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 오딘, 토르, 로키 이야기
케빈 크로슬리-홀랜드 지음, 제프리 앨런 러브 그림, 김영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올 해 세번째로 읽게 된 북유럽 신화입니다. 게중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이고요. 크기가 가장 큰 책이고 또 가장 멋진 책이었습니다. 제프리 앨런 러브의 어마어마한 일러스트가 더해진 탓도 있지만요. 그보다는 케빈 크로슬리-홀랜드가 오딘, 토르, 로키 위주로, 실은 어마어마하게 로키!! 위주로 신화를 편집 각색해 이야기를 재구성한 탓이 큽니다. 이전의 북유럽 신화책과는 다르게 천지창조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 점도 독특합니다. 세 권 밖에 안읽은 주제에 보통은...이라고 말하기는 쑥스럽지만요. 보통은 ㅋㅋ 얼음을 핥아 부리를 꺼내는 암소 아우둠라나 이미르를 죽이는 세 신 오딘, 빌레, 베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곤 하니까요. 하지만 이번 <북유럽 신화 오딘, 토르, 로키 이야기>는 스웨덴의 왕 귈피로부터 신화의 포문을 열어나갑니다. 제게는 굉장한 개성처럼 느껴지더군요.

"아량을 베풀어라 / 기상을 떨쳐라 / 그리하면 네 삶은 행복해지리라." 하지만 호기심 많고 기억력이 좋은 재주꾼 왕 귈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여신에게 아량을 베풀었다가 되려 기름진 평원을 도둑 맞습니다. 사기꾼 같은 여신이라니 지금도 그 옛날에도 상상을 못할 일이라 귈피는 어안이 벙벙하지만 억울함을 고할 데가 없었어요. 이 일을 계기로 신들에 대해서 세계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홀로 스웨덴을 떠나 달콤한 향이 넘치는 소나무와 자작나무 숲을 거쳐 아스가르드로 올라가는 무지개 다리 비프로스트에 도착합니다. 마법의 힘으로 강글레리라는 떠돌이로 변신한 귈피를 헤임달이 발할라로 안내하고요. 그곳에서 높은 자와 높은 자와 같은 자, 세번째라 불리는 왕을 만납니다. 왕들로 하여금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내지만 왕들로 하여금 더 많은 숙제를 떠안은 귈피. 귈피는 자신이 알게 된 이야기를 반드시 주변에 나누어야 하고요. 스웨덴의 네 주변과 북쪽 세상 도처에 산재한 신들의 이야기를 찾아 모으는 의무를 지게 됩니다. 세상이 지속되는 한 신들의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귈피가 만난 이야기와 그 시작으로 우리가 북유럽의 많은 신화들을 읽게 된 셈이지요.

원수같은 거인족 여인에게 한눈에 반해 협박하고, 때려죽인 거인의 딸과 혼인을 하고, 망치를 도둑 맞고, 머리카락을 잘리고, 바닷물을 마시고, 신의 피로 술을 담그고, 말과의 하룻밤으로 망아지를 낳는, 괴짜 같고 신기하고 기발하고 때때로 폭력적이기도 한 바이킹들의 신화. 종말을 이야기하면서 종말 다음의 후손들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남긴 바이킹들의 믿음이 생생하게 남은 오늘이 신기합니다. 800년 전의 어느 밤, 신화가 잊혀질까 두려워 깃펜으로 잉크를 찍어가며 양피지 위에 글을 써내려갔다는 스노리 스툴루손, 그에게 감사하는 케빈 크로슬리-홀랜드의 마음이 이해가 가요. 성경에 이 재미난 이야기들이 모두 쓸려갔다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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