살라고 우리 부모님은 그 고생을 했던 건가...! 하는 생각도 하고 말이다.

3번째 "네가 싫다"에는 다시 연애 이야기가 등장한다. 근데 읽다 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꼴에 결혼한 게 마치 뭔가 이룬 것처럼, 뭔가 더 나은 사람처럼 생각했던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신혼 초와 현재는 상황이 워낙 다른지라, 주위에 싱글인 친구들이 물어보면 차마 거품을 물 정도는 아니지만 장단점이 있다는 이야기는 한다. 물론 언니들 말처럼 능력 있으면 그냥 혼자 살라는 말... 가끔은 나도 한다.

마지막 "내가 싫다"에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내가 싫지만 마냥 미워할 수는 없는 애증의 관계인 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를 막 욕하고 싶지만, 나마저 욕하면 나는 진짜 그런 상태(?)가 될 테니 말이다. 누군가의 독설과는 또 다른 참신한 맛이 있는 책이다. 때론 저자가 욕하는 상대가 돼서 반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책은 처음이다 싶다. 얼마 전 한 드라마에서 남자배우가 자기한테 욕하는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했던 말이 급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다. 한편 저자가 결혼을 하고, 결혼의 맛(+육아의 맛)을 보게 되어도 과연 지금같이 이야기할 수 있을지 급 궁금해지기도 하다. 그땐 혹시나 2편에서 사과의 글이 등장하는 건 아닐지 사뭇 기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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