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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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터 규모 : 나무위키 검색 : 피해 정도 차용]

리히터 1-3. 지진의 시작, 예민한 사람이 느낄 수 있을만큼 땅이 흔들린다.

러스 힐데브란트는 코트렐 부인에게 홀딱 빠졌습니다. 그가 목사이며 코트렐 부인이 그의 신도인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 판국에 러스 본인에게 가정이 있다는 게 신경 쓸 거리나 됐겠습니까. 이제 막 애욕에 눈뜬 마흔일곱살의 목사님은 무척이나 칠칠치 못하게도 코트렐 부인에 대한 그의 분명한 욕구를 사방팔방 티를 내요. 원수인 교회 청소년부의 목사 앰브로즈도 아내인 매리언과 큰아들 클렘, 둘째 딸 베키, 작은 아들 페리, 더하여 단 두 번 만난 흑인 교회의 목사도 이를 눈치 채고 훈수를 두고 저지하려 들고 협박을 하는데 그런 좌절의 순간에도 굴하지 않는 끈기! 정말이지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요. 욕망이 좌절될 때엔 악착같이 하나님을 찾는데 그분 보기 창피하지도 않은가봐요. 하나님, 유혹에 약한 인간을 굽어 살피소서 기도하고는 또 곧장 코트렐 부인을 유혹할 생각으로 웃통을 벗는다니까요. 나 원 참 한심한 이 아저씨를 정말 어쩌죠?

리히터 4-5. 진앙 부근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점자 피해가 확대되어 약한 건물 등이 파손된다.

불륜에의 욕망, 훗날 알게 된 거지만 아내는 러스를 포함해 두 명의 남자와 성관계를 했는데 자신은 아내뿐이었다는 게 억울하다는 이놈의 집착 때문에 러스가 집이나 식구들에게 전혀 신경을 못쓰고 있던 그 때 러스의 목사관은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었습니다. 일체의 반항 없는 순종으로써 러스를 지겹게 만들었던 매리언은 남편 몰래 돈을 훔치고 식욕을 조절하지 못해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는 중이에요. 대학생인 클렘은 첫 여자친구와의 육체적 방종에 매혹되어 거지 같은 성적으로 성적표를 메꾸면서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있구요. 뉴프로스펙트의 소문난 엄친딸 베키는 하필이면 근사한 여자친구가 있는 밴드부의 남자에게 반했습니다. 페리, 힐데브란트의 최고 문제아는 부모 몰래 대마초를 피우다 못해 아예 매매상으로 활약 중이에요. 목사님댁 가정에서 강 같은 평화를 누리는 이는 아홉살 저드슨 뿐이더라구요.

리히터 6-9. 주택과 빌딩이 무너지고 해일이 일어나며 땅이 갈라지고 지면이 파괴된다.

흔들흔들흔들. 지진이 발생했고 계속해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걸 모두가 알았지만 가족 중 어느 누구도 재빨리 피신하지 못했어요. 단층이 끊어진 크로스로드의 지표 위에서 가족들은 저마다의 역사로 악을 씁니다. 한 가정 안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층층이 쌓여있을 거란 사실을 독자만이 알았겠죠. 자그마치 869 페이지의 책이니까요. 리히터 10을 향해가는 크로스로드에는 어린 시절의 방임과 성적학대를 떠올리며 조울증을 보이는 듯한 매리언과 매리언의 과거를 듣고 자신의 머리에 나있던 구멍을 설명할 수 있게 된 페리의 대마초보다 더 효과적인 코카인과 자신에 대한 아버지와 오빠의 애정이 평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십대의 혼란에 더해 첫사랑의 불가피한 맹목에 빠진 베키와 욕망에 취약한 스스로를 인정하고 베트남으로 파병을 가겠다며 대학을 자퇴하는 클렘이 있습니다. 러스는요? 아, 그는 단순하죠. 크로스로드가 끝장 나는 마지막 순간에 러스는 바라마지 않던 육체적 결합을 일궈요. 러스의 비대한 자아에 비견하는 성기의 크기와 이후의 과정이 이 소설의 가장 유머러스한 점이었어요.

리히터 10. 지상의 모든 것이 파괴된다.

사람이 나무라면 가족은 나무의 뿌리잖아요. 뿌리가 썩고 무르고 병들었는데 뿌리라서 도저히 파헤쳐 버릴 수 없는 거요. 크로스로드가 그런 나무 같았어요. 몸통이나 튼튼한 가지만 건져 뿌리를 다시 내리는 신박한 방법이 있지만 식집사들은 알거든요. 이건 정말 모 아니면 도라는 거. 이대로 두면 어차피 죽는다는 예측 앞에 누군가는 과감하게 뿌리를 잘라내지만 그래도 혹시 또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 뿌리를 잘랐을 때 죽음을 더욱 재촉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아요. 나무에겐 식집사도 없으니까 나무가 직접 이 작업을 해야하는데 상상하니 이거 좀 엽기인가요? 이 부분이 이 소설의 정말이지 쉽지 않은 점인데요. 완전히 끝장나서 후련하게 끝날 줄 알았던 힐데브란트가가 그 엽기적인 방법을 시도합니다. 성공과 실패의 결말은 알려드리지 않을게요. 힐데브랜트가를 보니 인생은 절대 그 두가지로 축약되는 무엇일 수가 없어요.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리구요. 가족은 지옥이에요.



가난할 때는 이런저런 일이 그냥 일어납니다.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을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죠. 완전히 주님의 자비에 몸을 내맡기게 되는 거에요. 예수님께서 가난한 자들이 축복받았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면 주님과 가까워지니까요. (P27 )

아홉 살의 자신은 지금의 페리에게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이 든 지금의 페리는 1965년의 사진 속에 담긴 천사 같은 얼굴이 자기 얼굴임을 알아 볼 수 있었지만, 두 페리의 영혼이 같지 않다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현재의 영혼은 어디세어 온 것일까? 다른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 (P39)

저는 악함이 인류의 기본적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러스를 사랑한다면, 러스가 다시 행복해진 걸 보고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설령 그게 러스가 금발의 젊은 과부랑 다니면서 저한테 거짓말을 한다는 뜻이라도요. 저는 사실 러스가 행복지는 걸 바라지 않아요. 그저 러스가 저를 떠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저랑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러스기 치러야 할 대가가 고통이라면, 저는 차라리 러스가 고통스러워하면 좋겠어요. (P208)

모두가 뭔가를 내주지 않고 버티려는 대상인 아내 겸 어머니가 아니라, 주지 않고 버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P211)

자기 연민이 대죄의 목록에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그만큼 큰 죄도 없는데. (P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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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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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표지 호불호를 엄청 타는 독자에요. 작가보다 출판사보다 표지를 더 보는 독자라서 출간 초기엔 이 책에 관심을 안뒀어요. 근데 읽은 독자님들마다 엄청 재미나대요. 개인 출간이라 홍보도 없이 전자책 출간했는데 영화 계약도 따냈구요. 그러고 난 후에야 종이책이 출간된 거래요. 하물며 데뷔작이라고 하니 솔직히 뭥미?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싶더라구요. 평소 스릴러를 좋아하던 독자로서 (그러나 표지라는 벽에 막혀 그렇게 많이 읽지는 못했던 독자로서) 꼭 읽고 싶던 책이라 손에 쥐자마자 완독을 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재미가 좀 미쳤어요. 기관총 쏘는 전쟁터도 아닌데 사람이 너무 죽는 거 아닌가 싶긴 해도 책읽는 당일 제가 좀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였어서 그런지 죽어 마땅한 인간들 싹 쓸어가고 좋네 싶더라구요. <네 번의 노크> 같은 소설을 읽을 때면 사람들이 잔인하거나 피괴적인 게임에 몰두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아요. 예쁘고 사랑스럽고 우정 넘치는 판타지나 SF, 로맨스, 성장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주거든요.

가난한 동네의 사망 사건이에요. 그렇다고 토박이들이 붙박이 하는 한뎃지고 이웃사촌 너나들이 하는 시골은 아니고요. 근방에 공장 밀집 지역이 있어서 직장 가깝고 월세 싸니까 이래저래 사회생활 시작한 어린 친구나 외국인 근로자, 신혼부부, 가출 청소년들이 두루두루 섭슬려 사는 시끄럽고 사건사고 많은 그런 동네요. 이번에 사람이 죽은 곳은 원룸건물 3층이었는데 여기가 1층부터 3층까지는 여자들한테만 방을 주고 CCTV도 설치되어 있고 해서 세입자들이 그래도 좀 안심하고 사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303호 여자의 애인이 퉁퉁 부은 얼굴로, 어디로 보나 독극물로 죽은 것 같은 모습으로 계단에 엎어져 있었던 거죠. 3층에 사는 여섯 명의 여자들이 조사를 받는대요. 유력 용의자는 말할 것도 없이 죽은 남자의 사망 보험금 수령자인 303호에요. 근데 이 여자 너무 당당한거죠. 남자친구가 쫄딱 망한 이후로 만정이 다 떨어졌는데 헤어지자 하면 죽을까봐 안전 이별을 준비 중이었다고 여과없이 경찰에 진술을 하네요? 찔리는 게 하나도 없다는 태도에 진짜 다른 사람이 죽였나 싶어 그때부터 아리송해지더라구요.

301호부터 306호까지 이름없이 호수로만 지칭되는 나머지 인물들도 수사에 협조하며 진술을 시작하는대요. 성별만 같을뿐 직업도 외모도 성격도 사연도 다양한 이들이 알은 척도 안하던 이웃에 대해 편견 가득한 썰을 풀고 그 이웃들의 얘기와는 또 완전히 다른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무척이나 흥미진진합니다. 옷을 야하게 입어서 다들 술집여자로 아는 301호 여자는 무당이에요. 악착같이 돈을 모아 얼른 이사 나갈 생각밖에는 없는 프리랜서 재택근무자는 소음에 예민해서 집에서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살지만 303호와 애인의 성관계에는 촉각을 곤두세워요. 304호는 303호의 보호 관리 대상자인 지적장애인인데 부자 남편과 결혼한 엄마 덕에 집에 모아둔 현금이 꽤 되요. 몸 여기저기 커다란 문신을 새겨서 조폭처럼 험악해 보이는 305호는 악세사리를 팔고 있어요. 신실한 기독교인 흉내를 내지만 남말하기 좋아하는 오지라퍼 건물 관리인은 돈 뜯어갈 생각뿐인 아들에과 남편 때문에 삶이 막막한 상태에요.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여자들이 수렁 같은 인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이지 발버둥을 치고 있는 와중에 터진 사망 사건이에요. 게다가 죽음은 그 한 번으로 끝나지도 않습니다. 귀신이라도 붙은 듯이 3층의 여자들이 한 명씩 죽어나가거든요. 남자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연관없는 사망자까지 발생하니 독자는 영문을 모르는 채로 똑똑똑똑, 네 번의 노크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거에요. 진실을 알고 나면 후련할 것 같죠? 이상한 나라의 니나가 되어 마왕에게 한움큼 정신을 물어뜯긴 것처럼 멍해져요. 제가 정말 어딜가서도 빠지지 않는 행복주의자인데 3층의 얽히고 섥힌 욕망을 목격하고 나니 네 번의 노크만큼은 이보다 더 피폐해져도 좋겠다 싶더라구요. 책 읽던 당일 제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컸던 걸수도 있지만요 ;) 저 사실 미야베 미유키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는데요. 케이시가 미야베 미유키를 닮았다면 통칭 미미 여사님 책도 정말 읽어볼만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가 어떻게 각색이 될지 모르겠는데 결말은 알지만 그래도 보고 싶어요. 이상한 나라의 케이시가 만든 세상에 대고 똑똑똑똑 노크해 보시길. 여러분이 어떤 문 앞에서 가장 큰 공포를 느끼실지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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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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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처음 사라진 아이는 바하두르였어요. 말을 더듬는 바하두르는 곧잘 바보라고 놀림을 받는 친구였는데 술주정뱅이 아버지 때문에 엄마가 일하러 가면 유령시장에 숨곤 했어요. 악마의 입처럼 사방으로 뻗어있는 유령시장의 골목이 무섭긴해도 눈에 멍이 들만큼 바하두르를 떼리는 아버지는 더 무서운걸요. 수리점 하킴 아저씨가 유령시장에 사는 정령은 절대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도 했구요. 저벅저벅이었을까요? 바하두르에게 다가오던 그 소리는? 무서운 건 정령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셨으면서 더 무서워해야 할 존재가 사람이라는 건 왜 알려주지 않으셨을까요? 바하두르가 사라졌지만 동네가 발칵 뒤집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바하두르의 엄마가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잿밥에만 관심을 둔 경찰은 바하두르 엄마의 금목걸이만 받아들고서 냉큼 돌아가버려요. 아줌마들은 바하두르 엄마를 안타까워 하면서도 어째서 경찰에 신고해 일을 크게 만드냐며 불평을 해요. 경찰들이 불도저로 빈민가를 밀어버릴까봐서요. 아홉살 자이는 이제야 말로 자신이 나설 때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순찰대"와 "범죄의 도시"에서 그간 배워온 탐정기법들을 이용해 바하두르를 찾아낼 계획이에요. 자이의 조사단이 출범됐으니 바하두르를 잡아간 그 녀석 이제 꼼짝마라일까요?

아무래도 바하두르는 정령에게 납치됐을 가능성이 제일 커요. 경찰에게도 그렇게 말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더라구요. 칫, 재미없게. 자이는 가장 친한 친구들인 파리와 파이즈에게 도움을 구합니다. 조사원이 되서 바하두르 실종 관계자들을 탐문해 달라 이거죠. 공부대장 파리도 향기나는 비누를 사려고 열심히 알바 중인 파리즈도 조사원이 되기를 거부하지만 자이가 누군가요. 공부는 못하지만 필요할 땐 떼쓰기 대장인걸요. 어린이 탐정단이 최고의 쾌거를 올린 것 같습니다. 자이는 바하두르가 평소 가출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엄마의 비상금에 손대기로 해요. 보라선 열차를 타려면 돈이 필수니까요. 에헴, 어린이 탐정단의 대장으로써 엄마에게 매 맞을 각오는 되어있다구요. 후들후들, 자이의 다리가 떨리는 건 착각이니까 다들 모르는 척 모르는 척. 어째 대장인 자이보다 어쩔 수 없이 조사원이 된 파리의 수사와 탐문이 더 정확한 것 같지만 그것도 모르는 척 모르는 척. 조사단을 위해 떡 하니 저축한 돈을 내어놓는 파이즈도 정말 의리있는 친구에요. 보라선 열차에 올라탄 친구들! 번쩍반짝 처음으로 마주한 열차와 열차 밖 시내의 모습, 여긴 정말 별세계군요!

거대한 고층 아파트와 자이가 사는 뒷골목의 빈민가는 완전히 대조적이에요. 돈을 주고 사용해야 하는 공중 변소, 공중 변소를 이용할 수 없을 때는 집 앞 골목 아무 곳에나 소변을 지리는 사람들, 수도시설은 꿈도 꿀 수 없고 한겨울에도 찬물 한 바가지로 몸을 씻어요. 엄마는 부자집의 식모로 아빠도 큰 공사장의 인부로 열심히 일하는데 자이와 누나 루누가 제대로 먹는 식사는 저녁 한 끼 뿐입니다. 학교에서 먹는 공짜 점심이 아니면 하루를 버티기가 정말 힘들지만 그거 아세요? 인도의 어느 학교에서는 급식을 먹고 사망한 아이들도 있다는걸요. 멀건 죽 같이 뭣도 없는 걸 자이와 친구들은 목숨 걸고 먹고 있는 거에요. 그마저도 벌을 받아 학교에서 내쫓기는 날이면 배가 고파 찔끔 눈물이 납니다. 매케하고 뿌연 스모그는 24시간 365일 이 도시의 배경으로 깔려있어요. 파리즈의 천식은 아마 이 스모그 때문이겠죠. 빈민가의 범죄 앞에 무사태평한 경찰들은 소년이 사라지면 가출이고요. 소녀가 사라지면 남자랑 눈 맞아 도망친 거래요. 늙은 무슬림 남자, 이 한 마디만 던져놓으면 피해자 가족들은 명예가 훼손될까봐 쉬쉬 입닫기 바쁘고 동네 사람들은 수군수군, 아무도 경찰의 무능을 손가락질 하지 않으니까요.

자이와 친구들의 눈에 보여지는 인도 빈민가의 참상은 뭄바이와 델리 등 인도의 다양한 도시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작가의 풍부한 경험과 조사의 축적이에요. 아이들이 자라기에는 너무나 경악스러운 환경과 활기차고 순수하고 까불거리고 에너지 넘치는 자이와 친구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지나친 간극 때문에 독자는 눈물이 나고 맙니다. 아이들의 바램처럼 마지막까지 정령의 짓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법 같은 힘이 원인이면 아이들이 돌아올 수 있을거라 믿었나봐요. 2021 에드거 상 수상작이구요. 뛰어난 데뷔작이라는 멋진 칭찬과 평론가와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이끌어낸 소설이에요. 메탈이라는 정령은 빈민가의 아이들을 돌봐주고요. 교차로의 여왕은 남자들에게 쫓기는 여자들을 보호해준대요. 인도의 소외된 많은 아이들과 여자들이 정령이 아닌 시스템의 보호를 받는 그날이 언젠가는 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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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 을유세계문학전집 116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지음, 이경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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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 나이 스물두 살 때 발표한 작품이에요. 폴타바에 있는 엄마와 일가친척들을 독려 혹은 독촉하며 다글다글 끌어모은 우크라이나 각종의 민속 자료에 기반한 창작 설화집입니다. 고골이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 》를 출간하며 러시아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는데 러시아 독자, 당신이란 사람들, 나 정말 무섭다구요. 제가 난생처음 접한 고골 작품이 이 책이었다면 총아는커녕 고골은 문단의 지하세계로 내쫓겼을지도 몰라요. 1부와 2부로 나뉘어 발표된 작품들의 환상성은 분명 놀라울 정도지만 혼을 빼놓는 악마들의 개입 내지는 악마주의가 영 익숙해지지를 않더라구요. 갓 구운 감자나 고구마나 되는 듯이 달을 딴 악마가 한 손에서 다른 손으로 뜨거운 달을 옮겨가며 호호 식힌 다음 호주머니에 쏘옥 숨겨 달을 훔치는 장면은 그럼에도 인상적이었지만요.

제게 있어 가장 비극적인 이야기는 <성 요한제 전야>였습니다. 페트로라는 잘생긴 청년이 주인집 딸 피도르카와 사랑에 빠지는데요. 그는 부모도 일가친척도 없는 천애고아에 가난한 일꾼이었기 때문에 피도르카의 아버지는 결코 둘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아요. 오히려 폴란드의 부유한 남자에게 얼른 딸을 시집보낼 계획을 세우는데요. 절망감에 빠진 피도르카는 동생 이바시를 시켜 폴란드 남자와 결혼하느니 아주 죽어버리겠다는 결심을 페트로에게 전하게 합니다. 페트로도 꼭 같은 심경이었음은 말해 뭣할까요. 그러니 금식을 해야 하는 성 요한제에 술집에 들어가 취할만큼 잔뜩 퍼마시고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거겠죠. 금덩이와 바꾸는 조건으로 그밤의 첫 고사리꽃을 꺾은 페트로는 악마의 꾐에 빠져 이바시까지 죽이는 우를 범해요. 악마의 술수로 지난 밤의 기억을 모조리 잊은 페트로는 피도르카와 혼인하지만 행복은 잠시. 끝내 자신이 한 짓을 기억해낸 후엔 재로 변해 세상에서 사라져버립니다.

사랑을 원만하게 이루는 이야기도 있어요. 난생 처음 시장을 구경가게 된 처녀가 근사한 청년과 한눈에 사랑에 빠지는데요. 계모에게 옴짝달짝 못하는 아버지가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했다가 계모의 난폭한 반대에 부딪혀 다시 수락을 거부해 버립니다. 청년은 좌절하지 않고 현명하...다기 보다는 영악한 집시를 찾아가 도움을 구하구요. 아버지와 계모의 반대를 물리치고 결국 결혼에 성공한답니다. 이야기 중간에 유대인과 악마가 등장하는데 유대인의 고릿고릿한 금전감각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일대에서도 유명했나봐요. 많고 많은 슬라브계 종족들을 다 제치고 하필이면 유대인 여관주인이 악마의 옷을 저당 잡아 몰래 팔아치운다니 말예요. 아버지에게 사랑하는 여인을 뺏길 뻔한 아들도 등장하는데요. 그는 계모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 연못에 몸을 던진 유령 아가씨의 원한을 풀어주고 그 대가로 아버지에게서 연인을 쟁취할 수 있게 됩니다.

디칸카 근교 마을엔 유독 딸만 있는 홀아비, 아들만 있는 과부가 많았는지 과부와 홀아비가 눈 맞아 그들 아들딸들이 결혼을 못하게 하려고 한 경우가 다양하게 등장을 해요. 참 흠칫흠칫한 설정이죠? 젊은이들의 기개로 사랑은 결국 아들딸들의 몫으로 돌아가지만요. 사랑에 좌절한 젊은이들의 비극성은 그들이 악마의 손쉬운 먹이감으로 전락할 때 더 두드러집니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사랑을 이루고픈 그 열정이 한편으로는 부러웠어요. 고골이 스물두 살이라는 젊고 혈기왕성한 나이였던 탓일까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성별 무관하게 저열하거나 야비하거나 천박하거나 옹졸하거나 쩨쩨하거나 유치하거나 소심하거나 이기적이거나 게으르거나 음란하거나 불결하거나 비겁하거나 신경질적으로 그려져있다는 게 특이점이라면 특이점 같아요. 마법사의 딸인 카테리나와 로마의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여성 한 명을 제외하곤 여성들의 성격이나 힘이 남편과 아들 찜쪄먹게 강한데 그점은 무척 부럽습니다. 체력과 재력은 인생의 필수품이잖아요.

원체도 유명한 러시아의 어렵고도 낯선 이름들, 시종일관 범상치 않은 전개, 600에 가까운 두꺼운 페이지가 범접하기 어려운 느낌을 주는 책이고 솔직히 읽기 쉬운 책이라고 하기는 힘들어요. 그러나 고골의 손끝에서 새롭게 정렬된 신비롭고 낯선 우크라이나의 옛 설화가 틀림없이 흥미로운 독자도 있으실 겁니다. 고요하거나 혹은 소란스럽게 반짝이는 세상, 늑대의 털처럼 은빛으로 빛나는 강, 꿀꺽 삼켜진 것처럼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달, 도자기 파편이나 호주머니, 어느 아리따운 아가씨의 옷깃과 이야기꾼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악마들, 우리와는 전혀 다르게 입고 먹고 살아가며 생경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땅과 그 땅의 사람들을 다 만나고 난 뒤엔 성급히 쫓아낸 고골의 손끝을 잡아끌며 사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 좀 더 해주세요 하고 말이죠. 참고로 우크라이나는 연인을 부르는 애칭마저도 이렇게나 뜻밖이에요. "내 가슴, 내 물고기, 목걸이야! 내 아름다운 백당나무야!" 이상 도대체가 여자친구를 뭣 때문에 물고기라 부르는지 이해 못하는 독자 1인의 리뷰였습니다.








먹는 모습을 보고 우크라이나 참외는 한국 참외랑 아주 비슷하겠구나 생각했어요.

찾아 보니 꼭 닮은 모습이더라구요.



모두가 결혼을 당연하게만 생각했을 것 같은 시대인데

그 시절에도 결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적극적으로 회피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 을유문화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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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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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 소설입니다. 자폐라는 병이 획기적인 치료법을 갖게 된 시대의 이야기죠. 루는 근소한 차이로 치료법이 개발되기 전에 태어났습니다. 자폐를 가진 마지막 세대의 일원이라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겠군요. 초기개입과 감각 훈련을 통해 루는 얼핏 정산인들과 비슷해 보입니다. 그는 직업이 있고 집과 차를 소유했으며 상담의사에게는 비밀이지만 펜싱 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도 있습니다. 펜싱 동호회에서 만난 마저리라는 여성에게 애뜻한 마음도 품고 있어요. 결코 고백을 하거나 데이트 신청을 하겠단 생각은 하지 않지만요. 지능이나 어떤 특정 감각에 있어서는 정상인을 상회하지만 그럼에도 정상인과 분명한 차이는 있습니다. 의사소통. 루는 말에 얹혀진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표정과 태도와 상황이 가지는 의미는 언제나 그를 어지럽혀요. 사람들이 동일한 뜻으로만 단어를 사용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고 이해받을 수 없는 간극이 루와 세상 사이에는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전반적으로 평화로웠던 루의 삶이 뜻밖의 변화를 맞이한 건 두 남자 때문이었습니다. 첫 번째 남자 크렌쇼. 루가 근무하는 제약 회사의 새 관리자로 들어온 그는 경쟁자보다 돋보이기 위해 루가 소속된 자폐인팀을 해체하려고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볼 수 없는 패턴과 숫자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 팀은 특별한 성과만큼이나 특별한 환경이 필요합니다. 정신적 육체적 안정을 위한 체육관과 놀이기구, 자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설장치. 크렌쇼는 이런 점이 아주 거슬립니다. 그들 제약회사가 사들인 자폐증을 역진시키는 실험으로 루와 동료들이 자폐를 지우고 기존의 기능을 온전히 유지한 정상인이 된다면 사측의 경제성은 훨씬 높아질 거라는 게 크렌쇼의 생각이에요. 크렌쇼는 자폐인팀의 실험참여를 강요합니다. 참여하지 않는다면 실직. 이미 서른 다섯인 루는 직장을 잃는 일이 두려워요. 자폐인인 자신의 취직은 정상인들보다 훨씬 어려울 테지요.

두 번째 남자 돈. 루, 마저리와 함께 펜싱 동호회 활동을 하던 친구입니다. 직업도 변변찮고 태도나 예의도 엉망진창이고 이성에게 호감도 받지 못하는 남자의 질투는 무척이나 추하고 위험합니다. 돈은 루의 차를 망가뜨리는데서 그치지 않고 결국 루에게 총까지 들이밀거든요. 장애인인데, 자폐인인데, 겉보기는 멀쩡해 보여도 정상적인 대화도 불가능하고 강박증까지 있는데 어째서 네가 나보다 더 좋은 직업, 더 좋은 여자, 더 좋은 차를 모느냐 이겁니다. 자신의 실패를 루의 탓으로 떠민 돈의 선택에도 불구하고 루는 돈이 처벌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확히는 돈의 뇌에 폭력성을 억제하는 칩을 심는 일이 싫습니다. 칩을 심는 일로 돈이 돈이 아니게 되는 일이 그 자신의 일처럼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폐를 치료하는 이번 치료를 루는 두려워하고 있거든요. 자폐인이 아니게 된 나도 내가 맞을까? 혹시나 기억을 잃게 된다면 어쩌지? 기억을 하더라도 비디오 영상을 보는 것처럼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루가 치료를 받는지, 치료를 받는다면 그가 이전의 루와 같은 모습이었을지 혹은 전혀 다른 루가 되지는 않았는지...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그는 자폐인인 루 본연의 모습에 안주하며 지금처럼 계속해 만족했을런지, 자폐인이라는 차별을 겪고 공포로 식은땀을 흘리게 되는 순간들에 혹시 수술 받지 않은 과거를 후회하지는 않는지.. 이런 미래의 이야기들은 다른 독자님들의 재미를 위해 꽁꽁 숨겨 놓도록 하겠습니다. 제게는 《어둠의 속도》가 『앨저넌에게 꽃을』과 『이방인』, 『 포레스트 검프』를 합친 작품처럼 느껴졌는데요. 자폐라는 소재, 서로에 대한 몰이해, 단절, 배척, 자폐인 주인공의 어떤 상황과 일에 대한 몰입과 도전 때문이지 않았나 싶어요.

세상이라는 끓는 물에서 자의라곤 한 톨도 없이 춤추는 채소가 된 것 같은 날에 읽어보시길 바래요. ("가끔은 , 바보처럼 춤춰대는 채소들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소설 속 문장을 인용했어요o(* ̄▽ ̄*)ブ) 소설은 끊임없이 이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제게는 루의 선택과 자기 결정 그리고 용기라는 측면이 더 와닿았거든요. 아이쿠, 뜨겁잖아! 소리치며 냉큼 냄비 밖으로 뛰어나온 채소가 가스렌지 불을 끄는, 어쩌면 뭉근하게 온도를 맞추어가는 것만 같은 이야기입니다. 주어진 역할대로만 살 것 같은 순종적인 녹황색 식물이 난 익혀지기 싫어, 비벼질거야! 하며 초장에 뛰어들 때의 충격, 채소의 빨간맛이 결말에 있으니까요. 중간에 끊지 마시고 꼭 끝까지 읽으시면 좋겠어요. 김초엽 작가님의 강력 추천을 받은 작품인데 작품을 풀어가는 방식이나 감성이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김초엽에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고 엘리자베스 문에겐 "이해가 어둠의 속도로 도착한다면"이 되려나요? ㅎㅎㅎ

+ 이 부분은 쓸까말까 고민을 했는데 혹시나 제 리뷰를 읽고 선뜻 책을 든 독자님이 어둠의 속도 초반에 실망을 하실까봐 덧붙입니다. 루의 성격 탓에 전개가 시종일관 차분하고 느릿느릿한 점, 자폐인인 루가 뜻밖에도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이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얌전하고 조심스럽고 자주 순진하고 규칙적이고 규율을 잘 지키고 청결하고 질투하지 않고 공정하고 신뢰를 알고 배신하지 않으며 본인의 의도는 아니라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루의 성격은, 아차 마저리에 대한 그의 플라토닉한 사랑까지 포함해서 너무 완벽하거든요. 자폐라는 장애에 좌절하지만 이상하게 루에게서는 해탈한 성자와도 같은 평온함이 있어요. 어쩌면 무미건조하게도 느껴지는 이런 매끄러운 루의 인격이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이고 약육강식적인 정상인의 대척점에 서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루에게서 아무 흠결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구태여 루가 치료를 받거나 받지 않는 일에 대해서 독자인 제가 절절 맬 이유가 없어지더라구요. 딱 그만큼 감정적인 거리를 둔 채로 독서를 하게 됐구요. 감정이입 없이 관찰자의 입장에서 목도하는 이런 독서가 제게는 흔치 않아서 초반엔 읽는 일이 좀 어렵게 느껴졌는데요. 책장을 덮고 꽤 길게 여운이 남아서 그제야 아 좋은 책이구나, 내가 이 책을 좋게 읽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호흡을 길게 가지고 찬찬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돕고 싶어요."그가 말한다.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것과 하는 것은 같지 않다던.... 노력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같지 않다던 부모님의 말씀을 기억한다. 왜 그는 대신 "돕겠어요"라고 하지 않을까? (p71)

어쩌면 내가 나에 대해 들었던 것들이 늘 옳지만은 않다면, 내가 정상인에 대해 들었던 것들도 늘 옳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p151)

지금의 나는, 사람들이 숫자에 더 가깝다면 그들을 이해하기 더 쉬우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사람들이 숫자와 같지 않다는 걸 안다. 사람들이 4와 16을 얘기할 때, 4가 항상 16의 루트값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사람들이다. 산란하고, 변덕스럽고, 날마다-심지어 시시각각- 서로 다르게 결합한다. 나도 숫자가 아니다. (p231)

어떤 사람이 다른 아이에 대해 "걘 야구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걔 머릴 열어 보면 안에 야구장이 들어 있을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하는 말 중 상당수가 단어들의 뜻 그대로의 의미가 아님을 아직 알기 전이었다. 나는 내 머리를 열어보면 그 속에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어머니에게 물어보자, 어머니는 "아가, 뇌가 들어 있단다"라고 하고, 주름진 회색 덩어리의 그림을 보여 주었다. 나는 내 머릿속을 그걸로 채울 만큼 뇌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울음을 터트렸다. 다른 누구도 그렇게 흉한 것을 머릿속에 넣어 다니지 않으리라고 확신했었다.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야구장이나 아이스크림이나 소풍이 들어 있을 것이다. (p332)

나는 사람들이 답하지 않았던 질문을 생각했다. 나는 늘, 아무도 한 적이 없으니 내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쩌면 다른 누구도 생각해 낸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둠이 먼저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무지의 심해에 처음으로 닿은 빛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질문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p332)

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 (p394)

별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서로를 알기 위해 맞달을 필요가 없어. 멀리 서로를 향해 빛나.(p440)

어느 날, 아들이 들어와 문틀에 기대 물었어요.

"빛의 속도가 1초에 30만 킬로미터라면, 어둠의 속도는 얼마에요?"

제가 일상적인 답을 했죠.

"어둠에는 속도가 없단다."

그러자 아들이 말하더군요.

"더 빠를 수도 있잖아요. 먼저 존재했으니까요."

_역주 후기 중

+ 푸른숲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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