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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전일도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평점 :
의뢰인과 눈 맞은 아내가 바람나 집을 나갔다, 이것은 불륜 탐정 할아버지의 사연입니다. 남자친구 바람을 뒤쫓다 탐정의 재능을 깨달았다, 이것은 불륜 탐정 엄마의 사연이고요. 대대로 불륜 탐정 집안이라 가업을 이었다, 이것은 아빠의 사연입니다. 불륜남을 파헤치다 군대로 달아났다, 이것은 오빠의 사연이고요. 할아버지, 엄마, 아빠, 오빠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 받은 그녀 이름은 전일도, 탐정이죠!
불륜 탐정 집안에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사건 현장에 뛰어든 전일도에게 한 남자가 찾아옵니다. "국수는 언제 먹여줄거냐? 그 소리만 아니었으면 시작도 안했겠죠." 집에서는 언제 결혼하냐 닦달을 하지요. 집성촌 사는 비슷한 또래의 사촌들은 다 결혼해서 매년 애들이 세뱃돈 삥 뜯으러 오는데 그게 그렇게 배 아플 수 없고요. 축의금 돌려놓은 거 아깝기도 하잖아요. 뭣보다 전세금이 미친듯이, 이노무 연봉보다 더 올라서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결혼지원금 좀 받고 축의금 좀 보태서 전세금 마련하자 싶어서 재벌은 아니지만 드라마처럼 계약결혼을 해보리라 데이팅 앱을 깔았다는 겁니다. 황당해야 되는데 전 사실 이해가 되기는 하더라고요. 스트레스가 오죽 크고 전세금이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랬을까 싶어서요. 다행히 재미교포 2세 스테파니 황이라는 여자와 데이트 해서 성공리에 계약 결혼식까지 잘 치뤄요. 축의금은 딱 절반씩 깔끔하게 나누고요. 일년 후 이혼, 여기까지 합의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근데 살다보니 장점이 많은 여자였고 스파게티를 너무너무 맛있게 만드는 여자였고 작은 거에 대단하게 감동하니까 우쭐하며 마음이 뜨거워져서 계약 결혼에서 계약 빼고 결혼으로 쭈욱 가도 좋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그녀 몰래 프로포즈를 준비한 날 그러나 가짜 아내가 사라져버립니다. 왤까, 남자는 무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누가 봐도 프로포즈를 피해 달아난 모양새인데 내가 그렇게 별로였을까? 월급이 얼마냐 물어본 게 잘못이었을까? 머리를 싸쥐며 그녀를 찾지만 어찌된 일인지 알고 있던 신상으로는 아내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친정 엄마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 모른다며 전화를 끊고요. (미국에 사는 장모님 휴대폰 번호가 왜 010으로 시작하나요?) 이탈리안 레스토랑 셰프래서 일대 레스토랑을 다 뒤졌지만 그런 사람은 모른다 하고요. (셰프라면서 토마토 스파게티 만드는데 기본 1시간일 때 정말 괜찮았나요?) 신흥종교 스파게티교 신자랬는데 관련해서 뒤져볼래도 이 사이비 냄새나는 종교는 흔적도 없고요. (스파게티교라며 채반을 둘러써도 이상하다고 못느낀 당신은 대체?? +.+)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종잡을 수 없는 그의 아내 좀 찾아주세요!
처음으로 불륜이 아닌 실종사건을 수사하게 된 탐정 전일도의 가볍고 유쾌한 수사일지! 하나도 아니고 무려 아홉개나 되는 사건의 해결을 모은 연작 단편집입니다. 할인은 되지만 할부는 NO! 열 번 의뢰하면 한번은 공짜! 생계형 탐정 전일도가 실종된 가족, 실종된 꿈, 실종된 취업, 실종된 집값, 실종된 퇴사, 실종된 미투, 실종된 미래를 찾아드립니다. 스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