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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루가 따숩길 바라 - 마음에 약 발라주는 '힐링곰 꽁달이'의 폭신한 위로
고은지 지음 / 북라이프 / 2022년 12월
평점 :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 힐링곰 꽁달이가 내 지인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이어졌다. 어떻게 이렇게 꼭 듣고 싶은 말만, 마치 내 상황을 보고 있는 것처럼 읽어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읽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책 속 이야기 중에는 내 이야기 같은 것들이 상당했다. 책 속 주인공인 곰이나 토리처럼 나 역시 예민하고 소심한 사람이다. 그리고 자존감도 낮아서, 타인의 행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스스로를 향해 칼을 겨눌 때가 있다. 상대는 아무 의미 없이 한 행동이지만, 마치 내가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질러서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면 나도 모르게 우울해진다. 그럴 때 내 옆에 힐링곰 꽁달이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늘 고민하고, 상처받고, 예민한 곰이와 토리는 우는 것도 싶지 않다.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몰라 행동을 섣부르게 하지 않으면서, 타인의 행동과 말에는 상처를 받는다. 그런 곰이와 토리를 보고 상대는 너무 약해서 그렇다는 둥, 쓸 데 없는데 신경 쓰지 말라는 둥 가시 돋친 위로를 건넨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가시 돋친 위로인지라, 오히려 상대를 더 상처 내고 아프게 만든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상대에게 더 깊은 상처를 입고, 자신의 모자람을 탓하는 곰이와 토리를 향해 꽁달이는 따뜻한 위로와 들어줄 마음을 건넨다. 꽁달이의 위로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그저 상처받은 마음을 읽어주고, 들어주고, 장점을 봐주는 것이다. 하지만 꽁달이의 말을 읽는 순간 나도 토리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힐링툰을 읽으며 참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다. 상처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나 역시 상대방이 자신의 잘못을 알아차리고 사과를 건네는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때론 상대의 사과를 받기 위해 내 마음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거나, 극단적인 상황을 상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 마음의 감정 키는 타인이 아닌 내가 잡아야 한다는 것. 내 스스로 나를 돌아보고, 내 마음을 만져줘야 한다는 것. 책을 통해 알게 되었던 사실이었다.
단행본에만 공개된 미공개 작도 담겨있는데, 오래전 읽으면서 치료받았던 책의 내용이 생각났다. 초등학교 시절 왕따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의 상처가 성인이 되어서도 내 발목을 잡았다. 자꾸 그 장면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기도 했었는데, 내면의 아이를 돌아보라는 책을 통해 당시 기억을 치료받은 기억이 있다. 책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힐링툰을 보자 그때의 책 내용이 다시금 떠올랐다. 덕분에 이제는 같은 기억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상처 내지 않게 되었던 것도...
이 책의 저자가 심리치료사라서 그런지 상처받고 아픈 부분을 정확하게 그림으로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더 와닿고 공감이 되었다. 책을 읽었을 뿐인데, 만화를 봤을 뿐인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지금 힘들다면 힐링곰 꽁달이를 만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