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우석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10년째 직장생활을 하는 2년 차 워킹맘이다.

8년 차 되는 해에 아이를 낳고 9년 차 되는 해에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5개월을 쓰고 복직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중소기업이고, 내 사번 앞자리는 대표님과 같다.

회사를 다니면서 일요일 밤이 기다려질 정도로 회사생활이 즐거웠다.

그러던 내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다.

내 상황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안 보이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

회사는 한결같았고, 나만 바뀐 것 같았다. 그냥 내 처지가 바뀌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 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이 와닿았다.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읽는 내내 무릎을 치기도, 눈물을 훔치기도, 가슴을 치기도 했다.

저자는 경제학자다.

사회학자나 인문학자나 노무사가 아닌 경제학자.

근데, 그런 사람이 쓴 책 치고는 너무 실제 얘기였다.

물론 중간중간 실명을 거론하면서 꼬집는 부분들이 많았다. 어느 정도 이해하긴 했지만 마치 그 사람 때문인 양,

그 사람이 모든 걸 잘못한 듯한 (그 사람이 대표자인 것은 맞고, 리더이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뤼앙스-이게 다 @@@ 때문이다- 식의 문장들은 읽기 껄끄러웠다.

그럼에도 피부에 와닿는 부분이 많다는 건 무시할 수 없다.

왜 우리는 3만 달러를 넘어서는 경제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은 아직도 군대식 조직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왜 우리는 직장에만 들어가면 불합리하고 옳지 않은 것을 따라가게 되는가?

 

직장안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늘 과거를 답습만 했을 뿐,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변화를 일으켜야 할 그들은 답답함을 모르기 때문이다.(누리고 있고, 내게 직접 손해가 없기 때문에...)

그중 기억에 남는 몇 부분이 있다.

저자는 남자다.

그럼에도, 자신은 그동안 특혜를 받아왔다고 이야기한다.

(페미를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냥 현재 대한민국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같은 노동 수준에도 좀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봐왔던 "여"직원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고충 아니 고통이 어느 곳에 가나 보이고 생각난다고 한다.

+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에 대한 부분들... (그냥 내 얘기였다.)

또한 팀장들.

IMF 이후에 이름만 들고 온(실제 역할이나 좋은 점은 반영이 안 된... 이상한) 팀장들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회사에서 퇴사를 하는 이유는 사장이 아닌 팀장 때문이라는 것.

그들의 리더십이나 민주주의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저자는 이를 해결할 방책도 이야기한다.

물론 각 장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한결같다.

정부에서 인증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직장 민주주의 인증제"

공기업들은 무조건 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고, 대기업에도 이에 대한 방침을 내려주자는 것.

그렇게 하나 둘 따라오다 보면 조금씩 직장 안에도 민주주의가 자리 잡을 것이다.

물론 강압이 아닌, 조금의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조달사업의 경우 인증을 받은 회사에 한해 지원 가능하게 한다는 등)

또한 팀장연수원.

중간리더들에게 교육을 통한 직장민주주의를 실현하도록 독려하고, 그를 위한 교육기관을 만들어 지원한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특이하다.

총이나 칼 등의 무력이 아닌, 국민들의 힘으로 이뤄낸 풀뿌리민주주의다.

이젠 회사 안에도 그런 민주주의의 바람이 필요하다.

바로 우리의 직장 안에서...

+ 이 책은 CEO뿐 아니라 각 기업의 리더들, 팀장들이 좀 읽어봤으면 좋겠다.

최소한 관리자급이 말이다.

(나 역시 반성이 되긴 했다. 물론, 난 직장 안에서 힘 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중간 관리자급인지라...)

회사의 직원들이 무슨 생각,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 그들의 말로는 듣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내 밥줄이 달려있으니까... 누구도 사표 쓸 맘으로 차마 이야기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니 제발... 책 좀 읽으시라.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