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도 보험이 되나요? - 탐정 전일도의 두 번째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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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웃다가, 돌직구에 맞기도 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에 순간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고졸에 생계형 여성 탐정 전일도의 이야기는 기존의 탐정소설 혹은 추리소설과 결이 다르다. 의뢰를 받은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돈이 안되는 사건들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더 정이 가는 캐릭터를 만난 것 같다.

쌍둥이 남매의 어머니 역시 탐정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딸이 탐정이 되는 게 영 못마땅하다. 그래서 일도를 볼 때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라고 닦달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길을 간다. 10건 의뢰하면 1건 공짜라는 광고를 인기 있는 유튜브 댓글로 달면서 의뢰인을 찾는다. 그런 그녀의 노력 때문일까? 유명 유튜버에게서 연락이 온다.

근데, 그녀가 맡은 사건들은 하나같이 뭔가 애매하다. 대입 컨설턴트 사기 사건(사실은 출판사 사기 사건인)이나 이유식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유튜버 달봄의 진짜 부모 찾기, 우주선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대기업 외계인 직원, 취준생의 자살 생방송 등 신선하긴 하지만 사건에 얽힌 기묘한 상황들을 풀어가는 형식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때론 약자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사건과 얽혀서 등장한다. 아무래도 마음이 가는 사건은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가 담긴 의뢰들이었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그런지, 유튜버 달봄의 이야기나 엄마와의 관계 때문에 아이 낳는 것을 고민하는 주연의 의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때론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이 사랑하는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과 내 욕심이 자녀를 옭아매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것. 왠지 읽으면서 뜨끔했다.

전일도 시리즈는 이번이 두 번째다. 1권은 이름은 들어봤지만 읽어보지 못했었기에 탐정 전일도 양은 이번이 초면이다. 근데, 은근 정이 가는 캐릭터다. 의뢰인을 고를 수 있을 정도의 유명 탐정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그저 한 건이라도 맡아서 수임료를 벌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인 탐정일 뿐이다. 흥미롭고, 신선하기도 하고, 피식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 안에서 우리 사회의 아픈 손가락들을 가리키는 이야기들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 전일도 양에게는 미안하지만, 계속 생계형으로 사회의 여러 소외된 인물들을 위해 고군분투해 줬으면 좋겠다. 지금의 오지랖은 아주 칭찬한다. 덕분에 여러 사람 살리고 도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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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22-04-1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미소를 머금게 하는 깨끗한 리뷰 글 재밌게 읽었답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