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메아리처럼
앤절라 미영 허 지음, 임슬애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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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페미니즘 소설인가? 하는 생각이 어설프게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82년생, 김지영도 떠올랐다. 근데 이 작품은, 그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설화와 우리의 고전 작품들을 통해 펼쳐낸다. 오랜 과거와 엘사의 어린 시절 기억 그리고 현재의 이르기까지 그 모든 시대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이음매 속에서 그 안에 숨죽여있던 아픔들이 하나 둘 풀어진다.

너랑 나, 우리는 삶이 흔해 빠진 옛날이야기로 전락해 버린 여자들의 후손이야.

우리는 메아리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반복하고 그들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 위대함은 닮지 못해.

어리석은 비극만 반복할 뿐이야.

우리는 그들의 삶에서 그것밖에 기억하지 못하니까.

 전쟁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엄마, 가정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휘두르는 능력 없는 가장 아빠, 똑똑하지만 결국 스스로 포기하고 간질증을 앓으며 독실한 과 무능력함 사이를 걷고 있는 오빠. 이민 가정에서 자란 엘사는 그런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14살에 집을 떠나 유학에 오른다. 뛰어난 머리 덕분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엘사는 그렇게 입자 물리학 박사가 된다. 


 엘사가 준비한 연구에 문제가 생겼던 날, 오래도록 보이지 않았던 속치마만 입고 빨강 댕기를 한 그 친구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유색인종이라고, 여자라고 대놓고 괴롭힘을 당했던 엘사와 놀던 유일한 친구. 하지만 그 친구와의 놀이는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선녀와 나무꾼, 심청전, 바리데기 공주, 에밀레종... 이 소설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등장하는 여성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고통에 그대로 노출되고, 결국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희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작품 속 주인공과 연결이 된다. 


  원치 않는 결혼과 관계, 임신과 출산을 한 엄마. 오빠를 낳고, 뱃속에 딸을 가진 채로 무작정 한국으로 도망 친엄마는 딸을 잃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막내인 엘사를 낳는다. 유학을 떠나기 얼마 전, 목욕탕을 찾은 엄마는 꼭꼭 숨겨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 말이 엘사에게는 곧 다가올 자유를 빼앗으려는 울부짖음 같이 들려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엄마는 말을 잃고, 십수 년을 요양원에서 지낸다. 남들은 사고라고 생각했지만, 글쎄... 그게 사고일까?


엄마의 이야기는 선녀와 나무꾼 속의 선녀를 닮아있다. 종이 소리가 나지 않아, 여자아이를 넣었다는 에밀레종 이야기도, 우리는 익숙하지만 책 속에는 색다르게 담겨있는 심청 이야기도... 모두가 누군가를 닮아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여성은 고통받고, 희생을 강요당했다!로 끝나지 않는다. 스스로 그 문제들을 걷어내는 방법들을 조금씩 발견해간다. 그리고 당연히 사산되었다고 알았던, 엄마의 첫 번째 딸의 존재까지도 드러난다. 


  우리조차도 깨닫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엮어 저자는 그 안에 담겨있는 여성사를 엘사라는 여성을 통해 드러낸다. 색다르고 신선했다.  단순하게 읽어나가기에 그 안에 담긴  묵직한 여운과 부채감이 너무 컸다. 고전소설과 이민자의 삶 그리고 과학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가 한데 묶여 색다른 맛과 생각할 여지를 선사했던 시간이었다. 


 과거 82년생 김지영을 읽기 전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사실을 깨달은 것 처럼, 이번에도 그런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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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세계척학전집 5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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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계척학전집 다섯 번째 주제는 무려 싸움의 교양이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싸움? 할 일이 없으면 이 책은 필요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싸움은 치고받고 싸우는 싸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첫 장을 넘기면서 알게 되었다.


 책 안에는 우리가 이곳저곳에서 만났던 각종 이론들과 저서들이 등장한다. 각 책에서 누군가와 승부를 겨뤄야 하는 이야기를 다 모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병법서인 손자병법도 등장하고, 경제학의 게임이론이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도 등장한다. 오래된 이론이 현실을 얼마나 반영할까? 고민한다면 책을 끝까지 읽어보자! 인텔의 앤디 그로브의 이야기나 나심 니컬러스의 저서 블랙 스완에서 주장했던 이야기도 등장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싸움의 기술들을 책 한 권에 모았다고 봐도 좋겠다.




 이번이 내가 읽은 척학전집의 세 번째 책인데, 읽을 때마다 마음에 쏙쏙 들어오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들이 참 많다. 책에서 특히 와닿았던 부분은 첫 번째 장이었는데, 딱 내가 고민하던 내용들을 짚어줘서 그랬다. 회사에서 중간관리자로 일하고 있는데, 요즘 들어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해야 할까?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 자리가 자리인지라, 대표의 겉핥기 같은 이야기를 알아듣고 그에 대한 분석과 방법을 들고 오길 바라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가 아닌 "ㅏ"만 써놓고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 상황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상황인지라, 간파를 읽으며 약간의 사이다를 맛본 기분이다. 누가 이 자리에 들어와도 계속 똑같은 곳에서 무너진다면, 그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 구조가 나쁘면 결과가 나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꽤 큰 위로가 되었다. 


  사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인지라, 뭔가 문제가 생기면 늘 스스로를 잡는 편이다. 내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이 자리를 다른 사람이 했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 가 피드백 전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었다. 그런 면에서 책을 읽으며 무턱대고 스스로를 잡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서 고마웠다.




우리는 싸움은 이겨야 진짜 승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책에는 여러 번에 걸쳐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싸우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게 무슨 언어도단인가?  싸우지 않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싸움은 최후의 선택이다. 그래서 책 안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한다. 타인의 교묘한 도발에 절대 감정을 섞지 말자. 감정적인 도발을 하는 것은, 상대가 나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감정을 건드려 이성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로 삼국지의 제갈량과 사마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철학과 각족 이론의 이야기가 주된 뼈대이지만, 그에 대한 예는 지극히 우리의 상황을 닮았다. 칼퇴 하지 못하는 직장인, 가격 경쟁을 하는 가게처럼 우리 주변에서 피부로 접하는 예가 등장한다. 덕분에 이해가 한층 쉬워졌다.


 내가 요즘 매일 하는 언어 공부 앱이 있다.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계속 공부를 하려면 캐시가 필요하다. 그 캐시를 무료로 얻기 위해서는 광고를 주기적으로 봐야 한다. 얼마 전에 3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 그리고 그 혜택이 3일 후 종료되었다. 근데 유료를 써야 하나가 고민된다. 3일간 너무 편하게 공부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공부하다 광고를 봐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지고 나니, 편한 게 몸에 배어버렸다. 다행히 오늘은 광고 없이 분량을 끝내긴 했다. 


 근데 바로 이 무료 3일 제공에 대한 이야기 또한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바로 보유 효과라는 이름의 이론이다. 하하하!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바로 유료 결제를 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보유 효과에 대해 알았으니, 좀 더 버텨볼까?!


 왜 매번 나는 같은 곳에서 무너질까?를 고민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을 읽고 3일 후 다시 무너진다고 해도, 3일은 버티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스스로를 위로해 보자. 다양한 싸움의 기술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재독이 필요할 것도 같다. 하지만 이길 수 있다면! 재독쯤이야 대수겠는가? 싸움의 교양을 통해 이기는 방법을 충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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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한다는 착각 - 멸종에서 살아남은 일곱 동물의 반격
프랑크 베스테르만 지음, 정신재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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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의 뜻이 궁금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북극곰들이 서식지를 잃고 멸종되어 간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에 바로 그 북극곰도 등장한다. 과연 현재 북극곰의 생태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책을 읽으며 해소되긴 했지만, 글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책 안에는 총 7종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일각돌고래, 노르웨이레밍, 유럽 뱀장어, 흑기러기, 북극곰, 순록 그리고 왕게. 이 동물들의 공통점이라면,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극해 지역에 서식하고 있다는 것과 빙하의 콜럼버스라 불리는 탐험가 빌럼 바렌츠가 노바야제믈랴 제도에서 죽기 일주일 전에 남긴 항해일지에 등장한 동물들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빌럼 바렌츠는 네덜란드 탐험가였는데, 이 책의 저자인 프랑크 베르테르만 역시 네덜란드 인이어서 그런지 그에 대한 이야기가 꽤 자주 등장한다.(애초에 그가 꼽은 7종의 동물 역시 바렌츠의 일지 속에 등장하는 것부터 그렇지만 말이다.)


 사실 책의 논조가 헷갈렸다. 도대체 이 동물들이 인간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아님 인간들이 벌인 피해에 대해 말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가 첫 장에 등장하는 일각돌고래 뿔로 인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생태에 대한 책이라 생각했는데, 때론 추리소설 같은 느낌도 물씬 풍겨서 장르가 헷갈리기도 했다. 어떻게 사람을 찌르고도 멀쩡하기만 한, 아주 튼튼한 일각돌고래의 뿔이 영국 런던 피시몽거스홀에 소장되어 있었던 걸까?를 찾기 위한 여정은 추리소설 같기도 했다.    





 레밍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레밍 하면 떠오르는 것은 집단자살이다. 근데, 정말 레밍은 집단자살을 한 걸까? 왜 레밍은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는 레밍의 개체 수와 관련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인구 조사로 유명한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과 함께 현 인류의 과잉에 대한 내용도 등장한다. 근데, 우리나라만 해도 인구가 줄어가는 문제로 고민을 하는 중인데, 과연 맬서스의 이론이 과연 현재도 통한다고 이야기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본다. 인구가 증가하는 것보다, 기술의 발전으로 식량 생산의 문제는 이미 해소되지 않은 것 아닐까?(너무 내가 지극히 우리나라 위주로의 생각을 하는 걸까?) 레밍의 자살이라 보이는 문제에는, 다분히 먹고사는 문제의 이동의 문제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는 의견이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또한 레밍이 뿌린 질병(레밍은 설치류라서 그런지, 흑사병과 연관되는 내용도 등장한다.) 들과 워낙 많은 개체 수 덕분에 북극권에서는 모든 동물들이 레밍 덕분에 먹고살 수 있다는 사실이 등장하는데, 놀랍기도 했다.


 드디어 북극곰의 등장이다. 10년에 한 명씩 북극곰에 의해 인간이 희생된다. 북극곰에게 인간은 물개를 대체할 수 있는 먹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에 기가 찼다. 처음에 등장했던 바렌츠의 항해에도 북극곰에 의해 희생당한 선원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몇 년 전에도 야영을 하는 텐트를 덮친 북극곰에 의해 희생된 요프 코터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것은 지극히 인간의 입장에서의 서사다.


지금 누가 누구의 서식지를 침범하고 있는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빙하가 녹아서 북극곰이 살기가 팍팍해진 것은 맞지만, 북극곰 역시 그 환경에 적응하여 살게 되었다고 한다. 300km를 수영하는 암컷 북극곰이 확인되기도 하고, 다양한 동물들을 사냥(순록까지도) 해서 먹는 북극곰들도 생겨났다고 한다. 이런 곰들을 책에서는 정착형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렇게 정착형이 된 북극곰들은 먹이를 찾아 인간들이 만든 주거지들을 쉽게 침범(?) 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북극곰들이 문제를 일으킨 걸까? 북극곰들이 일방적으로 인간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일까?


 유해 종이나 생태계 파괴 종이라고 평가를 내리는 기준은 무엇인가? 지극히 인간 중심적으로 내리는 평가가 아닐까?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에게 발언권이 있다면, 동물들은 인간을 지극히 난잡하고 문제가 심각한 완벽한 유해 종이라고 판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저 아래에서부터 올라온다.


​​

우리가 동물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언어 그 자체에 이미 인간 중심적 해석이 배어 있는 건 아닐까.

과연 우리가 인간의 시선을 벗어날 순 있을까.

어쩌면 동물에 관해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모든 게 마치 우화처럼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로 귀결되고 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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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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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네 번째 만나는 이방인. 고전의 맛을 조금씩 알아간다. 처음 읽었을 때의 그 말도 안 되는 억지 같은, 때론 막장 드라마같이 느껴지는 고전들이 여럿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다시 읽었을 때는 그보다 좀 옅어진 느낌. 그리고 또 읽고 나면, 그때 몰랐던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전히 고전은 어렵고, 과여 그 안에 깃들여있는 의미를 찾는 게 더 어렵다. 그럼에도 처음에 들었던 그 말도 안 되는 막장의 맛은 좀 옅어지긴 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또 다른 맛이 차지한다. 그래서 고전을 읽나 보다.


  이방인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요양원의 계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뫼르소는 회사에 휴가를 신청하고 양로원으로 향한다. 원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영안실로 향하지만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 않기로 한다. 밥 생각이 없는 뫼르소에게 수위는 카페라테를 권하고, 그렇게 뫼르소는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어머니의 요양원 친구들과 밤샘을 한 후,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뫼르소는 우연히 만난(과거 썸을 탔던) 마리와 수영과 코미디 영화를 감상한다.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평이 좋지 않은 레몽의 일에 연루된 뫼르소는 그의 초대로 바다로 향했다가, 레몽이 구타했던 여자친구의 오빠인 아랍인 무리를 만나게 된다. 아랍인이 가지고 있던 칼에 레몽은 부상을 당하고, 레몽으로부터 받은 총을 가지고 있던 뫼르소는 다시 아랍인을 만나게 된다.  칼을 휘두르면 총을 발사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내리쬐는 태양빛에 땀이 눈으로 들어가고 들고 있던 총을 발사하여 아랍인을 살해한다. 그렇게 그는 감옥에 갇혀 배심원들의 판결을 받게 되는데...







사실 뫼르소가 받은 사형 판결이 직접적으로 연결된 죄는 살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슬퍼하지 않았다는 것,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바로 여자와 수영을 하고, 코미디 영화를 보고, 관계를 가졌다는 것이 주된 죄목이다. 


 그러고 보면 이방인 속의 배심원들의 행위에서 현시대의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제2의 마녀사냥이라 일컫는 행위들이 우리 주위에서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있는가? 타인의 잘못에 대해 끝없이 곱씹고, 과거의 잘못 하나하나를 파묘하며 사회적으로 사형선고를 내리고 매장하는 모습들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마치 자기는 어떤 잘못도 없는 깨끗한 사람인 양, 매도하는 모습들이 과연 올바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배심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성경 속 예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간음한 여인을 향해 돌팔매를 하려는 사람들을 향해, "죄 없는 사람이 돌을 던지라"는 말을 했던 예수의 모습 말이다. 당시의 사람들, 이방인 속 배심원들, 그리고 현실의 많은 악플러들과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우리들 모두 같은 모습은 아닌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방인 속 뫼르소는 어디에서도 빠져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오히려 아들인 뫼르소 보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 모든 일이 치러진다. 재판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장본인인 뫼르소 보다 변호사나 검사가 마치 뫼르소 같다. 뫼르소에게는 발언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이방인인가 보다. 내가 주체가 되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치부 받는 현실이 마치 그곳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이방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번 책을 읽었지만, 이제서야 이방인의 의미가 더 진하게 다가온다. 그 의미가 피부로 와닿는다. 이방인이라는 의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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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와 시 클래식 리이매진드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데이비드 플렁커트 그림,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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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시 만난 에드거 앨런 포. 두 번째 만남인데,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은 처음 만났을 때의 소설 외에 시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소소의 책 클래식리이매진드는 고전 안에 특별한 일러스트가 더해진 시리즈다. 덕분에 고전하면 떠오르는 어려움이나 부담감이 상쇄되는 기분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은 꼭 여름에 그 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올여름 좀처럼 더위가 일찍 찾아와서, 4월 말부터 여름 같은 기분이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이른 여름에 만나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와 시는 마치 한여름에 만나는 것 같은 기묘하고 기괴한 맛이 있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의 늘 등장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죽음이다. 그렇기에 그의 이야기에는 소름 끼치고 기분 나쁜 음산함이 도처에 깔려있다.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어딘가 비슷해 보이는 것 같은 이야기가 눈에 띈다. 검은 고양이 이야기 속에 아내의 시신을 숨긴 이야기나, 고자질하는 심장에서 노인의 시신을 난도질해서 마룻바닥에 숨긴 이야기처럼  말이다. 비슷해 보이는 이야기는 이뿐이 아니다. 어셔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집과 매들린,  베레니스 속 집과 베레니스 역시 뭔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아름다워 보였던 여성이 불치의 병을 앓는 것도, 그들의 끝이 죽음이었던 것도 닮아있다. 


 그럼에도 둘 중 더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작품을 꼽자면 베레니스다. 죽은 사촌(약혼자)과 분명히 같이 있었는데, 그녀가 벌써 죽어서 매장까지 했다는 이야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데, 그의 탁자 위에 있는 작은 함 속에 들어있는 것에 정체를 마주하는 순간 정말 식은땀이 흘렀다. 이 작품을 영상으로 만든다면, 정말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그려질 것 같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참 여럿이었지만, 그중 한 작품을 꼽자면 나는 점름발이 개구리라는 작품과 시 정복자 벌레라는 작품을 꼽고 싶다. 우선 절름발이 개구리는 제대로 된 복수극이 그려졌다는 점 때문이고, 정복자 벌레는 내용만 읽었을 때는 몰랐는데 같이 그려진 일러스트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무시당하고, 먹고 싶지 않은 술조차 강제로 먹어야 하는 광대 절름발이 개구리가 자신을 그렇게 대우했던 왕과 신하들에게 선사하는 제대로 된 복수(?) 극의 끝이 죽음이라는 사실이 참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동안 그런 대우를 받았던 광대와 광대를 그렇게 대우했던 왕의 모습이 비교되며 그려져서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정복자 벌레는 자연을 떠오르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게 인간이라 생각하지만, 그 인간도 숨이 끊어지고 나면 고깃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인간은 흙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그런 인간을 정복하는 존재는 무엇일까? 책에 그려진 삽화가 좀 징그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이해하는 데는 여러모로 확실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해하기 힘든 시들도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다운 죽음이 담겨있는 시가 많았던 것 같다.


 사실 지금의 눈으로 보자면 복잡하거나 정교하지 않은 트릭들이라 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특유의 음습함과 기괴함은 시간이 지나도 흐트러지지 않는 것 같다. 옮긴이의 말을 보니 에드거 앨런 포가 죽음에 대해 유독 많은 작품을 통해 표현한 이유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에게 죽음은 낯선 존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안쓰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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