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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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표지 호불호를 엄청 타는 독자에요. 작가보다 출판사보다 표지를 더 보는 독자라서 출간 초기엔 이 책에 관심을 안뒀어요. 근데 읽은 독자님들마다 엄청 재미나대요. 개인 출간이라 홍보도 없이 전자책 출간했는데 영화 계약도 따냈구요. 그러고 난 후에야 종이책이 출간된 거래요. 하물며 데뷔작이라고 하니 솔직히 뭥미?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싶더라구요. 평소 스릴러를 좋아하던 독자로서 (그러나 표지라는 벽에 막혀 그렇게 많이 읽지는 못했던 독자로서) 꼭 읽고 싶던 책이라 손에 쥐자마자 완독을 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재미가 좀 미쳤어요. 기관총 쏘는 전쟁터도 아닌데 사람이 너무 죽는 거 아닌가 싶긴 해도 책읽는 당일 제가 좀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였어서 그런지 죽어 마땅한 인간들 싹 쓸어가고 좋네 싶더라구요. <네 번의 노크> 같은 소설을 읽을 때면 사람들이 잔인하거나 피괴적인 게임에 몰두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아요. 예쁘고 사랑스럽고 우정 넘치는 판타지나 SF, 로맨스, 성장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주거든요.

가난한 동네의 사망 사건이에요. 그렇다고 토박이들이 붙박이 하는 한뎃지고 이웃사촌 너나들이 하는 시골은 아니고요. 근방에 공장 밀집 지역이 있어서 직장 가깝고 월세 싸니까 이래저래 사회생활 시작한 어린 친구나 외국인 근로자, 신혼부부, 가출 청소년들이 두루두루 섭슬려 사는 시끄럽고 사건사고 많은 그런 동네요. 이번에 사람이 죽은 곳은 원룸건물 3층이었는데 여기가 1층부터 3층까지는 여자들한테만 방을 주고 CCTV도 설치되어 있고 해서 세입자들이 그래도 좀 안심하고 사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303호 여자의 애인이 퉁퉁 부은 얼굴로, 어디로 보나 독극물로 죽은 것 같은 모습으로 계단에 엎어져 있었던 거죠. 3층에 사는 여섯 명의 여자들이 조사를 받는대요. 유력 용의자는 말할 것도 없이 죽은 남자의 사망 보험금 수령자인 303호에요. 근데 이 여자 너무 당당한거죠. 남자친구가 쫄딱 망한 이후로 만정이 다 떨어졌는데 헤어지자 하면 죽을까봐 안전 이별을 준비 중이었다고 여과없이 경찰에 진술을 하네요? 찔리는 게 하나도 없다는 태도에 진짜 다른 사람이 죽였나 싶어 그때부터 아리송해지더라구요.

301호부터 306호까지 이름없이 호수로만 지칭되는 나머지 인물들도 수사에 협조하며 진술을 시작하는대요. 성별만 같을뿐 직업도 외모도 성격도 사연도 다양한 이들이 알은 척도 안하던 이웃에 대해 편견 가득한 썰을 풀고 그 이웃들의 얘기와는 또 완전히 다른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무척이나 흥미진진합니다. 옷을 야하게 입어서 다들 술집여자로 아는 301호 여자는 무당이에요. 악착같이 돈을 모아 얼른 이사 나갈 생각밖에는 없는 프리랜서 재택근무자는 소음에 예민해서 집에서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살지만 303호와 애인의 성관계에는 촉각을 곤두세워요. 304호는 303호의 보호 관리 대상자인 지적장애인인데 부자 남편과 결혼한 엄마 덕에 집에 모아둔 현금이 꽤 되요. 몸 여기저기 커다란 문신을 새겨서 조폭처럼 험악해 보이는 305호는 악세사리를 팔고 있어요. 신실한 기독교인 흉내를 내지만 남말하기 좋아하는 오지라퍼 건물 관리인은 돈 뜯어갈 생각뿐인 아들에과 남편 때문에 삶이 막막한 상태에요.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여자들이 수렁 같은 인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이지 발버둥을 치고 있는 와중에 터진 사망 사건이에요. 게다가 죽음은 그 한 번으로 끝나지도 않습니다. 귀신이라도 붙은 듯이 3층의 여자들이 한 명씩 죽어나가거든요. 남자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연관없는 사망자까지 발생하니 독자는 영문을 모르는 채로 똑똑똑똑, 네 번의 노크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거에요. 진실을 알고 나면 후련할 것 같죠? 이상한 나라의 니나가 되어 마왕에게 한움큼 정신을 물어뜯긴 것처럼 멍해져요. 제가 정말 어딜가서도 빠지지 않는 행복주의자인데 3층의 얽히고 섥힌 욕망을 목격하고 나니 네 번의 노크만큼은 이보다 더 피폐해져도 좋겠다 싶더라구요. 책 읽던 당일 제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컸던 걸수도 있지만요 ;) 저 사실 미야베 미유키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는데요. 케이시가 미야베 미유키를 닮았다면 통칭 미미 여사님 책도 정말 읽어볼만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가 어떻게 각색이 될지 모르겠는데 결말은 알지만 그래도 보고 싶어요. 이상한 나라의 케이시가 만든 세상에 대고 똑똑똑똑 노크해 보시길. 여러분이 어떤 문 앞에서 가장 큰 공포를 느끼실지 정말 궁금합니다.

 

 

+ 인플루엔셜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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