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여행
양국희 지음 / 쿠키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책을 펼칩니다.

2016년 5월에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여행한 양국희 작가님의 추억 앨범인데

초록 지붕이 너무나 익숙해 처음 만나는 책, 처음 만나는 그림 같지가 않았습니다.

앤이 그려져 있진 않지만 저 길 한가운데서 활짝 웃고 있는 앤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르는 걸요.

꼭 내가 뛰어놀았던 길 꼭 내 친구의 집만 같습니다.

앤의 프린세스 에드워드 섬은 어느 한 독자의 풍경이 아니라

앤과 함께했던 우리 모든 독자들의 추억의 풍경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앤의 소녀 시절을 사랑했던 한국의 또다른 소녀는 어른이 되어 앤의 고향을 찾습니다.

결혼을 했고 선생님이 되었고 여행가라는 직업을 가졌고 공군에 아들을 입대시킬만큼 성숙한 마음에도

어릴 적 만난 앤의 기억은 또렷하기만 해서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은 내내 설렘으로 흐릅니다.

그 설렘을 글자뿐 아니라 작가님이 손수 그린 지도와 여권과 백팩의 그림으로 맛보며 저도 함께 두근두근.

혼자서 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니 얼마나 좋았을까요!

 

"진초록 나무들, 붉은 흙의 들과 해변"(p14)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이나 소설 속의 묘사로 상상했던 것과는 또다른 느낌의 삽화들에 눈이 번쩍 뜨입니다.

그린 게이블의 표지판만 봐도 꿈꾸던 곳에 당도해 간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던 작가님.

크고 작은 헛간을 지나 초록 지붕 집 앞에 서서 콩콩콩 뛰는 가슴을 느꼈다는 작가님.

가문비 나무와 자작나무, 전나무와 벚나무, 노란 개나리 활짝 핀 정경을 작가님의 글로 읽으며

앤과 마릴라 아주머니와 메슈 아저씨와 다이아나를 떠올립니다.

제 눈으로 본 건 지면의 활자뿐임에도 아득하게 먼나라

실제하지도 않았던 시간의 소리들이 들리는 것만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건

제가 앤을 너무 좋아해서일까요?

아니면 앤을 향한 작가님의 애정이 제 마음에 반사된 탓일까요?

부럽다, 부럽다, 넘넘 부럽다.

예쁘다, 예쁘다, 넘넘 예쁘다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앤을 여전히, 아직까지도 좋아한다는 사실이 가끔 쑥스러웠는데요.

아직은 한참 더 설레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몽글몽글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빨강머리앤을찾아서

#양국희

#쿠키북스

*이도서는출판사로부터도서를제공받아작성한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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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현실 편 : 역사 / 경제 / 정치 / 사회 / 윤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1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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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님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가까이 할 기회가 없었던 책.
끝없이 이어지는 독자들의 추천 이유를 알아봐야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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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식수필
정상원 지음 / 아침의정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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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먼저 전하는 말 : 재미있다! 읽자! 독서 에세이 취향인 독자는 백퍼 이 책 입맛임. 제목 때문에 무관심한 독자님들아 여기 맛집이여!!

소설 편독파인 나는 에세이 장르는 영 쥐약이다. 미식과도 탐식과도 거리가 멀어서 셰프의 에세이에는 완전 무관심. 평소라면 들춰보지 않았을 책인데 책 소개를 읽다 다음 구절의 한 단어에 꽂혔다. "호세의 집으로 가는 길은 건조한 사막으로 이루어진 마드리드 남부의 라만차 황무지다. 끝없이 이어진 황무지를 건너다보면 목이 칼칼하다. 돈키호테가 한 판 승부를 벌인 언덕 위의 풍차가 아니면 방향을 가늠할 이정표조차 없다. 황무지의 칼칼함을 달래주는 것은 다름 아닌 동치미다."(p25) 돈키호테의 완독에 다소 과하게 자부심을 느끼는 나는 그 이름 앞에서 발을 멈추기 일쑤다. 알마그로 동치미가 라만차의 전통 음식이라면 풍차에 대패한 후 몸을 못편 채로 비척비척 귀가한 끼하다 영감님도 부글부글 끓는 속을 동치미로 달랬을지 모를 일이잖는가. 이번엔 라만차의 동치미 항아리에 관해 알아보자 하며 읽게 되었는데 내 선구안 어쩔. 이 책을 에세이라고 접고 갔으면 나 대박 후회했다.

일단, 제목은 수필인데 장르가 교양 인문학이다. 어떻게 이런 함정을 파셨는지 작가님과 출판사에 깜놀. 그야 에세이라기엔 표지가 좀 무겁고 색이 장중하다고 생각은 했으나 그래도 어쨌거나 "수필"이니 당연히 에세이인 줄로만 알았지 뭔가. 이단, 셰프가 지식 보부상으로 나서서 한 보따리 이고지고 알려주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다. 풍경과 과학, 음악과 미술까지 맛으로 인식하는 셰프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 일이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여태껏 뉴턴의 사과와 세잔의 사과 품종을 궁금해본 일이 없다. 뉴턴이 머리에 맞은 사과가 켄트의 꽃이라는 품종인 줄도 알지 못했고 그 사과가 아리고 푸석푸석해서 바로 먹기 별로라는 것도 몰랐다. 켄트의 꽃이 크고 단단했다면 뉴턴의 머리에는 다른 시련이 닥쳤을지 모른다는 셰프의 농담에 웃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포도 품종, 동유럽의 식문화 속에서 발견하는 같은 뿌리 하나, 붉은 돼지 식당의 계급적 메뉴판, 토마토를 먹는 모험가를 보고 기절 또는 사망한 포르투갈 사람들, 칠성 사이다가 왜 "칠성"인지를 알고 느낀 문화충격, 먹는 일에 관심이 많은 독자는 당연하고 관심없는 독자도 눈 동그랗게 뜨고 만나는 식탐험을 위한 안내서 되시겠다. 삼단, 셰프의 독서 이야기가 알차다. "글의 행간에서 육즙을 찾아내고 사용된 조사가 문맥상 후추인지 소금인지 구별해야 한다. 가자미는 굽고 생태는 끓여야 하는 것처럼 정해진 문법에 맞춘다면 냄비 안의 글자들은 맛있게 조리된다."(p297) 셰프는 이렇게 읽고 이렇게 감상하고 이렇게 요리로써 쓴다는 독후기를 읽고 나니 나 정말 반했어요 정상원! 정상원!! 사단, 셰프님과 유머코드가 통하면 좀 웃긴다. 이건 읽어야만 아는 맛이라 더는 설명 생략. 오단, 음식 사진이 많아서 책만 봐도 먹음직스럽다. 방구석에서 떠나는 유럽 식도락 여행이라는 출판사의 홍보에 거짓은 1도 없었다는 거. 출판사도 칭촨해!

책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서는 책 제목을 "글자수프"로 했으면 어땠을까도 싶지만 그렇게 되면 주제와 소재에서 너무 벗어나게 되겠지? 하여튼, 아이참, 이 책 진짜 정말 좋다. 못믿겠으면 도서관 희망 도서라도 꼬옥 신청해서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문 닫는 곳이 많다지만) 이 짭쪼롬하게 맛있는 여행 맛, 음식의 맛, 글 맛을 양 어금니 꽉 꽉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아차, 기사소설이 한가득 불탔던 끼하다 영감님의 정원 풍경에서 장독 카수엘라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책이 너무 두꺼운데다 라만차 사람들도 우리처럼 장독을 마당에 묻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서 포기했다. 언젠가 돈키호테를 재독하게 된다면 그땐 돈키호테 속 음식도 더욱 세심하게 체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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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퇴마사 1~3 세트 - 전3권
왕칭촨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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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퇴마사!! 고전소설만 줄창 파던 저에게 내려온 단비 같은 책입니다. 신비 소설이라고도 신무협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측천무후의 사망 후 내도록 혼란했던 당의 장안을 배경으로 해요. 어머니의 위세에 몰려 폐위되었다가 무후의 사망 후 천자의 자리를 되찾은 중종. 그러나 중종의 입지는 매일이 위태롭기만 합니다. 생사고락을 같이 한 위황후도 무후의 압박에서 번번히 오라버니를 지켜줬던 동생 태평공주도 황태녀가 될 욕망으로 가슴이 부푼 막내딸 안락공주와 형제 조카들 다수가 황제의 자리를 탐내거든요. 더하여 보통 사람의 인력으로는 풀 수 없는 괴사건들이 장안 도처에서 벌어지며 세상을 어지럽히니 이럴 때 필요한 건 뉴규?? 바로바로 당나라 퇴마사 원승과 그의 친구들!!

금오위 단주의 아들이지만 낯모르는 이가 누구냐 물으면 "장안 사람 원승이오" 할 정도로 권력과는 거리를 둔 채로 도나 닦고 그림 구경이나 하며 살던 원승은 뜬금없이 중종과 현종 초기에 권력의 핵심에 서서 궐 안팎의 이야기를 주무르게 됩니다. 그의 인품과 재능이 원체 뛰어났던데다 계속해 기연이 닿았으며 권력의 중추들과 대립한 결과입니다. 지조와 절개가 넘치는 미남자가 취향인 탓에 우울한 낯의 원승은 제 기준에서는 좀 못미치는 주인공이었는데요. 별 매력없는 조연에게 마음을 뺏겨 내내 애타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꼴보기가 싫었어요. 원승 미안 ㅋㅋ 판타지나 무협지는 스토리만큼 캐릭터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조금 실망할 뻔 했지만!! 웬걸요. 미스터리한 사건사고를 파헤치는 탐정 같은 원승의 추리력과 퇴마사들의 활약이 정말 대단하더라구요. 참고로 작가님의 최애픽은 원승. 누구에게나 부드럽고 따뜻하며 자발적 죽음에 처한 첫사랑을 지켜주러 마지막까지 결사항쟁하는 원승을 높이 사는 작가님과 저의 취향은 진실로 극과 극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안락 지키려다 연인 대기를 위험에 몰 수도 있는데 그노무 첫사랑이 뭔지 쯧쯧쯧.

여타 무협소설마냥 구대문파와 오대세가가 나와 화려한 신공을 자랑하며 검초를 쓩쓩 쏘는 일은 제로. 주인공 원승은 검도 창도 아닌 "붓" 한 자루만 들고 장안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악당을 소탕합니다. 선운사 절의 지옥도 벽화대로 죽어가는 죄인들,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원승의 실수로 쓰러진 스승 홍강 진인의 의심스러운 죽음, 청룡 등 사대 신수의 부적이 나타날 때마다 궁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건, 안락공주와 위황후를 홀리는 고양이 요괴와 머리 아홉 달린 천마가 나타나 장안을 피바다로 만들려는 위기를 붓 한 자루로 헤쳐나가는 원승의 기지와 도술이 얼마나 신묘했는지는 제 깜냥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어요. 원승의 곁으로 모여드는 퇴마사 정예들의 매력은 또 어떻구요. 장비가 생각나는 힘센 장수 육충과 육충에게 마누라라 불리는 주술잡학사전 청영, 원승의 외사랑을 알면서도 그를 위해 사력을 다하는 페르시안 여인 대기(제 원픽. 헤어질 때조차 멋졌던 여자!), 존재감은 없지만 쓸모만큼은 넘치는 재주꾼 오육량, 훗날 양귀비와 엄청난 염문설을 뿌리지만 아직은 젋고 의기 넘치는 젊은 현종 이융기는 원승의 파란만장한 모험 속에서 결코 빼놓으면 안될 핵심 재미입니다. 황위를 노리는 세력들의 치열한 암투와 험난한 세상에서도 도를 추구하는 원승, 각기 다른 목적으로 원승 곁에 남았지만 끝까지 원승과의 의리를 다하는 친구들에게 닥친 기기묘묘한 이야기들을 꼭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권당 오육백을 꽉 꽉 채워 자그마치 1836쪽에 달하지만 부담 1도 없는 즐거운 독서의 맛을 제대로 느끼실 거에요. 강추!

아참. 작가 후기를 보고 알게 된 건데요. 당고종(고구려 멸망시킨 왕;;) 때 반포한 대당소의에는 이런 규정도 있었다고 합니다. "고양이 귀신 이야기를 지어내는 자 및 이를 기르는 자는 일괄 교수형에 처하며, 가족이나 알고도 고하지 않은 자는 일괄 삼천 리 밖으로 유배한다!!" (p659) 당 시대만큼 기괴한 이야기들이 번성한 때가 없었다더니 정말 어마어마하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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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전집 9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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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사 이탈로 칼비노 전집 9번째 책이다. 마르코 폴로와 원나라의 시조 쿠빌라이 칸의 대담집인데 주인공을 보고 우리의 선조들 4부인가 잠깐 혼동도 했다. 우리의 선조들과는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식이 확연히 다르기는 하지만 역사적 인물, 환상적인 도시에 대한 묘사 때문에 잠깐 그랬다. 선조들 3부작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는 그 어떤 사건도 없다. 그저 베네치아에서 건너온 젊은이 마르코 폴로의 도시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듣는 쿠빌라이 칸의 의문, 이 의문에 대한 마르코 폴로의 현자 같은 답이 있을 뿐이다.

여행자들에게 아주 독특한 기억을 남기는 지르마라는 시가 있다. 여행객들은 도시 첨탑 사이를 나는 비행선을 단 한 대 밖에 본 적이 없음에도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창밖을 날아다니던 무수한 비행선을 기억한다. 전철 승강장에서 부채질 하는 단 한 명의 여인만을 보았을 뿐인데 정작 그들 머릿속에 떠오르는건 무더위로 숨도 못쉬는 여인들로 만원이 된 전철이다. 마르코 폴로는 얘기한다. "기억은 필요 이상의 것들로 넘칩니다."(p31)

에우트로피아에는 여러 많은 도시들이 존재한다. 그곳 시민들이 도시를 살아가는 방식은 기이하다. 어느 한 사람이 도시 안팎으로 들고 나며 이사를 하는 것이라 아니라 도시 주민 전체가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주하며 사는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피로를 느낄 때, 자기 직업과 친지와 집과 거리와 의무와 아내와 남편을 더는 참아줄 수 없을 때 텅 빈 상태로 자신들을 기다리는 도시로 옮겨간 그들은 새 도시에서 새 집과 새 남편과 새 가정과 새로운 풍경을 갖게 된다. 다만 그들의 사회가 부나 권력을 큰 차이없이 정비하기 때문에 마치 등장인물만 바뀐 똑같은 영화의 상영 같은 모습으로 진행된다. 다시 무언가를 참을 수 없어지는 때가 오면 그들은 텅빈 어딘가의 도시로 또한번 삶을 옮겨가리라.

마르코 폴로가 방문한 다양한 도시의 모습은 실제라고는 믿을 수 없는 형태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 여인들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방문한 호수에서 돌을 매고 자살한 시체들이 떠다닌다. 개들이 그런 시체들의 눈을 뜯어 먹고 있다. 땅에 수직으로 긴 구멍을 파기만 하면 어디서든 물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땅도 방문한다. 육지로 오는 사람과 바다로 오는 사람에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도시도 있다. 이렇듯 계속되는 55개의 도시 이야기는 읽다 보면 당연하지만 모든 것이 가상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도시 속 숨은 기호와 기억, 지속성과 과거와 미래와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을 이야기하기 위한 상징일 따름이다. 애초에 원나라의 황제와 마크로 폴로의 시대에 비행기와 전철을 볼 수도 없느니만큼 당연한 얘기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마르코 폴로가 그려낸 보지지 않는 도시들을 향하여 짐을 꾸리고픈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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