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화 :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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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자에게 역경은 기회다.

그는 그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예상한다.

그는 그 고통을 극복하려는 진정한 노력을 통해 자신도 놀랄 만한 인간으로

승화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안다.(p.39)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의 4권의 시리즈가 마침내 마무리되었다. 차례대로 읽었으면 좋았겠지만, 내가 작가를 알게 되었을 때 이미 3권이 발간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3권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었다. 딱딱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고 조용한 시간에 한 템포씩 읽으면 좋을만한 글들이기 때문에 요즘같이 거리 두기로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진 시점에 읽는다면 잔잔한 울림이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심연-수련-정적-승화의 4권의 공통점이라면 2자짜리 제목과 함께 각 구성이 28장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중 승화의 경우 각 장마다 좀 더 심화된 승화의 단계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총 4개의 챕터(응시, 엄격, 명료, 승화) 안에 7개의 장이 담겨있다. 서울대 교수 출신이자, 고전 문헌학자이기에 까다롭고 어려운 단어가 가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다행히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물론 정적을 읽으며 이미 경험해봤기에 이번에는 그저 기대만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가 마치 일기처럼 등장하기도 하고, 각 장의 주제에 맞는 책의 이야기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 여러 번 등장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전공분야가 고전문헌이라서 그런지 종교에 관련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세상을 뾰족하고 각지게 살아왔던 터라, 저자의 둥글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난 부분이 깎여나가면서 둥글게 변하기 마련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깎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아픔이 존재한다. 승화의 단계 역시 고통이 따르고, 스스로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 아픔을 오롯이 이겨냈을 때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승화한 자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저자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몸은 부모로부터 빌려 태어났기에 다시 태어날 수 없지만, 정신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한마디가 상당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객관적이고자 노력한 글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정적과는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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