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람 검사 - 드라마가 아닌 현실 검사로 살아가기
서아람 외 지음 / 라곰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정물을 좋아라 하기에, 소설은 물론 웬만한 법정 드라마와 영화는 챙겨본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범죄자들과 그들을 쫓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검사들. 그들의 이야기는 늘 흥미진진하고, 감동을 전한다. 하지만 늘 궁금했던 게 있다. 현실 속 검사도 그럴까? 법복을 벗은 그들의 일상은 우리네와 얼마나 다를까?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검사로 살아가는 건 어떤 모습일까.

여기 거짓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더이상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육아휴직이 가능한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검사가 된 이들이 있다. 검사가 된 이유는 서로 달랐지만 이들이 검사로 살아가는 목적은 같다. “나쁜 놈한테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인 검사로 일하며, 나쁜 놈들 영혼까지 탈탈 털겠어!”



세 명의 여자 평검사인 서아람, 박민희, 김은수가 쓴 에세이 <여자 사람 검사>는 검찰청에서는 9년차 검사, 현실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살아가는 검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들의 일상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네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돈 몇만 원 때문에 중고나라에서 사기당할 뻔하고, ‘프로듀스101’에 빠져 덕질에 심취하기도 하며, 시터 이모님을 구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썪고, 아이 문제로 걸려오는 어린이집 선생님 전화에 연신 '죄송합니다'를 연발한다.

하지만 검찰청에 출근해 검사실에 들어가면 사뭇 냉철하고 진지해진다. 혹여나 내가 놓친 것 때문에 억울한 사람이 생겨날까봐, 자칫 잘못된 판단으로 나쁜 놈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지 못할까봐 수백, 수천장의 서류를 매일 읽고 또 읽는다. 반려에 반려를 당하면서도 고민 또 고민하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이 뻔히 보이는 피의자 앞에서도 혹시 모를 진실이 있을까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 첫 피의자 신문, 첫 공판, 첫 검시 등을 경험하며 어엿한 한 검사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도 담겨 있다. 이들은 좌충우돌 실수도 연발하지만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정의'라는 목표아래 검찰청에서 일하는 모든 선배들이 이들의 성장을 돕는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사명감, 끈끈함에 뭉클해지기도 한다.

내가 배운 엄마는 아마 그런 존재인 것 같다.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우라고

바락바락 소리치다가도, 내가 위기에 처하면 짜잔 나타나 구해주는 원더우먼.

검사도 비슷하지 않을까. 범죄에 희생 당한 누군가가 아파하며 울고 있을 때,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는 그곳으로 달려간다. 때로는 조금 늦기도 하고

때로는 기대에 못 미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달려가는 걸 멈추지 않는다.

그런 존재들이 있기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이 무서운 세상을

우린 용기 내어 살아갈 수 있겠지.

353-384쪽

어느 직장이 쉽겠느냐만은, 당직에 2년마다 거처를 옮겨야 하는 검사 일을 하며 엄마 역할까지 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매일매일의 일상을 묵묵하게 버텨가는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아이를 키우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다.

엄마가 되어보니 피의자와 피해자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 뒤에 있는 가족, 피해자와 가족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고통과 인내의 시간들이 보여 작은 사건 하나도 신중에 신중을 가하게 되고, 다시 한번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소년범의 경우,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아이와 부모에게 훈계의 말을 던졌지만 엄마가 되어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알게 되었기에, 아이와 부모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아무리 세상이 어지럽고, 탐욕과 부패가 많아졌다 한들 이 사회에는 주어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매일의 일상을 걸어가는 이들이 더 많다고 믿는다. 내가 그렇고, 친구들이 그렇고, 내 옆에 일하는 동료가 그렇듯이. 이 책을 읽으며 내 믿음이 검찰청에서 일하는 검사들에게도 통한다는 사실에 반갑고, 고마웠다.

<검사내전>보다 짠내나고 웃픈, 평검사들의 리얼한 일상을 다룬, 옆집 사는 아이 친구 엄마이지만 직업이 검사인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자, 엄마의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 사람 검사 - 드라마가 아닌 현실 검사로 살아가기
서아람 외 지음 / 라곰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카오페이지 연재부터 챙겨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책 나오자마자 구입합니다. 처음 보는 평검사들의, 여자 검사들의 이야기라 신선했고,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있어 좋았습니다. 때론 웃기고 때론 뭉클한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멋진 책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즈니의 악당들 1~3 세트 (케이스 + 캐릭터북마크 + 스티커팩) - 전3권 디즈니의 악당들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주정자 외 옮김 / 라곰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북마크 넘 예쁘네요. 소장용으로 딱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을 일상의 도피처로 삼고 있는 요즘, <살인의 쌍곡선>은 시간 가는줄 모르고 흠뻑 빠져 읽은 추리소설이다. 정통 추리소설 공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트릭의 맛을 잘 살린 소설이다.


니시무라 교타로. 그의 책은 처음 읽었는데 그의 이력이 꽤 흥미롭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전기공업학교를 졸업하고11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 경비원, 세일즈맨 등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공모전에 도전한 끝에 제2회 올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루 40여 년간 꾸준히 미스터리 작품을 쓰며 무려 500여 권의 작품을 썼다고 한다. 누적 판매가 2억 부라고하니 그의 필력이 놀랍기만하다.


<살인의 쌍곡선>은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의문의 인물로부터 받은 초대장, 고립된 호텔, 하나씩 사라지는 오브제 등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등장하는 요소들이 이 책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다만 <살인의 쌍곡선>은 두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하나의 이야기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설정과 닮아 있는 왼딴 호텔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한 호텔로부터 온 무료 숙박 초대장을 받고 여섯 명의 남녀가 호텔로 모인다. 이들이 도착한 직후 호텔은 폭설로 인해 호텔에 고립되고, 한 사람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살해당한 자리에는 범인의 메시지와 함께 묘한 마크가 그려진 카드가 놓이고, 호텔에 있는 볼링장의 볼링 핀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강도 사건. 범인으로 추정되는 쌍둥이는 두 사람이 너무도 닮아 구분하기 힘든 점을 악용해 범행을 벌여나간다. 둘중 한 명이 범인인 것이 확실하지만, 그 누구도 어느 한 사람이 범인임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 그 상황을 즐기듯 경찰을 곤경에 빠뜨리며 쌍둥이들은 범행을 이어나간다.


추리소설을 좀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예상하듯 두 사건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듯 전개되지만, 결국에는 하나로 이어진다. 예상은 되지만 그 과정이 전혀 진부하지 않고, 감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차용했지만 어색함이 없었다. 잘 쓴 추리소설이 그렇듯 작가는 처음부터 트릭을 말하고 있었지만, 독자는 눈치채지 못한다.


이 책을 덮고나서 다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로 돌아갔다. 잊고 있었던 추리소설의 맛, 다시 만나니 반갑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짝반짝 빛나요
박희섭.김태희 지음 / 엔씨소프트(Ncsoft) / 2019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아이들은 '반짝이는 것'들을 잘 찾아내고, 그것을 보며 즐거워 합니다. 시냇물에 햇살이 비쳐 물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도 신기해하고, 시골집에 내려가 밤 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반짝이는 걸 보며 행복해하죠. 그래서 이 그림책 <반짝반짝 빛나요>도 좋아합니다.


<반짝반짝 빛나요>는 한국 고유의 전통 재료인 자개를 회화와 접목시켜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한국적인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고, 그것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짝임'으로 표현되어 더더욱 좋습니다. 


컵 속에서 떨어지는 얼음도 반짝, 내 손에 담은 물도 반짝, 간질가질 손을 간지럽히는 풀도 반짝입니다. 반짝임을 손으로 만지는 것까지 함께 표현해서 마치 내 손 위에서 반짝임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그림을 보며 반짝이는 아이의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엄마도 같이 행복해지는 그림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