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떠오르는 책입니다. 일상에서 만나게 된 동화 같은 기적을 다룬 네 가지 이야기라는 점도 그렇지만 전혀 관계없는 선로들이 연결되어 마지막 장에서 얽힌 실타래가 확 풀어지는 듯한 구성 또한 조금 비슷한 느낌인데요. 나미야 잡화점에 나미야 할아버지와 좀도둑 삼인방이 있었다면 여기 분실물센터엔 예쁘게 염색한 빨간 머리에 오리 주둥이 같은 입술의 훈남 역무원 소헤이와 그의 동료 펭귄이 있습니다. (쇼헤이는 보면 볼 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임시완을 떠오르게 하더군요. 묘사가 정말 비슷해요!!) 

제1장 고양이와 운명에서 펭귄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저는 이 펭귄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 같은 역할일 줄 알았는데요. 철도에 사는 펭귄이라니 뭔가 좀 어색하기도 하고 현실 같지 않아서 장르를 판타지나 동화 계통으로 착각한거죠. 생각해 보세요. 고양이도 아니고 개도 아닙니다. 검고 흰 투톤 컬러에 둥근 머리와 오렌지색 주둥이, 날지도 못하는 날개를 파닥파닥 거리며 새까만 눈으로(p107) 쳐다보며 자박자박 걸어오는 펭귄이라니요? 두 발을 모았다 깡총 철도 안으로 뛰어오르는 펭귄이라니 꺄~ 너무 귀여워~ 할 법 하지만 좀 현실 같진 않잖아요. 그래서 펭귄을 따라가다보면 사자와 마녀와 옷장처럼 사차원 세계로 짠 하고 연결이 될 줄 알았습니다. 시시한 일상에서 벗어나 만나게 되는 모험담, 양말 줍는 소년이나 뭐 이런 비슷한 많은 이야기처럼요. 결론적으로 펭귄철도 분실물센터는 이상한 나라는 이상한 나라인데 현실 세계 속 이상한 나라였습니다. 알고 보니 이 펭귄은 진짜 펭귄이었고, 분실물센터에서 살고 있었고, 분실물센터에는 대형 냉장고로 펭귄의 잠자리까지 구비되어 있었고, 물고기는 한 양동이씩 먹어 치우고, 아무데나 똥을 싸고, 똥냄새는 비리고, 쇼헤이는 똥 치우느라 바빠서 전화를 못받을 때가 많고, 펭귄은 똥을 싼 후 저 알아서 철도를 타고 다니다 분실물센터로 돌아오고, 사연 있는 사람들은 그런 펭귄에게 홀린 듯이 물건을 잃어버린 후 다시 홀린 듯이 분실물센터를 찾아오고. 흠.. 쓰고 보니 이것이야말로 판타지인가요? 어쨌든 이 펭귄이 역에 자리한 기나긴 역사와 수수께기는 4장에서야 풀리는데 이건 쉿, 비밀입니다. 책의 모든 슬픔, 설렘과 감동이 이 4장에서 드러나는 펭귄의 비밀에서 폭발을 하기 때문에 알려 드릴 수가 없어요. 대신에 1장에서 4장까지의 간략 이야기만 들려드리자면 1장 고양이와 운명은 죽은 고양이의 유골을 분실한 교코의 이야기이구요. 2장 팡파르가 울린다는 초등 시절 반장이 써둔 러브레터를 잃어버린 히키코모리 게임러 겐의 이야기입니다. 3장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나는 이력서를 잃어버린 지에의 거짓 임신에 관한 이야기이구요. 4장 스위트 메모리스는 기억을 잃어버린 할아버지 준페이의 이야기였어요. 처음엔 그들이 잃어버린 것이 물건에 국한된 것만 같았지만 읽다 보면 분실물이 실은 그들의 생에 아주 귀하고 소중한 무엇인가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죄책감으로 짊어지고 있던 죽은 고양이를 떠나보내는 일이기도 했고, 컴퓨터와 방문 밖을 벗어나 사람과 교류하며 감정을 나누는 일이기도 했고, 남편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그의 아이가 아니라 그의 아내로 발돋움 하는 일이기도 했으며, 잃어버리고 부서졌던 기억을 시간의 저 너머에서 끌어와 삶에 대한 용기를 채우는 일이기도 했지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아니 분실물인 셈입니다.

사실 이 책을 편안하게 읽기는 했는데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조금 헤맸습니다. 근래 마음에 쏙 들게 흥분되는 책들로만 만나서 편하게 리뷰를 써오다 보니 급 잔잔해진 이야기 앞에 머리가 꽉 막히더라구요. 1장의 교쿄 얘기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판타지인가? 로맨스인가? 하며 크게 두근거렸던 터라 일상물임을 알고 좀 김이 빠지는 느낌이기도 했구요. 기대가 컸을 때의 반작용이죠. 그렇지만 분명 괜찮은 책입니다. 약간은 설레고 약간은 귀엽고 또 많이 공감가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틀림없이 이 책도 맘에 드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보는 내내 영화 보통사람이 떠올랐다. 안기부에 의해 조작된 증거로 가짜 연쇄살인범을 체포하는 형사 손현주, 체포된 범인이 사실은 범인이 아님을 알게 된 기자 친구 김상호, 김상호를 고문하여 죽이고 진실을 파묻는 권력 장혁의 대립이 꽤나 볼만했음에도 나는 별점 두 개의 테러를 마음 속으로 날렸다. 그야말로 보통사람의 보통사람에 의한 보통사람다운 복수에 숨이 콱 콱 막힌 탓이다. 강력계 형사인 손현주는 안기부에 친구를 잃는다. 잃은 친구의 복수를 위해 뛰다 그 권력에 다시 아내를 잃고 아들을 잃을 뻔 한다. 그 어마어마한 분노로 감행한 복수라는 것이, 제 손에 총을 쥐고도, 고작해야 그 권력의 수뇌부도 못되는 핫바지 장혁을 끌고 와 수사대 피의자 자리에 앉힌 것이 다였다. 그 뿐이었다. 권력은 심판받을 생각도 용서를 빌 생각도 부끄러움도 없는데 정의롭고 용감하고 우직한 보통사람은 복수조차 상식 선에서 끝낸다. 그들에겐 없는 상식을 우리끼리만 악착같이 지키고 앉은 그 꼴이 너무나 보기 싫었다. 영화의 결말엔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코뿔소를 보여주마도 그래서 겁이 났다. 비슷한 양상을 띄는 이야기였던 탓이다. 권력에 의한 왜곡과 조작, 고문과 가혹행위, 죄없는 이들의 죽음으로 진실은 파묻히고 가해자는 멀쩡히 잘 사는 이야기. 복수라고 행해지는 행위의 결말조차 덧없는 그런 전개로 나아가지 않을까 의심이 일었다. 분명 처음엔 그랬다.

1980년대 공안정국 시대에 권력은 아무 죄없는 대학 강사와 화가와 교사를 샛별회라는 명칭으로 묶어 물고를 한다. 평범한 남편, 아빠, 사회인이었던 그들은 하루아침에 빨갱이가 되어 둘은 목을 매고 한 명은 단식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이 지나 그들 샛별회를 엮은 인물들인 검사 출신 변호사 장기국, 보수언론인 백민찬, 고문관 권영욱이 실종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들어오는 자, 희망을 버려라"는 단테 신곡 속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마치 경찰을 우롱하 듯, 아니 경찰을 끌어들이려는 듯 파격적으로 범죄와 사체를 노출시키며 달려오는 그들 코뿔소들은 그들을 뒤쫓는 강력계 형사 두식과 검사 준혁, 프로파일러 수연을 우롱하며 그들의 발자국 위로 죄인들의 펄펄 끊는 피를 퍼붓는다. 용암같이 뜨겁고 맵고 달은 복수극의 서막과 종결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이것이 한국 소설이 맞나 싶었다. 용두사미의 김빠진 콜라 같은 결말은 없었다. 나라가 우리를 죽였는데 그렇게 죽임을 당하고서도 다시 나라의 앞마당을 개처럼 지키는 보통사람의 꼬라지도 없었다. 보통사람들의 신물나는 우직함과 정직함에 피로가 쌓이게 될까봐 걱정했던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복수소설이라는 캐치프라이즈가 부끄럽지 않더라. 대박!

"침묵 당하는 모든 진실은 독이 된다." (작가의 말)


코뿔소를 보여주마는 권력의 횡포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진혼곡이다. 진실 앞에 침묵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자비도 관용도 없는 소설 속 복수 같은 건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거대하고도 몰상식한 사건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내가 저런 일 당하면 저 새끼들 다 때려죽이고 감방간다고 호기롭게 말하지만 스스로가 결코 그럴 수 없을 사람임도 안다. 닭 모가지도 손수 비틀어 본 적 없는 나 같은 사람이야말로 형사 두식이나 두식의 모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를, 남편을 하루아침에 잃는대도 그 권력 앞에서 공손이 합의서에 도장을 찍을 수 밖에 없는 류의 보통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너무 잘 알아서 그저 당하기만 하는 보통 사람들의 얘기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정의고 나발이고 그들이 사람 같잖은 짓을 해도 우리는 사람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말도 지겨워 죽겠다. 그들은 벌레처럼 우리를 짓밟는데 왜 우리는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을 사람인양 처벌해야 하는가. 그들은 법망 위에서 군림하는데 왜 우리는 법망 안에서 그들을 처단해야 하는가. 어째서 소설에서까지, 영화에서까지 보통사람으로서 그 위치에 충실해야 하는가. 판타지라면 판타지답게 속 시원하게 벌해주십사, 죽여주십사 하는 바람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시뻘겋게 펄펄 끓는 이 책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현실에선 결코 실행할 수 없는 바람을 떠안은 이 판타지에 쾌감이 인다. 죽일 놈들을 그야말로 호기롭게 다 쳐죽이는, 더 많이 죽였여도 좋았을 것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코뿔소의 뿔은 죽기 전까지 자라는 걸 멈추지 않는다. 싸우다가 부러져도 다시 돋아나 평생을 자란다." 그 평생이 복수의 끝에 맞닿아 있다면 당연히 더 죽여 마땅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나는 너무 비틀어진 사람인걸까. 온몸으로 김을 뿜는 열 오른 코뿔소에 확 들이받히고 나니 얼떨떨하여 더 본심이 쏟아진 듯도 하지만 뭐 어떤가. 생각은 자유인데.  역사는 서글퍼도 복수는 후련하니 아주 속 시원하게 잘 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굴뚝마을의 푸펠
니시노 아키히로 지음, 유소명 옮김, 노경실 감수 / ㈜소미미디어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애도 아닌데 그림책 읽다 눈물이 핑 돌아 얼른 책을 덮어버렸습니다. 감동적인 장면인데 더는 읽을 수가 없었어요. 밖이었거든요. 토요일 휴무에 남들 오며 가며 하는 곳에서 커다란 책 한 권 들고 과년한 처자가 눈물 바람으로 앉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청승 맞을지. 장미화단을 배경으로 앉아 기분 좀 내보려던 바람은 그렇게 눈물로 고배를 마시고 옆구리에 책 끼고 하늘도 봤다가 땅도 봤다가 꽃도 봤다가 사진도 찍어가며 돌아다니다 사무실 들어가 일했습니다. 그림명작동화를 보며 하늘을 노닐던 때도 있었는데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어른이 되고 보니 책 읽다 우는 것은 인제 쑥스러운 일이 돼버렸네요. 그래서 궁금한 마음 꾹 눌러 참고 혼자 몰래 읽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그림 하나하나 차분히 짚어가며,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한결 마음이 편안하군요.


 

 

이야기가 시작하는 굴뚝마을입니다. 4,000미터 절벽 아래 만들어져 바깥 세상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그들은 바다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고 믿으면서 하늘 너머에 별들이 있다는 것은 도무지 믿지를 못합니다. 보시다시피 매연과 그을음, 독한 가스로 뒤덮인 하늘 밖엔 보지 못한 탓이지요. 그런 세상에서 유일하게 별들이 존재하는 밤을 믿는 아이가 있는데요. 이름은  루비치, 굴뚝마을의 굴뚝 청소부에요. 돌아가신 루비치의 아빠는 바다에서 하늘 너머의 별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꿈 같은 일이었지요. 그 말을 들은 후부터 루비치도 언젠가 그 별들을 보길 소망하지만 현재로서는 너무나 요원한 일입니다.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굴뚝마을의 연기가 사라질 일은 없을테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루비치는 어떤 소문을 듣게 됩니다. 할로윈 데이에 쓰레기 사람이 나타났다는 거였죠. 특별한 날의 그저 그런 분장이 아니라 진짜진짜 쓰레기 사람. 우산 머리에 갈퀴 손, 빗자루 발, 입에선 독한 가스 냄새가 나는 쓰레기 동산에서 태어난 괴물. 굴뚝 청소부로 매일 더러운 모양새를 하고 있는 루비치와 쓰레기 사람은 친구가 되요. 쓰레기 사람은 루비치로부터 푸펠이라는 이름까지 선사받구요. 둘은 함께 어울려 목욕을 하고 굴뚝을 오르내리고 꿈을 얘기합니다. 우정을 나눠요. 못된 안토니오 일당의 협박만 없었다면 아마도 쭉 그랬을 테지요.

"믿는 거야. 비록 혼자가 된다고 해도."

아빠의 유언이 있었지만 루비치는 아직 어린애니까요. 친구들의 따돌림도 무섭고 쓰레기 사람으로부터 전염된 병에 관한 이야기도 무섭지 않았을 리가 없어요. 루비치는 푸펠에게 절교를 선언합니다. 둘은 남남처럼 지내게 되지만 어느 날, 부서지고 허약해진 모습으로 푸펠이 루비치의 창문을 두드려요. 


"웬일이야, 푸펠? 우리는 안 만나기로....."
"같이 가자."
"무슨 말이야?"
"같이 가자. 루비치."
"잠깐 기다려. 뭘 어쩌란 거야?"
"서둘러야 해. 내 생명이 꺼지기 전에 가자."
"어디 가는데?"
"서두르지 않으면 안 돼. 서두르지 않으면."

푸펠이 그렇게나 서둘러야 했던 이유, 푸펠이 부서지고 있었던 이유, 그리고 푸펠이 쓰레기 동산에서 생명을 가지고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 그 뒤에 숨은 루비치와 푸펠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아있지만 이 모든 걸 리뷰에서 밝히면 다른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요? 더 더 많이 알려드리고 싶은데 그림책은 서사가 간단해 읽으려 마음 먹은 분들의 재미를 반감시킬까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꼭 알아주셨으면 해요. 굴뚝마을의 푸펠이 얼마나 별 같이 예쁜 이야기인지. 감성적이고 감동적이고 아름답고 반짝반짝 빛나는 손안의 별 같은 책입니다. 처음엔 그저 그림이 예뻐서 탐을 냈는데 ㅡ 그럴만도 한 게 굴뚝마을의 푸펠 이 한 권의 그림책에 작가가 들인 시간이 4년이래요. 그 4년 동안 35명의 일본 아티스트가 일러스트에 참여를 합니다. 하늘 잘 그리는 작가 따로 구름 잘 그리는 작가 따로 굴뚝 잘 그리는 작가 따로. 이 협업을 상상하면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ㅡ 그런 아름다운 그림에 스토리가 더해지니 어이쿠, 이거야말로 현대판 명작 그림책이 아니겠냐며 감탄이 나오더라구요. 루비치의 아빠가 별을 보고 그랬던 것처럼 저도 푸펠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약간 콩깍지가 쓰인 걸 수도 있지만요. 푸펠이 정말로 멋지답니다. 혼자가 되어서도, 끝까지 친구의 말과 꿈을 믿어 의심치 않는, 루비치에 대한 푸펠의 우정이 눈물 겨워요. 어째서 동화 속 허수아비를 닮은, 또 허수아비인 애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정이 가는지 (나다니엘 호손의 페더탑이나 오즈의 마법사의 허수아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순무까지) 순하고 착하고 어리숙하고 다정한 친구들을 보면 마구 마음이 일렁입니다. 그림동화를 읽으며 눈물 짜는 어른이라니 별꼴이다 싶으시겠지만 푸펠의 마음에 온통 적셔져 꼴불견인 줄 알아도 계속 훌쩍 거리게 되요. 검은 하늘 아래에서 우정과 꿈으로 반짝이는 아이들이 정말로 예쁘거든요. 이 감동을 리뷰로 고스란히 옮기지를 못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 시대의 유쾌한 아빠, 엄마의 모습이 좋다.
강력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고선 머리에 의문문이 한가득이었다. 가족소설이라고 써있는데 뭐지? 에세이 같은데 뭐지? 소설인지 아닌지 에세이인지 아닌지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살짝 헷갈린다. 세상 모든 가족 이야기가 소설과 닮아 가족이라는 이름이 꼭 소설의 다른 말인 것 같다는 작가의 말에도 혼란이 가중된다. 장르의 속성은 에세이지만 장르명은 소설이라고 하겠다는 건가 지금?? 그렇게 혼자 묻곤 나 좋을 대로 결정을 내려버렸다. 그래, 소설로 가자. 현실이면 부럽고 부러우면 지는거니까 이건 소설인거다! 하고 말이다. 

작가의 우리 집 이야기, 유쾌한 기호씨네에서 벌어지는 44가지 에피소드의 시작은 아내의 땡깡땡깡한 설거지 소리로 시작한다. 작가이자 직장인이며 가끔은 육아에 분투하는 아빠 기호씨는 별 이유도 없이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내의 눈치를 보며 이유를 짐작해 보지만 찔리는 구석이 너무 많다. 허구헌 날 술 먹고 늦게 들어와, 육아 참여율 떨어져, 유치원생 아들애가 둘이고, 살림살이는 비좁고, 집에는 장롱도 없고, 뭣보다 약속했던 대학원 진학도 시켜주지 못했다. 한 며칠 견뎌보다 어느 날 술 마신 용기로 큰소리를 떵떵 쳐 본다. 당신 대학원 못가서 그래? 애들도 어리고 나 직장도 바쁘고 글도 써야 하고... 그래그래.. 뭐가 됐든 내년엔 진짜 내가 시간 좀 내볼테니까 당신 원대로 대학원 가자. 응? 하며 아내를 달래는데 정작 아내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 "나 두 달 째 생리가 없어." 그저 대학원을 못가 심술이 난 줄로만 알았더니 아뿔싸! 

그렇게 태어난 코코몽 공주님은 아빠가 무슨 말만 하면 얼쑤라는 추임새를 넣고 다음 추임새로는 쾌지나 칭칭나네를 배우고 있다. 사랑꾼 큰아들은 잠자리 기도 시간마다 하나님 서영이 옷 따뜻하게 입게 해주세요, 서영이 게임에서 이기게 해주세요, 우리 서영이 우리 서영이 노래를 부르며 하나님 아버지는 서영이만 봐달라는 듯 기도를 드린다. 미술쟁이 (그러나 다섯살) 둘째 아들은 나무에 바나나를 칠해 장수풍뎅이를 불러 형제가 되는 것이 꿈이다. 예술쪽이 적성인지 돈 많이 드는 꿈만 꾸는데 기호씨는 A4 용지를 무더기로 사줄 용의가 있으니 우리 둘째 작가하면 안되겠냐 소박한 꿈을 꾸기도 한다. 주례님 말씀따나 낭만적 사실에 입각한 인간주의로 가정의 중심을 잡고 있는 기호씨의 아내는 현명하고 유쾌한 사람이라 그녀의 일화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었고, 점점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하는 내부지향적 남편 기호씨는 그런 아내의 품에서 계속 철이 들어가는 남자였다. 

핵가족 사회에 보기 드문 대단위 구성으로 엄마, 아빠, 큰아들, 작은아들, 막내딸 도합 다섯에 찬조 출연하는 부모님과 일가 친척까지 더하여 바람 잘 날 없이 재미나게 살아가는 일상 이야기들이 책 속 한 가득히 펼쳐졌다. 생활밀착형 이야기라 한끗 잘못 틀면 청승 맞고 구질구질한 스토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을 어찌나 똥꼬발랄하게 풀어놓았는지 에세이를 싫어하는 나조차도 (아참, 이 책은 소설이었지!!) 웃음과 눈물, 감동과 재미가 뒤섞인 이 책에서 흠을 잡을 수가 없더라. 내 기준 완벽한 토탈패키지였달까. 씨익 입술 미소 잠깐에 흐흐흐, 흐흐흐흐, 미치겠다 왜 이래? 하며 헤프게 웃음도 흘리고 다시 흑, 뭐야, 왜 갑자기 울려? 하면서 찔끔찔끔 눈물 콕 찍게 되는 그런 일상들이 꼭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나 키울 때 우리 엄마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안쓰러운 우리 아빠 이야기 같기도 한.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묶여 육아라는 같은  목표로 나아갈 때 세상 모든 가족의 이야기는 그 구석구석까지 너무도 닮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가 보다. 감성 폭발하는 밤도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하며 드물게 마음에 들어버린 에세이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에세이, 장르불명, 하여튼 뭐가 됐든 이기호의 책이 마음에 든다. 삼십 년을 쓰기로 했지만 4월 16일의 그 날 이후 차마 내 새끼들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문장으로 옮길 자신이 없었다는 작가의 그 마음까지도.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는 건 기쁜 일은 더 기뻐지고 슬픈 일은 더 슬퍼지는 일이 되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지금 그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그들의 부모에게, 그리고 슬픔에 빠져 있는 부모들과 아이들에게도 언제나 포스가 함께하길." (p2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