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생존 코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비즈니스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혁신의 비밀 ㅣ 서가명강 시리즈 29
유병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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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분명히

스티브 잡스식의 '미친' 듯한 헌신과 집중이 있어야만

실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렵고, 그래서 힘든 길이지만, 그래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극복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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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 29번째 주제는 경영의 디지털화다. 사실 제목만 봐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어가 가득한 이 제목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참고로 나는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다;;;) 서가명강 시리즈를 계속해서 읽어오지 않았다면,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이 책을 잡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요즘 들어 자꾸 제목에서 미끄러지게 되는데(그래서 기대 없이 읽었다가 만족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흥미롭고 실제적인 주제였다. 현재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면, 피와 살이 되는 내용일 테고, 설령 그렇지 않아도 현재 사회의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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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에 담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 DT)이 무슨 뜻일까?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비대면"이 아닐까 싶다. 대면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면서, 상당수 업무를 비대면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작업들이 온라인상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이루어졌다. 전통적인 사회의 구조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된 것이 바로 디지털 전환이다. 예를 들자면,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AI), 플랫폼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때문에 DT가 일어났냐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물론 코로나 시기가 DT를 가속화한 것은 맞지만, 그 이전에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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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는 여러 기업들의 DT 이야기가 담겨있다. DT를 안 할 수는 없냐는 물음에 과감히 "절대 아니오"라고 답한다. 이미 가속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기업이 디지털화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조용히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디지털화를 이루어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가 디지털화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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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시장에 물건을 내놓을 때 여러 번의 확인과 사용을 통해 완벽한 제품을 내놓았다면, 현재는 6~70% 정도 완성된 상품을 누구보다 빠르게 시장에 내놓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 보니 시장의 반응에 따라 철수할지 업그레이드할지를 결정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특정 사업에서만 일어난 현상은 아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업, 카페, 운동화 회사, 음식점, 의류 등 다방면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나이키와 스타벅스, 버버리를 비롯하여 언더아머(스포츠 브랜드) 등을 통해 저자는 우리 생활 속 실제 기업들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전환을 설명한다. 반대로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되지 않은 기업들이 어떻게 도태되었는지 역시 함께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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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DT를 선도하는 기업들, DT에 성공을 이룬 기업들의 생존전략 중 하나는 빠른 의사 처리였다. 실무자부터 CEO까지 올라가는 의사결정 단계의 속도가 제품 개선과 발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대기업과 네이버의 비교는 흥미를 자아냈다. 디지털화의 복병으로 조직문화와 관리를 들 수 있는데, 힘들게 전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다. 저자는 그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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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조직은 이렇게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제도 아래서

나오는 것이다.

기존의 조직이 커지면 혁신성을 상실하는데,

이때는 조직을 분사해서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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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마지막 장을 통해 미래의 주된 고객이 될 MZ세대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플랫폼이나 디지털화에 대한 기술적인 능력이겠지만, 무엇보다 전체 조직이 하나의 마음으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빠르게 대처할 준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제 DT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마지막 생존 코드라는 제목은 바로 그런 현실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분명히

스티브 잡스식의 ‘미친‘ 듯한 헌신과 집중이 있어야만

실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렵고, 그래서 힘든 길이지만, 그래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극복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혁신적인 조직은 이렇게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제도 아래서

나오는 것이다.

기존의 조직이 커지면 혁신성을 상실하는데,

이때는 조직을 분사해서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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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쫌 아는 10대 - 프로이트 vs 니체 : 내 안의 불안은 어디에서 왔을까? ㅣ 철학 쫌 아는 십대 2
이재환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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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까와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도 마찬가지야.

사람이면 누구나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너희만 불안한 게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조금씩 가지는 불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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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철학을 논하는 철학 쫌 아는 10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을 만났다.(사실 나는 처음 접하는 책이었는데, 시리즈로 나오는 책이었다.) 책 중간중간(책 속에 등장하는 상담교사와 영민, 다빈, 재영이 전에 다루었던 철학자에 관한 이야기- 나다움 쫌 아는 10대)에 전 작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참고로 전작은 데카르트와 레비나스의 철학에 관한 이야기였다. 시험을 앞두고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영민은 상담을 요청한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 영민이 품고 있는 불안의 원인이었다. 교사는 영민과의 대화를 통해 프로이트와 니체의 철학을 녹여낸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인 프로이트는 근래의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니체는 상당히 옛날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었는데 둘이 10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동시대의 활동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불안의 근원을 시작으로 교사는 프로이트의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전 상담에서 다룬(전 작에 등장한) 데카르트의 철학은 "나"와 "생각하는 존재"에 초점을 두었던 것에 반해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초점을 둔다. 무의식 -전의식-의식과 같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통해 불안이라는 감정은 무의식 때문에 불거진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 등장하는 니체 역시 그와 맥락을 같이 한다. 니체는 불안의 원인을 인간의 태도와 생각에서 찾았다. 삶의 기준이 "나 자신" 이 아닐 때 불안을 느낀다고 했다. 니체도 프로이트도 인간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인간 본연 실수나 잘못에 있다고 보지 않았다. 물론 두 철학자의 접근에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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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을 쓰고, 다른 사람이 제시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남이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하잖아.

이런 게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길들여지는 거겠지.

니체는 그런 사람을 노예라고 말해.

삶의 주인이 되라고 하는 말은 그렇게 길들여지지 말고

자신의 기준과 가치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소질을 있는 그대로 길러내라는 의미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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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체로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주고받고 또 정리를 하는 식으로 책이 구성되기 때문에, 읽기 어렵지 않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에 깊이 면에서는 상당히 난이도가 있기 때문에 여러 번 읽어보는 게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남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을 쓰고, 다른 사람이 제시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남이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하잖아.

이런 게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길들여지는 거겠지.

니체는 그런 사람을 노예라고 말해.

삶의 주인이 되라고 하는 말은 그렇게 길들여지지 말고

자신의 기준과 가치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소질을 있는 그대로 길러내라는 의미야.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까와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도 마찬가지야.

사람이면 누구나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인간이면 누구나 조금씩 가지는 불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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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범죄 대책과 시라타카 아마네
가지나가 마사시 지음, 김은모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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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조직범죄 대책과 형사 시라타카 아마네. 그녀는 처음 경찰이 되었을 때 맡았던 레이나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그녀의 촉대로 진행했다면 해결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이 마음 한편에 깔려있다. 그렇기에 어떤 사건도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겠다는 마음에 누구보다 명확하고 날카로운 눈썰미와 사건을 바라보는 남다른 관점의 소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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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관내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특이한 점이라면, 대낮에 이노카시라공원 벤치에 피해자가 앉아있었는데 복장이 기묘했고(피에로 복장), 볼 한쪽에 1/TXX라는 글씨가 쓰여있었다. 평소 그 공원은 공연이 종종 이루어 지던 공원인데 공연 전에 공원관리소에 사전 신고를 해야 했다. 워낙 자주 공연이 이루어지기에, 지나가는 사람들 역시 피해자를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공연 관리인이 신고되지 않은 공연에 의아함을 품고 피해자에게 다가갔다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아마네의 관할서뿐 아니라 본청까지 연계된 대규모의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 전 연인이자 현재 본청인 경시청에 소속된 구사노가 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피해자의 볼에 남겨진 TXX가 복어 독인 테트로도톡신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황에서, 아마네는 그 앞에 1이 앞으로 일어날 연쇄살인의 번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두의 관심이 쏠려있는데다가, 과거 아마네와 레이나 사건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은 후쿠카와는 아마네의 의견에 불쾌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마네의 촉대로 두 번째 피해자가 발생했고, 그의 몸에서 2/TXX라는 문구를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 피해자와 두 번째 피해자 사이에 별다른 연결점을 찾지 못한 수사관들은 초조해지고, 새롭게 조를 편성해서 각자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던 중 세 번째 피해자가 발견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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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연관 없는 사건의 피해자들 사이에 발견된 접점은 아마네와도 연관이 있다. 사실 레이나 사건의 경우 6살 아이가 실종된 지 1년 만에 물가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비슷한 류의 사건이 일어났던 터라, 경찰은 이 사건을 연쇄 실종 사건이라 판단하고 중요한 혐의점을 놓쳐버린 실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 사건과 레이나 사건이 어떤 연결이 되어 있었던 것일까? 복어독을 이용한 살인사건의 배후는 누구이며, 그는 무엇을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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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잃고 평생 가슴 앓이를 하며 살아온 부모의 입장에서 자신의 딸에 대한 억측과 상처되는 말을 남긴 글들을 발견했다면 얼마나 피눈물이 흐를까? 책의 중반부까지만 해도 전혀 사건의 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세 번째 사건이 발생할 즈음 우연히 보게 된 댓글 한 줄이 다시금 아마네의 촉을 건드리고, 사건은 풀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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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독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지만, 맹독을 가졌다고 하는 자주복의 경우 40% 정도만 맹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맹독의 경우 소량만 섭취해도 마비는 물론 사망에 이를 정도로 무시무시한데, 독을 섭취한 경우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까지 의식을 살아있다고 한다. 바로 그 점을 노리고 범인은 범행을 계획했다고 말할 수 있다. 얼마나 가슴에 사무쳤으면 이런 일을 벌였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씁쓸한 마음은 가눌 수 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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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닿을 수 없는 너의 세상일지라도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팩토리나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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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듦새가 아무리 허술한 이야기라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 꿈이 현실이 되기를 기도했다.

아니,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우리 관계는 이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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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세계는 기억을 지울 수도, 새로운 기억을 이식할 수도 있는 세상이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기억을 심기도, 지울 수도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의억( 나노로봇에 의한 기억 개조 기술이 만들어낸 가공의 기억) 덕분에 아마가이 치히로는 의억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다. 아버지는 여러 명의 아내의 의억을, 어머니는 치히로 말고 다른 자녀의 의억을 구매했다. 물론 치히로는 그 안에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성인이 된 치히로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지워주는 나노로봇인 레테를 구매하기 위해 돈을 모은다. 알약 하나로 기억을 지우고 이식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였을까? 치히로와 상담한 상담사의 실수 때문인지, 레테(특정 시기의 기억을 제거해 주는 나노로봇)이 아닌 그린그린(가공의 청춘 시절을 제공하는 나노로봇)이 도착했고 당연히 레테일 거라 생각한 치히로는 설명서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그린그린을 먹고 만다. 그날 이후로 치히로에게는 첫사랑의 기억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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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나기 도카. 소꿉친구였던 도카는 치히로의 첫사랑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카와의 관계가 어그러질까 봐 도카에게 직접적으로 고백하지 못한다. 물론 도카 역시 치히로는 좋아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특정한 장소와 특정한 물건, 특정한 경험이 떠오를 때마다 도카와의 기억은 조금씩 더 선명해진다. 천식을 앓는 도카가 쓰러진 날, 치히로는 도카를 앉고 병원으로 달린다. 다행히 도카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름 축제일 유카타를 걸친 도카와 비슷한 여자를 본 순간, 치히로는 혼란에 휩싸인다. 의억 속 의자(의억 속 가공의 등장인물)일 뿐인 도카를 찾아 헤매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의억에 휘둘리지 않겠다 결심한 치히로는 레테를 먹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도카에 대한 기억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고, 기억 속 도카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날도 레테를 먹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옆집인 202호 문이 열리면 나쓰나기 도카가 등장한다. 둘은 서로를 알아본다. 얼마 전 선배인 에모리로 부터 연애 사기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터라, 치히로는 도카의 등장이 못내 의심스럽다. 혹시 사기가 아닐까 싶어서다. 그런 도카는 수시로 치히로의 집을 찾아오고, 음식을 만들어 놓고, 치히로의 빨래를 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치히로 주변에 머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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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자꾸 해피엔딩이길 원하지만, 생각지 못한 상황의 진실이 드러난다. 꼬이고 꼬인 이들의 기억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어디까지가 과연 진짜 기억일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나갔는데, 생각지 못한 복병을 마주한다. 어린 시절 기억을 지우고 싶은 치히로와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사라져가는 도카. 이 둘의 기억과 그 안에 담긴 사랑이 못내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신형 AD(알츠하이머병)를 앓는 의억기공사 도카와 그녀를 통해 의억을 갖게 된 치히로. 과연 미래에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날이 올까? 기억은 서로가 공유해야 더 애틋하고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설령 누군가가 세상에 없을지라도, 그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과연 모든 게 사라진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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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논드호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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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은 똑같아. 허락받지 못한 탄생이니까.

허술하고 나태한 관리에 용케 살아남았다고 해도 별 수 없어.

죽은 것만 못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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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더 이상 땅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의 계속된 환경파괴 덕분에 남북극의 얼음이 다 녹아내리고, 인류가 살 수 있는 땅은 점점 줄어든다. 위기를 느낀 인간은 성경의 노아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배를 만들기 시작한다. 총 19척의 배가 완성되었고, 한 배당 300만 명이 살 수 있게 된다. 물론 모두가 배에 거주할 수는 없었다. 처음 설계를 시작한 사람, 배를 만드는 데 상당한 돈을 들인 사람, 그리고 실제로 배를 만드는 데 노동력을 제공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 지인들이 탑승하게 된다.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그곳에서의 삶은 달라졌을까? 인류가 가지고 있던 각종 부조리와 불평등, 불합리는 사람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오히려 더 심각하면 심각했지, 좋아지지 않았다. 수호 그룹과 37주거단지촌.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로 나뉘어 한쪽은 많은 것을 누리고 살고, 한쪽은 인간다운 삶조차 영위하지 못하게 된다. 37주거단지촌의 거주민에게는 결혼도, 출산의 자유도 없다. 그저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찾아 헤매는 악취나는 삶만 주어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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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3년여 앞둔 어느 날, 한 명의 전학생이 들어온다. 그들만의 리그 수호 그룹에 속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안락한 삶이 주어진다는 뜻이지만, 문턱을 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렇기에 전학생 몬구의 존재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또 한 명 산도. 그는 10년 전 다마논드 사립학교에 편입되었다. 그전까지는 37주거단지촌에서 삼촌 마요와 함께 살았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산도는 자신이 어떤 이유로 수호 그룹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저 자신의 부모가 오래전 사망했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수호 그룹 안에 들어왔지만 다마논드 학생들은 산도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 그 역시 이 학교만 졸업하면 그나마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기에 참을 뿐이다. 하지만 전학생 몬구는 달랐다. 거침없는 몬구를 보며, 산도는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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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는 오랜 연인 수지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임신한다. 결혼도 출산도 할 수 없는 37주거단지에 거주하는 사람임에도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임신 사실을 숨겼다. 밝혀진다면 낙태를 하거나, 설령 출산하더라도 아이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요는 다마논드 국립학교의 관리인으로 취업을 할 수 있었다. 산도를 키워준 대가로 선장 보리스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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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천제를 앞두고 심각한 병에 걸린 왕부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용왕의 선택을 받은 왕부는 다마몬드호의 큰 권력의 상징이다. 그리고 왕부와 그의 제자들은 평생의 삶이 보장되지만 왕부가 교체되는 순간 그들의 삶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다. 왕부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세력의 조종을 받는 도구일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왕부를 교체하려는 세력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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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만큼이나 다마몬드호 속 인물들의 삶은 참 처절하고 가슴 아프다. 누군가는 자신이 가진 것을 누리고, 타인의 것을 빼앗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땅에서 배로 삶의 장소만 옮겨졌을 뿐이지, 어느 것 하나 바뀐 게 없다. 오히려 제한된 장소 안에서 더 처절하고 끔찍한 행위들이 자행될 뿐이다. 해천제라고 부르는 그날은 모두가 바깥출입이 되지 않는다. 용왕의 말이 전해지는 날이기 때문에 거동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 속내는 다르다. 그날 배 속에 가득 찬 더러운 오염물질들이 배 밖으로 쏟아져 내린다. 금서로 불리는 책에는 인류가 땅에서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하지만, 가진 자들은 땅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금도 충분히 누리면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배라는 갇힌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작품이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그 이후의 이야기가 후속편으로 등장하면 좋겠다. 끝이 개운치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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