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장이 쉽겠느냐만은, 당직에 2년마다 거처를 옮겨야 하는 검사 일을 하며 엄마 역할까지 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매일매일의 일상을 묵묵하게 버텨가는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아이를 키우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다.
엄마가 되어보니 피의자와 피해자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 뒤에 있는 가족, 피해자와 가족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고통과 인내의 시간들이 보여 작은 사건 하나도 신중에 신중을 가하게 되고, 다시 한번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소년범의 경우,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아이와 부모에게 훈계의 말을 던졌지만 엄마가 되어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알게 되었기에, 아이와 부모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아무리 세상이 어지럽고, 탐욕과 부패가 많아졌다 한들 이 사회에는 주어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매일의 일상을 걸어가는 이들이 더 많다고 믿는다. 내가 그렇고, 친구들이 그렇고, 내 옆에 일하는 동료가 그렇듯이. 이 책을 읽으며 내 믿음이 검찰청에서 일하는 검사들에게도 통한다는 사실에 반갑고, 고마웠다.
<검사내전>보다 짠내나고 웃픈, 평검사들의 리얼한 일상을 다룬, 옆집 사는 아이 친구 엄마이지만 직업이 검사인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자, 엄마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