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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와 시 ㅣ 클래식 리이매진드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데이비드 플렁커트 그림,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시 만난 에드거 앨런 포. 두 번째 만남인데,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은 처음 만났을 때의 소설 외에 시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소소의 책 클래식리이매진드는 고전 안에 특별한 일러스트가 더해진 시리즈다. 덕분에 고전하면 떠오르는 어려움이나 부담감이 상쇄되는 기분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은 꼭 여름에 그 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올여름 좀처럼 더위가 일찍 찾아와서, 4월 말부터 여름 같은 기분이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이른 여름에 만나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와 시는 마치 한여름에 만나는 것 같은 기묘하고 기괴한 맛이 있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의 늘 등장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죽음이다. 그렇기에 그의 이야기에는 소름 끼치고 기분 나쁜 음산함이 도처에 깔려있다.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어딘가 비슷해 보이는 것 같은 이야기가 눈에 띈다. 검은 고양이 이야기 속에 아내의 시신을 숨긴 이야기나, 고자질하는 심장에서 노인의 시신을 난도질해서 마룻바닥에 숨긴 이야기처럼 말이다. 비슷해 보이는 이야기는 이뿐이 아니다. 어셔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집과 매들린, 베레니스 속 집과 베레니스 역시 뭔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아름다워 보였던 여성이 불치의 병을 앓는 것도, 그들의 끝이 죽음이었던 것도 닮아있다.
그럼에도 둘 중 더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작품을 꼽자면 베레니스다. 죽은 사촌(약혼자)과 분명히 같이 있었는데, 그녀가 벌써 죽어서 매장까지 했다는 이야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데, 그의 탁자 위에 있는 작은 함 속에 들어있는 것에 정체를 마주하는 순간 정말 식은땀이 흘렀다. 이 작품을 영상으로 만든다면, 정말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그려질 것 같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참 여럿이었지만, 그중 한 작품을 꼽자면 나는 점름발이 개구리라는 작품과 시 정복자 벌레라는 작품을 꼽고 싶다. 우선 절름발이 개구리는 제대로 된 복수극이 그려졌다는 점 때문이고, 정복자 벌레는 내용만 읽었을 때는 몰랐는데 같이 그려진 일러스트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무시당하고, 먹고 싶지 않은 술조차 강제로 먹어야 하는 광대 절름발이 개구리가 자신을 그렇게 대우했던 왕과 신하들에게 선사하는 제대로 된 복수(?) 극의 끝이 죽음이라는 사실이 참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동안 그런 대우를 받았던 광대와 광대를 그렇게 대우했던 왕의 모습이 비교되며 그려져서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정복자 벌레는 자연을 떠오르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게 인간이라 생각하지만, 그 인간도 숨이 끊어지고 나면 고깃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인간은 흙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그런 인간을 정복하는 존재는 무엇일까? 책에 그려진 삽화가 좀 징그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이해하는 데는 여러모로 확실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해하기 힘든 시들도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다운 죽음이 담겨있는 시가 많았던 것 같다.
사실 지금의 눈으로 보자면 복잡하거나 정교하지 않은 트릭들이라 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특유의 음습함과 기괴함은 시간이 지나도 흐트러지지 않는 것 같다. 옮긴이의 말을 보니 에드거 앨런 포가 죽음에 대해 유독 많은 작품을 통해 표현한 이유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에게 죽음은 낯선 존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안쓰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