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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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신작을 만난 것 같은데, 정말 다작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작이 등장했다. 제목도 강렬한 파란색이 돋보이는 심판! 전 작 기억에서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도 역시나 등장하는 전생의 이야기. 물론 이번 책의 주 맥락은 전생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구심점을 갖는다. 역시나 독특한 세계관을 자랑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인지라 역시나 전작들 만큼이나 신기하긴 하지만, 심판의 배경이 되는 사후세계의 이야기가 조금은 익숙한지라(서양판 신과 함께 같은 느낌이랄까...?) 전보다는 낯설지는 않았던 것 같다.

판사였던 아나톨 피숑은 60세의 어느 날, 1/6 확률에 폐암 수술 중 사망한다. 당시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35시간 근무를 상당히 강조하며, 아나톨의 수술을 대충 하고 골프여행을 떠난다.(소설 속 이야기지만,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서 화가 났다. 물론 의사가 모든 병을 고칠 수는 없지만, 최선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또한 나중의 그의 사후 중대한 심판의 대상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아나톨은 다음 생을 결정하는 법정에 오게 된다. 사건번호 103-683번. 아나톨 피숑의 사후 법정에는 수호천사이자 변호인 카롤린과 검사 베르트랑 그리고 재판장 가브리엘이 배석한다.

아나톨 난 그저 행운이라고 믿었죠

카롤린 행운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일에 무지한 자들이 붙이는 이름이에요.

아나톨의 죽음이 인정된 후(아나톨은 죽고 싶지 않아 했고, 자신의 큰 장애에 대해서도 들었지만 돌아가고 싶어 했다.), 구체적인 심판이 시작된다. 아나톨은 자신은 좋은 가장, 좋은 남편, 좋은 사람, 좋은 아버지, 좋은 직업인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검사인 베르트랑은 그런 아나톨의 삶 하나하나를 이야기하면서 그의 삶은 판단한다. 검사가 구형한 죄목은 천생연분을 만나지 않은 죄, 자신의 역량을 최고로 발휘하지 않고 그저 때에 맞춰 산 죄 등 현재의 우리가 보기에 이해 가지 않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오히려 바람을 피우지 않고, 그저 삶에 즐거움 없이 무료하게 산 것이 죄라니...!

전생의 잠자리라는 별명을 가진 무용수였던 아나톨의 삶에는 판사가 아닌 연극배우가 주어진 역할로 더 탁월했다는 검사의 이야기와 함께 자신이 관심 가졌던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자 갑자기 재판정은 검사가 변호사로 바뀐듯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또한 재판에 참여하는 3명의 전생 이야기와 함께, 앙숙같이 보이는 변호인 카롤린과 검사 베르트랑이 생 전 이혼한 부부였다는 사실과 그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캐미를 선사한다.

희곡 식으로 꾸며진 책인지라,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읽어갈 수 있었다. 때론 독자가 마치 배우가 되어 한 줄 한 줄을 읽다 보면 마치 내 이야기인 양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도 흥미로웠다. 전 작들에 비해 짧지만 역시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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