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다는 속담이 있다. 솔직함이 자신의 브랜드라고 늘 외치는 한 인플루언서의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나 역시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서평을 위한 인스타여서 개인의 일상을 담기보다는, 지극히 서평만 올리고 있지만... 일상이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서평 몇 개만 읽어도 나란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될 듯싶다. 아무래도 책에 대한 감상을 쓰다 보면 내 경험이나 생각들이 자연스레 같이 섞이기 때문이다. 한두 다리만 건너도 요즘 개인 정보(가족관계나 연령대, 관심사 등)를 찾는 게 어렵지 않은 것 같다. 굳이 조사하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쓴 글들 안에 그런 개인의 정보들이 노출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에미 잭슨과 댄 부부 역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자의든, 타이든 그녀를 찾아낼 수 있는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아내는 걸 보면 무서운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만 팔로워를 가진 파워 블로거이자 인플루언서인 에미 잭슨은 육아 인플루언서다. 4살 된 딸 코코와 태어난 지 8주 된 아들 베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인 그녀. 원래 패션잡지 에디터였던 그녀는 임신과 함께 직장을 그만둔다. 아이를 낳은 후 그녀는 일상을 SNS에 공유하기 시작한다. 멋있게 꾸민 완벽한 일상이 아닌, 다크서클 가득하고 어질러져 있는 집안과 울며 떼쓰는 아이들이 있는 평범한 일상을 말이다. 어느 순간 마마 베어라는 그녀의 닉네임은 브랜드가 된다. 여전히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을 공유하고, 그녀의 글에 달린 댓글과 DM에 열심히 답을 해주는 그녀. 하지만 그 모든 일상은 조작되고 꾸며진 일상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그녀의 남편이자 소설가인 남편 댄 뿐이다. 하지만 현재 삶을 이루어가는 모든 자금이 에미에게서 나오기에, 그 사실을 함구하고 있을 뿐이다. 하나 둘 일상을 공유하다 인플루언서가 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녀는 인플루언서를 염두에 두고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으면서 일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팔로워가 백만 명인 그녀를 통한 광고효과 역시 어마어마하다. 가령 어떤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그녀는 밑밥을 깐다. 그 제품이 필요하도록,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필요한 제품을 자연스럽게 인스타에 노출시킨다. 갑자기 믹서기가 고장 났는데, 빌려주실 분 계시나요? 혹은 좋은 제품 추천해달라는 글을 올리면 그날 오후에 다양한 종류의 믹서기가 집 앞에 도착하는 식이다.
그런 그녀의 일상을 지켜보는 팔로워가 있다. 그리고 그녀는 조금씩 에미의 일상을 침투해간다. 에미가 사는 곳을 알아내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 사진 유리창에 반사되어 찍힌 펍의 이름을 확인하면 되니 말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에미와 댄 그리고 범인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등장해서 더욱 몰입감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인스타그램이라는 매체가 주된 소재로 사용되어서 그런지, 더 실제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인지라, 에미에게 환호하고 공감하는 엄마들의 사연과 왜 그들이 에미의 글에 집착과 좋아요를 함께 보내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어찌 보면 에미와 에이전시는 그럼 엄마들의 마음과 상황을 교묘히 이용해 상당히 큰돈을 벌었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자면 그렇게 많은 엄마들이 에미의 글과 사진에 공감과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일상 속에서 엄마들의 외로움과 힘든 일상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거리들이 많지 않아서가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보이기 위한 멋진 사진에도 현혹될 수 있지만, 반대로 꾸미지 않은 듯 꾸민 가상의 현실이 더 현혹되기 싶겠다 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