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입니다 - 어느 문화재 복원가가 들려주는 유물의 말들
신은주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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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이지만 이를 거울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나를 보호하는 방패로 삼을지,

나를 갉아먹는지 인식도 하지 못한 채 병들어 갈지,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어린 시절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보며 고고학자의 꿈을 키웠던 시절이 있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여름휴가 때는 우리나라 여기저기를 다니며 문화재 탐방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학 전공으로 진지하게 사학과를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역사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마음 한구석의 꿈으로 간직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역사에 관심이 많다.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 역시 그와 맥락을 같이 한다. 문화재 복원가의 삶은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궁금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만큼 큰 보람을 느끼는 일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 속에 담겨있는 문화재 복원가의 삶은 정말 녹록지 않았다. 우선 근무하는 곳 자체가 감옥을 연상시킬 만큼 창살이 가득하다. 아무래도 문화재의 가치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뿐만 아니라 문화재에 소재와 발견된 상태 등에 따라 복원을 해야 하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최대한의 손상을 줄이고, 원래의 모습 그대로의 복원은 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니 말이다.

여전히 회자되는 신안 앞바다 해저 유물에 관한 복원 이야기를 책에서 마주할 수 있었는데, 당시는 지금보다 복원 장비나 물질 등에서 어려움이 있기도 했었겠지만 배 자체를 복원하기 위한 장소의 문제로 큰 방이 건조실로 활용되었다고 한다.(당연히 신안 해저선이 우리나라 배 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기계에 들어갈만한 사이즈가 아니기에, 건조하는 데만 해도 몇 년이 소요되었고, 해저선 보존처리만 20년이 넘게 걸렸다고 하니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싶다. 또한 문화재 복원가들의 직업병이라면 저장강박증을 들 수 있다고 한다. 문화재를 발견하게 되면, 그 주변의 흙까지 다 같이 담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흙 속에서 진주나 파편 등이 발견되기도 한다고 한다. 문제는 그렇게 문화재의 작은 부분까지 다 찾은 흙조차, 버릴 수가 없다고 한다. 아마 작은 것 하나까지 완전하게 복구하고자 하는 문화재 복원가들의 마음이 그 안에 담겨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문화재 복원 가라면 어떤 전공을 해야 할까? 양날의 검일 수 있는데, 우선 문화재 관련된 작업에는 여러 화학적 물질들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과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화재 안에 담긴 시대와 환경적 상황들을 살필 눈도 필요하다. 그래야 구체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그에 따른 복원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과거의 문화재를 통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과 눈이 필요하다. 과거의 어떤 이유로 사용되었던 물건들이 긴 시간 방치 혹은 깊숙한 곳에 떨어져 있다가, 어느 순간 밖으로 나온다. 그 물건을 용도에 맞게 사용했던 사람들은 없다. 문화재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복원 후 미래의 사람들에게 과거의 그 시대의 유물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문화재 복원 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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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의 국어책 - 글쓰기가 쉬워지는 문법 공부!
이재성 지음, 이형진 그림 / 들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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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읽는 국어책이다. 국어라는 단어도 참 오랜만인데, 얼마 전 입학하는 큰아이가 받은 4권의 책 중 한 권이 바로 국어였다. 8살 이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우리는 국어를 마주한다. 우리의 말, 우리의 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법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어려운 단어들과 헷갈리는 이름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왜일까? 왜 우리는 매일같이 말을 하고, 글을 쓰면서도 국어문법은 멀게 느껴지는 걸까?

5천만의 국어책이라는 제목만 보고 책을 읽고 싶어졌다.(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마음이 가장 컸다.) 근데, 놓친 게 있다. "문법 공부"라는 부제였다. 아마 5천만의 국어책이 아닌, 글쓰기가 쉬워지는 문법 공부가 제목이었다면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라는 핑계가 있어도 읽지 않았을 것이다. (막상 책을 읽고 나니, 저자의 탁월한 제목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책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험을 정말 오랜만에 해봤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낯설었던 통사론, 형태론, 음운론 등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익숙한 4명의 인물(춘향이, 방자, 향단, 몽룡)을 통해 그동안 헷갈리던 문법을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국어문법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 진짜 소설책보다 더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는 말로 표현이 될까?

저자는 여러 번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국어 문법은 암기가 아닌 이해를 해야 한다고 말이다. 절대 외우거나, 공부하지 않고 그저 저자가 쓴 내용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활용해 볼 수 있다. 중간중간 삽화가 담겨있기에 더 재미있게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 내용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각 장의 제목이다. 딱딱하게 쓸 수도 있지만, 기왕이면 재미있게 가 저자의 모토인 것 같다.(예를 들자면 주어의 경우 주어-내가 주인이야!, 주어의 계급장처럼 무슨 뜻인지 확실히 이해는 물론, 덕분에 흥미를 돋우기도 한다.) 의존명사, 관형어, 격조사, 부정부사 등 이름만 들어도 경기가 나는 단어들도 이 책 덕분에 알아갈 수 있었다. 특히 내가 헷갈리던 띄어쓰기 중 '-은,-는, -을, -던' 이 붙어 있으면 뒤에 오는 말은 무조건 뛰어 써야 한다는 원칙과 주의해야 할 '-은지(-는지)와 -을지'에 대해 예시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저자는 필요한 부분만 챙겨서 읽어도 좋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차례대로 읽는 게 이해하는데 편한 것 같다. 두꺼워 보이지만, 막상 읽게 되면 정말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간다. 우선 익숙한 우리말에 대한 내용 이어서기도 하지만, 그만큼 저자가 쉽게 풀어썼기에 아마 한번 읽기 시작하면 계속 읽게 될 것이다. 제목 그대로 5천만 모두를 위한 국어책이라는 제목이 아깝지 않다. 국어문법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도, 우리 말이 어려운 외국인도, 문법하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리는 누구라도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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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모두 살인자다 아르테 오리지널 29
벤저민 스티븐슨 지음, 이수이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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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표지까지 뭐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 가족은 모두 살인자라니... 제목 속에 가족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는데, 첫 장부터 만만치 않다. 그중 프롤로그가 압권인데,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페이지가 나열되어 있다.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 어니스트 커닝햄(어니)의 직업이 작가이기 때문이다. 다분히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저자여서 그런지, 확실히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그다음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바로 형의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3년 전, 걸려온 전화에 그는 집 밖으로 나갔다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형의 차의 앞쪽 범퍼가 찌그러져 있는데, 피가 묻어있었다. 어니를 태우고 형 마이클은 산으로 향한다. 어니의 짐작대로 형은 사고를 냈고, 그 사고의 피해자가 바로 차 뒷좌석에 있었다. 마이클에게 차분히 상황을 묻는 어니. 마이클은 자신이 죽이기 전에, 그는 총에 맞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를 묻기 위해 땅을 파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었다. 움직임을 감지한 어니는 형에게 조언을 한다. 형이 죽인 것이 아니니(형의 말대로라면 먼저 총을 맞은 후, 차에 치인 것이니...) 얼른 병원으로 옮기자고 말이다. 결국 어니의 말대로 실행에 옮기는가 싶었는데 형의 다음 말은 죽었다였다. 하지만 사건은 밝혀진다. 왜일까? 바로 어니가 형의 사건을 제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니는 새아버지의 변호로 3년형을 받게 된다.

시간이 흘러 가족모임 초대를 받은 어니는 가족모임에 참석하는 게 주저된다. 이 모임은 바로 형 마이클의 석방을 환영하는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별거 중인 아내, 이혼한 전 형수까지 함께 하는 가족모임이라니...! 이마저도 놀랍다.) 하지만 참여하지 않을 방도가 없었던 터라 길을 나선다. 길이 막히고, 예상시간보다 오래 걸려 도착을 한다. 고모 캐서린 내외가 마중을 나오지만, 왠지 모르게 날이 서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담당 변호사였던 새아버지는 엄마와 재혼을 한다. 그리고 덕분에 외과의사 출신 누나 소피아가 생기지만, 관계는 썩 좋지 않다. 새아버지와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어니의 말을 막으려는 듯이 보인다. 문제는 형이 도착하기 전에 시작된다. 가족 모임을 갖기로 한 곳은 스카이 로지 휴양원이었는데, 바로 그곳에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형은 도착하기 전이었는데, 경찰은 형 마이클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과연 이 시신은 가족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아니 가족 중에 살인자가 있는 것일까?

책에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각 장마다 등장한다. 과연 왜 가족들이 다 모였을까에 대해 별 의미를 안 두었는데, 모두의 이야기가 하나씩 정리되어가면서 그 의미를 떠올릴 수 있었다. 전혀 다른 시간 속에서 벌어진 3건의 살인사건이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 자기가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저자의 목소리로 정리되어 있는 것도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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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톤즈 학교 - 이태석 신부로부터 배우는 네 개의 메시지
구수환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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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와 남수단 톤즈 이야기는 몇 년 전 티브이에서 방영한 영화 "울지 마 톤즈"를 통해 본 적이 있었다.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담아 다시 남수단을 찾은 저자와 영상을 본 톤즈 아이들의 눈물 그리고 그중 한국에서 의대생이 된 이야기까지 그 이후로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톤즈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당장 관련된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그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고 나 또한 그런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잊고 말았다.

영상이 아닌 글로 만나는 쫄리 신부의 이야기는 내게 와닿는 깊이가 더 깊었던 것 같다. 10남매의 아홉째로 태어난 이태석 신부는 10살에 아버지를 여읜다. 홀 어머니는 10남매를 키우기 위해 참 많은 고생을 했다. 다행히 자녀들은 건강하고 착하게 자랐다. 없는 살림에도 아홉째 태석은 공부를 잘했다. 그리고 그는 의대에 진학하게 된다. 어머니에게 태석은 자랑이었다. 이제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면 그동안 했던 고생을 벗어나 윤택한 삶을 살 수 있겠다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태석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다. 어머니에게는 이미 3자녀가 성직자(수녀 2, 신부 1)의 길을 걷고 있었기에 태석 또한 신부가 되겠다는 말에 반대를 심하게 했다. 하지만 태석의 굳은 결심을 막을 수 없었다. 사실 태석은 어렸을 때 바로 위의 형 태영(그도 신부가 되었다.)과 함께 본 영화 다미안 신부를 본 후, 마음의 결심을 했던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삶을 살기로 말이다. 그리고 그는 분쟁으로 폐허가 된 땅 수단으로 자진해서 가기로 한다. 물론 어머니에게는 비밀이었다. 아들의 사제 서품을 받는 자리에서 결국 어머니는 그 사실을 듣게 되고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의사를 포기하고 사제가 되기로 한 것까지도 허락했는데, 목숨의 위협을 받는 아프리카의 수단으로 떠난다니 도저히 승낙을 할 수 없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어머니 역시 아들의 선택을 인정해 준다. 아무리 사제라 해도 어머니에게는 소중한 아들이었던 이태석 신부를 생각하며 어머니는 오열한다. 그때 몸이 좋지 않다 했을 때 제대로 된 검사를 했다면 아들을 그렇게 잃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책은 울지마 톤즈를 제작했던 저자가 울지마 톤즈를 찍으며 만났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만난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태석 신부가 선종하고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남수단에서는 그를 그리워하고, 그의 마음을 기리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군인들에게조차 그는 소중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저자는 4장에 걸쳐 사제 이태석의 삶을 기린다.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것은 바로 말이 아닌 삶으로 드러낸 메시지는 그 어떤 것보다 강하다는 것이었다. 묵묵히 자신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했던 이태석 신부를 통해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 삶을 기억하고, 자신 또한 그런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며, 주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는 남겨진 사람들을 통해 이태석 신부는 여전히 살아있다.

물론 그의 부재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과 슬픔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부재를 통해 그의 삶이 더 조명되고, 그의 삶을 본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본다. 성경 말씀처럼 한 알의 밀알이 썩어질 때, 비로소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 소 보여줬던 사람이 바로 쫄리 신부. 이태석 신부가 아니었나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것을 먼저 챙기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렇기에 우리와 달리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고, 그를 통해 사랑을 표현했던 이태석 신부의 삶이 더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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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학십도 - 수천 년 지혜를 만나는 가장 손쉬운 길 클래식 아고라 5
이황 지음, 강보승 옮김.해설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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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성리학의 거두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아르테 클래식아고라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은 율곡 이이의 경연일기에 이은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다. 한참 한국사 수업 시간에 헷갈리던 율곡의 성학집요와 퇴계의 성학십도. 어떻게 외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황과 이이라는 이름도 헷갈린 데 저서 역시 처음 두 글자가 같아서 꽤 헷갈렸던 기억이 있다. 그저 지식으로만 외웠던지라 성학십도의 내용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던 차에, 꾸준히 읽어오는 고전 소개 시리즈 클래식아고라를 통해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우선 당황스러웠다. 사실 시리즈를 계속 읽어오기에 이번에도 읽어야겠다 싶었는데, 졸았던 것도 사실이다. 얼마나 어려울까 싶어서다. 근데 우선 두께가 벽돌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한 손에 살포시 들어오는 두께다. 실제 내용은 130페이지 분량이고, 그 이후에 이어지는 내용은 성학십도에 대한 해설이다. 그렇다면 성학십도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우선 이 책은 임금인 선조가 올바른 정치를 해나가기를 바라는 스승 퇴계의 마음이 담긴 정치서라고 할 수 있다. (

하... 선조는 조선의 임금 중에서도 상당히 이미지가 안 좋은 몇 중 단연 1.2위를 다투는 인물인데, 그 시대에 율곡과 퇴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책에도 등장하지만, 갑작스럽게 왕이 된 선조는 왕이 해야 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 했던 터라, 주위에서 스승으로 퇴계 이황을 추천했고 그로부터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의 효과가 아쉽게도 크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퇴계는 건강과 다른 여러 이유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임금이 선정을 베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로 성학십도를 써서 올린다. 좀 더 쉽게, 좀 더 자주 볼 수 있도록 10개의 그림(십도)으로 완성해 왕에게 보내며 퇴계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책의 내용 중 낯설면서도 익숙한 내용이 첫 장부터 등장한다. 바로 익숙한 것은 태극기다. 태극기의 태극이 상징하는 음양과 화, 수, 목, 금, 토가 상징하는 오행에 관한 내용 말이다. 이를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태극도에 대한 설명이 있긴 하지만, 음양과 오행을 깨우치기에는 내 소견이 너무 짧아서인가 보다. 그 밖에도 소학과 대학처럼 이름은 익숙한 내용부터 각 장의 내용들을 알기 쉽게 표 형태로 설명해 주고 있는데, 1장에 등장한 태극도 외에는 그림같이 보이지 않았다. (과연 이황은 어떤 걸 그림이라 말하는 걸까 궁금했는데, 해설 뒷부분에 실제 성학십도의 원문-한자로 표기된-이 등장한다. 한자로 표기되어 있는 걸 풀어서 설명하다 보니 그림같이 보이지 않았는데, 실제로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역자가 풀어준 성학십도를 마주하다 보면 드문드문 익숙한 문구나 내용들을 만날 수 있는데, 아마 논어에서 봤거나 한국사에서 등장하는(사단칠정 같은) 단어들이어서 그런 것 같다. 그저 학창 시절 아무 뜻도 모른 채 암기하고 지나갔던 부분들이 실제 이런 뜻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어서 괜스레 뿌듯해진다.

성학십도의 내용을 읽고 나면 역자의 해설을 만날 수 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싶은 이황 하면 떠오르는 기대승과의 사단칠정 논쟁, 그리고 조선 성리학의 거두 율곡 이이와는 교류가 있었을까 싶은 대목들, 조선왕조실록 등에 등장하는 이황에 관한 언급들, 이황 관련 연보와 원문까지 읽고 나니 무척 만족스럽다. 궁금하던 부분을 시원하게 해결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학십도를 읽기 부담스럽다면, 해설을 먼저 읽고 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흥미를 돋울 수 있고, 실제 궁금하던 부분이 해결되기에 성학십도가 또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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