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 I LOVE 그림책
다비드 칼리 지음, 벵자맹 쇼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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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런가요? 어른들은 절대로 못된 짓을 하지 않나요? 어른들은 절대로 이기적이지도 않고요? 어른들은 절대로 틀리지도 않지요? 어른들은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시간 낭비하는 일도 없이 365일 24시간 내내 계획대로 부지런한 거 맞죠? 누구랑 다투는 일도 없고 약올리거나 샘내지도 않고 아마 언제나 곧잘 착한 사람이겠죠? 어른들은 언제나 옳으니까요? 그죠? 이거 맞나요???

 

아이들에게 퍼부어지는 어른들의 잔소리를 잔뜩 모아놓은 그림책이에요. 읽으면서 어찌나 뜨끔뜨끔 하던지요. 할 일은 툭하면 미루고요. 일년에 몇 번 만나지도 않는 친구랑 전화로 싸운 게 엊그제에요. 아직까지 안풀고 혼자 씩씩대고 있습니다. 엄마 잔소리 듣기 싫다는 이유로 엄마가 전화 안하면 제가 먼저 전화도 잘 안해요. 책 한 자 더 읽어야 할 시간에 휴대폰 들고 놀기 일쑤에 요즘 들어서는 절대로 일찍 자지도 않는걸요. 자식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자식이 있었으면 엄마는 안하면서 왜 나보고만 하래?? 곧장 대거리를 하고 저는 저대로 이노무 자식 버르장머리 없이 어른한테!! 요놈요놈!! 했을 거에요. 생각해 보면 저도 한창 클 때 엄마는 안하면서 아빠는 안하면서 속으로 많이 꽁시랑거렸거든요.

 

어른들은 절대 안 그래?? 아니요 어른들도 절대 그렇습니다. 어른인 우리한테도 힘든 일을 아이들에게 너무 강요하지 않기로 해요. 자책할만큼 너무 혼내키지도 말고요. 어른들이 실수하듯 아이들도 어느 때고 실수 할 수 있다, 내가 실수했다고 혼나면 서러운 것처럼 아이들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그런 이해로 아이들을 품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귀엽고 웃기고 늦잠 잔날 아침 투덜투덜 이불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공감이 팍팍 가서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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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분식집
슬리버 지음 / 몽스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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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파리만 날리는 분식집을 운영 중인 고단한 청춘 성호. 오늘도 손님 하나 없는 분식집을 지키며 상권이 문제인가 메뉴가 문제인가 시종일관 그것이 문제로다 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치찌개 찾는 손님마저 진상이다 마다않고 어셔옵쇼 하는 친절함을 보이지만요. 건물이 원체 허름하다 보니 대게는 친절을 맛보기도 전에 발을 돌린다는 사실. 분식집을 계속 운영하려면 본인이 알바라도 뛰어야 할 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날처럼 잠들었다 깬 성호의 쪽방에 웬 듣도 보도 못한 문짝 하나가 생겨있습니다. 출근 걱정 없는 자영업자에 겁도 없는 그는 어디로 통하는지 알 수 없는 푸른 문 안으로 대뜸 몸을 던집니다. 이세계 판타지아와 성호의 만남이 그렇게 시작이 된 게지요.

 

오염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울창한 숲, 맑은 하늘, 청정 공기. 성호는 첫방문에 판타지아에 반해버려요. 판타지아는 이계인 성호에게 놀라운 능력을 부여하는데요. 동물이나 식물을 만지면 게임의 알림창처럼 그에 대한 정보가 뜬다는 거에요. 접촉만 해도 자동검색기능이 실행 된다고나 할까요? 거기다 동물을 잡으면 그 동물에 대한 친화력이 생기고요. 식물을 만지고 가공하면 놀라운 약효를 지닌 식재료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박카스처럼 기운을 솟게하는 산딸기, 열이 식는 태양 사과, 한 조각만 먹으면 소 한 마리를 잡아도 살 안찌게 막아주는 개울치, 피부재생에 탁월한 새우, 대머리 한가운데 잔디머리 자라나게 하는 꽃게 등등. 가격도 싼데 먹으면 살도 안쪄 피부 좋아져 머리카락 새로 돋아 여고생 여대생들한테 입소문이 안나고 배기겠냐고요. 서울서 공수해먹는 손님까지 생길 정도로 불티나게 장사가 됩니다. 판타지아를 텃밭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성호도 내일을 생각할 수 있을만큼 삶에 여유가 생기자 판타지아에 더 큰 호기심을 품게 되요. 그 호기심을 받쳐주듯 난파선과 같은 문명의 흔적들도 발견하게 되구요. 이세계에 친구라고는 아직까지 산고양이 딩고와 딩고의 아이들, 치타 같이 생긴 울프 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어쩌면 그의 판타지아 생활은 그래서 더 평화로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험은 이제 막 시작이라는 듯 그의 앞에 인간 비스무리한 존재들이 나타나구요. 낯선 문명 앞에 설레임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며 1권의 막이 내린답니다.

 

어디 나가고 누구 만나고 하는 거 딱 귀찮은 사람인데도 읽는 내내 성호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성호는 분식집에서 쓸 수 있는 식재료들에 환장하지만 저는 판타지아와 우리 세계에서 다르게 흐르는 시간이 제일로 샘났습니다. 거기서 하루종일을 보내도 현실세계의 시간은 채 한 시간도 흘러있지 않다니 책 한 무더기 들고 캠핑 도구 싸들고 들어가서 뒹굴뒹굴 책 읽다가 낮잠 자다가 태양사과, 산딸기, 개울치 구워 먹고 놀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요. < 기적의 분식집>은 판타지 소설 사이트 조아라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구요. 워낙에 인기가 많다 보니 소설책 출간 전에 게임까지 출시가 됐다고 합니다. 아무 갈등없이 오로지 즐거운 상상력 하나만으로 글의 재미를 다할 수 있음을 증명한 책이에요. 다만 1권 완결이면 몰라도 2권, 3권이 진행된다면 식재료 같은 유니크한 아이템만으로는 흥미를 유지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권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흥미진진. 2권도 얼른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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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친구들 상상놀이터 10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아서 하워드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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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가 5학년 선생님 집에서 태어난 초코 래브라도 리트리버 코나, 카리브해 섬의 한 야자나무 아래서 태어난 소라게 그웬돌린, 구스베리 공원의 사탕단풍나무에서 나고 자란 청설모 스텀피, 출신은 알 수 없지만 스텀피의 새집으로 이사온 박쥐 머레이가 주인공이에요. 종도 다르고 태어난 곳도 자란 곳도 다 다른 네 동물이 어떻게 친구가 되고 어떤 모험에 나서는지 제가 얼른 소개시켜 드릴게요.

코나와 그웬돌린, 스텀피가 친구가 된 건 모두 앨버트 교수님 덕분이에요. 솔로의 삶을 기쁘게 누리고 계시던 교수님은 은퇴 후에 집으로 짝꿍을 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어요. 그때 선택한 친구가 다름아닌 일곱 번이나 환생한 기억을 가진 소라게 그웬돌린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한 번도 아니고 일곱 번이나 환생을 했다구요! 세상 모르는 게 없구요. 교수님만큼이나 똑똑한 소라게에요. 교수님이 한눈에 반해버린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닌 것 같죠? 짝꿍 그웬돌린의 존재가 너무나 만족스러워서 교수님은 다른 짝꿍도 들일 생각을 하게 되요. 파라다이스가 5학년 선생님 댁에 놀러갔다가 만난 강아지 코나인데요. 코나에게는 열두 형제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코나만이 교수님 곁을 떠나지 않고 무릎에서 잠들었지 뭐에요. 코나가 교수님의 슬리퍼를 물어 뜯거나 시끄럽게 짖거나 우당탕탕 뛰어다닐 때마다 코나를 훈육한 건 다 그웬돌린이었어요. 교수님은 암것도 모르고 코나가 날 적부터 아주 얌전한 강아지려니 하시지만요. 스텀피는 코나가 구스베리 공원을 산책하며 사귄 친구에요. 코나와 친구들은 모두 스텀피의 출산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인데 모두에게 첫 조카가 될 녀석들이거든요. 스텀피의 나무에 박쥐 머레이가 이사 오며 친구가 또 한 마리 늘었고 세 쌍둥이까지 건강하게 태어나 인생에 축복 말고는 없을 것 같은 한 때였어요. 설마하니 그런 밤 뒤에 우박 폭풍우가 몰려올 줄 누가 알았을까요. 우지끈!!!! 스텀피와 머레이, 갓 태어난 세 마리의 아기를 품은 나무가 부러질 거라곤 친구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답니다.

코나는 스텀피와 아기들을 구해야 해요. 코나말고는 녀석들을 구조할 수 있는 동물이 아무도 없으니까요. 스텀피는 코나의 집을 찾아야 해요. 코나와 그웬돌린이라면 집을 잃은 친구들을 언제든지 반겨줄 테니까요. 머레이는 스텀피의 아기들을 지켜야 해요. 아기를 키워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코나가 찾아오거나 스텀피가 코나의 집을 찾을 때까지 아기들을 돌보겠다고 스텀피와 약속했거든요. 우박이 쏟아져 엉망진창인 세상으로 달려나가는 코나와 스텀피. 코나는 과연 스텀피와 아기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공원밖으로 나가 본 적 없는 스텀피는 어떻게 코나의 집을 찾아낼까요? 지혜로운 소라게 그웬돌린과 용감하고 씩씩한 코나, 다정한 수집품 전문가 스텀피, 유쾌하고 흥 많은 박쥐 머레이가 우박이라는 재난을 씩씩하게 헤쳐나가며 우정을 다지는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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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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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오사카, 진짜 지긋지긋해!" 하수구 덮개판을 쾅쾅 소리나게 밟으며 울화통을 터트리고 있는 한 여인이 있습니다. 이름은 지사토, 나이 스물도 전에 청상과부가 되어 고향도 아닌 오사카에 홀로 남겨진 여인넵니다. 지금으로치면 아이들 공부방과 같은 습자소의 강사로 근무 중인데요. 에도 출신이다 보니 오사카 사투리를 제대로 쓰지 못해 애를 먹고 있어요. 콩알만한 어린애들이 말투를 두고 어찌나 꼬투리를 잡고 놀려대는지요. 물론 그때마다 휘둘리는 지사토도 문제지만 약이 바짝 올라 어린애들이랑 대거리하다 강습소에 잘린 게 이번만 벌써 세.번.째. 가르치는데는 영 소질이 없는 게 분명한데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게 어디 쉬워야 말이죠. 여윳돈이 있거나 잠시 기댈데만 있었어도 좀 길게 내다보고 일을 살필 수 있을텐데 얄미운 올케를 생각하면 굶어죽어도 친정엔 발걸음 하고 싶지 않구요. 상인집안 딸을 어찌 며느리로 삼느냐며 노발대발하던 시집은 아들이 죽자 약간의 저축 마저 빼앗은 채 칠일만에 지사토를 내쫓았어요. 빈털털이라 에도에 돌아가 남편 성묘도 못하는 처지에 또 백수가 되다니, 에고에고.

습자소의 늙은 강사에게 다다미 값, 숫 값까지 탈탈 털리고 돌아오는 길. 빨래터의 부인들이 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해요. "큰일 났어요 강사님. 댁이 털렸어요!" 도둑질 할 데가 없어서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내 집을 털다니! 지사토는 대성통곡이라도 하고픈 심정인데 엎어진 놈 꼭 뒤 찬다고 관리인까지 월세를 내라고 쫓아옵니다. 지사토는 눈에 뵈는 게 없어요. 지긋지긋한 오사카놈들아! 네들은 인정이란 것도 없지!! 이 얼간이 벽창호 같은 놈들아!! 속마음을 빼액 지른 것까진 좋았는데 아뿔싸, 관리인이랑 같이 있던 남자가 집주인 가와치야의 큰도련님 세이타로였지 뭡니까. 오사카 토박이 큰도련님이 지사토의 어깃장에 마음이 상하여 그녀에게 일자리를 주선하였으니 그곳은 다름 아닌 천하의 주방 오사카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야채 도매상 가와치야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마음이 상한다면 재벌 앞에선 꼭 욕을 하는 걸루 해요 우리!! 건물주 아들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대기업(?) 대표의 아들이기도 했던 세이타로와 세이타로 어머니 시로의 직속하녀로 취업하게 된 지사토. 지역 감정 장난 없는 에도녀와 오사카남. 그것도 한쪽은 진중한 사무라이 남편과의 사랑을 고이 품고 사는 과부, 한쪽은 오사카 제일 가는 기생 고만과 사방팔방 염문을 뿌려대는 중인 철딱서니 없는 재벌남이고 보니 이 사랑 어떻게 흘러 갈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둘은 <야채에 미쳐서> 헐레벌떡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랍니다.

에도시대 오사카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입니다. 1800년대 초반, 오사카에 실제로 존재했던 청과물시장 도매상들과 농민의 격렬했던 노점 허가 대립을 배경으로 한 상업물이구요. 로맨스 소설이기도 해요. 금난전권의 폐지 등의 역사를 생각하면 그 배경이 썩 낯선 것도 아니라서 일본의 시대물이라도 읽는 게 그리 힘들지는 않더라구요. 주석 등이 많아서 좀 귀찮기는.... 크흠, 아, 아닙니다 ㅋㅋ. <야채에 미쳐서>를 읽으며 읽는 내내 입맛을 똑똑 다실 때가 많았는데요. 남주 세이타로가 제대로 야채성애자다 보니 대파 한쪽 뜯어먹고도 입맛 도는 찰진 묘사를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지사토가 또 한 먹성하여서 세이타로와 어울려 이것저것 맛있는 걸 엄청 먹으러 다니는데 요즘으로 치면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우동 먹는 장면, 캬아, 이 소설의 명장면으로 저는 그 우동집을 꼽겠습니다. 한겨울 찬바람 쌩쌩 부는데서 안경에 김 뿌옇게 서리는 뜨뜻한 가게 들어가서 우동 먹고 싶었어요. 입맛을 찹찹 다지며 사연 많은 두 남녀가 이러뛰고 저리뛰고 동분서주 하는 걸 보고 나면 엄청 배고파집니다. 오이라도 하나 들고 읽으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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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 4대비극, 5대희극 수록 현대지성 클래식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저, 찰스 램.메리 램 엮음, 김기찬 옮김, 존 에버렛 밀레이 외 그림 / 현대지성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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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인지 3년 전인지 셰익스피어랑 친해져보겠노라 큰소리를 치며 아름다운 날에서 출간된 <한 권으로 끝내는 셰익스피어>를 구매했더랬다. 읽었느냐고? 벽돌이 봤으면 형님!! 했을만치 두꺼운 책이 여전하게 새책인 채로 책장에 꽂혀 있다. 책장 앞을 오며가며 할 적마다 읽어야지 생각하면서도 매번 등을 지다가 올해는 배신까지 때려버렸다. 뒤늦게 만난 현대지성의 <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을 먼저 읽어버린 것이다!! 셰익스피어 대표작 20편인데 두껍지가 않네? 극본 형태가 아니라 단편소설처럼 편집 되서 가독성도 장난 없고 뭣보다 표지에 있는 프랭크 딕시 작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명화들이 컬러판으로 실려있는 본문이 매력적이다. 스무개 정도에서 그치겠지 했던 삽화는 알고 보니 106장이나 실려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같은 작품은 초등용으로 편집된 것을 5, 6학년 때쯤 읽은 기억이 나고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로 출간된 <뉴보이>를 볼 때 오셀로를 따로 찾아 읽었지만 그 밖의 작품들은 대다수가 처음. 이래서 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세계 유수의 작가들이 무인도에 갈 때 꼭 챙겨야 할 책으로 셰익스피어를 꼽는가 보다 이해가 가더라. 어떤 작가들이 어떤 찬사로 셰익스피어를 선택했는지 알고 싶다면 문학수첩에서 출간된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도 읽어보시라 추천한다.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다 사랑하는 연인 오필리아를 잃고 만 햄릿. 살인으로 살인을 벌하려던 그는 친우 호레이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달라고 말한 뒤 사망한다. 아버지를 등지며 흑인 장군 오셀로와 결혼한 데스데모나는 사악한 이아고의 말끝에 휘둘려 아내를 의심한 오셀로의 손에 목이 졸려 죽는다. 모든 사실이 밝혀진 후 오셀로는 통한의 눈물을 쏟지만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칼 위로 꼬꾸라진다. 막내딸 코델리아의 정직한 마음씀이를 믿지 않고 큰딸 작은딸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왕위와 영토까지 넘겨준 브리튼의 왕 리어. 그는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해 딸들의 집과 들판을 해매며 넋을 놓는다. 큰딸작은딸에게 분노하지만 물려준 재산을 뺏어올 방법이 없다. 박대했던 막내딸 코델리아의 수행원들에게 발견되어 구출되지만 이는 또다른 비극의 서막이었으니 자신의 입맞춤으로 언니들의 배은망덕을 지워버리겠다던 코델리아가 끝내 감옥에 갇혀 젊은 생을 마감한 것이다. 마녀들의 예언과 야욕 넘치는 부인의 부추김으로 자신의 왕을 시해한 맥베스. 소망하던 스코틀랜드의 왕좌를 차지하지만 왕위는 평온했던 그의 삶을 무너뜨린다. 망설이던 맥베스의 등을 떠밀었던 부인은 죄책감과 사람들의 미움에 홀로 자살해 버렸고 주변에는 온통 적만 남았다.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대로 자신이 끝장낸 벵쿠오의 자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말 것인가.

드라마틱한 절망을 그린 4대 비극, 통쾌하고 발랄한 사랑스러운 5대 희극, 그밖의 주요 작품 11편을 아껴읽을 생각도 못한 채 덥썩덥썩 읽었다. 시류에 뒤쳐지는 소재다 보니 읽는 내내 반감을 느꼈던 말괄량이 길들이기. 그 옛날에도 남장여자를 소재로 썼구나 제일 흥미진진하게 읽은 뜻대로 하세요, 엄청난 사랑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주인공들의 나이 때문인지 로미오의 첫사랑 탓인지 사춘기 호르몬의 이상 폭발 아닌가 싶었던 로미오와 줄리엣 등 한 편 한 편이 모조리 다 재미나더라. 찰스 램의 편집이 그만큼 좋았던 걸수도 있지만 1500년대의 작품이라는 걸 알고 봐도 비극은 비극대로 희극은 희극대로 마음 가는 구석이 있었다. 추천사처럼 "변화무쌍한 운명", "인간의 고뇌", "다양한 본성"들이 셰익스피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인 듯하다. 원작을 읽기 쉽게 편집하다 보니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같은 유명 독백 등이 빠져있는데 극본의 형태로 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로 꼭 한번 다시 만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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