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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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떠오르는 책입니다. 일상에서 만나게 된 동화 같은 기적을 다룬 네 가지 이야기라는 점도 그렇지만 전혀 관계없는 선로들이 연결되어 마지막 장에서 얽힌 실타래가 확 풀어지는 듯한 구성 또한 조금 비슷한 느낌인데요. 나미야 잡화점에 나미야 할아버지와 좀도둑 삼인방이 있었다면 여기 분실물센터엔 예쁘게 염색한 빨간 머리에 오리 주둥이 같은 입술의 훈남 역무원 소헤이와 그의 동료 펭귄이 있습니다. (쇼헤이는 보면 볼 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임시완을 떠오르게 하더군요. 묘사가 정말 비슷해요!!) 

제1장 고양이와 운명에서 펭귄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저는 이 펭귄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 같은 역할일 줄 알았는데요. 철도에 사는 펭귄이라니 뭔가 좀 어색하기도 하고 현실 같지 않아서 장르를 판타지나 동화 계통으로 착각한거죠. 생각해 보세요. 고양이도 아니고 개도 아닙니다. 검고 흰 투톤 컬러에 둥근 머리와 오렌지색 주둥이, 날지도 못하는 날개를 파닥파닥 거리며 새까만 눈으로(p107) 쳐다보며 자박자박 걸어오는 펭귄이라니요? 두 발을 모았다 깡총 철도 안으로 뛰어오르는 펭귄이라니 꺄~ 너무 귀여워~ 할 법 하지만 좀 현실 같진 않잖아요. 그래서 펭귄을 따라가다보면 사자와 마녀와 옷장처럼 사차원 세계로 짠 하고 연결이 될 줄 알았습니다. 시시한 일상에서 벗어나 만나게 되는 모험담, 양말 줍는 소년이나 뭐 이런 비슷한 많은 이야기처럼요. 결론적으로 펭귄철도 분실물센터는 이상한 나라는 이상한 나라인데 현실 세계 속 이상한 나라였습니다. 알고 보니 이 펭귄은 진짜 펭귄이었고, 분실물센터에서 살고 있었고, 분실물센터에는 대형 냉장고로 펭귄의 잠자리까지 구비되어 있었고, 물고기는 한 양동이씩 먹어 치우고, 아무데나 똥을 싸고, 똥냄새는 비리고, 쇼헤이는 똥 치우느라 바빠서 전화를 못받을 때가 많고, 펭귄은 똥을 싼 후 저 알아서 철도를 타고 다니다 분실물센터로 돌아오고, 사연 있는 사람들은 그런 펭귄에게 홀린 듯이 물건을 잃어버린 후 다시 홀린 듯이 분실물센터를 찾아오고. 흠.. 쓰고 보니 이것이야말로 판타지인가요? 어쨌든 이 펭귄이 역에 자리한 기나긴 역사와 수수께기는 4장에서야 풀리는데 이건 쉿, 비밀입니다. 책의 모든 슬픔, 설렘과 감동이 이 4장에서 드러나는 펭귄의 비밀에서 폭발을 하기 때문에 알려 드릴 수가 없어요. 대신에 1장에서 4장까지의 간략 이야기만 들려드리자면 1장 고양이와 운명은 죽은 고양이의 유골을 분실한 교코의 이야기이구요. 2장 팡파르가 울린다는 초등 시절 반장이 써둔 러브레터를 잃어버린 히키코모리 게임러 겐의 이야기입니다. 3장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나는 이력서를 잃어버린 지에의 거짓 임신에 관한 이야기이구요. 4장 스위트 메모리스는 기억을 잃어버린 할아버지 준페이의 이야기였어요. 처음엔 그들이 잃어버린 것이 물건에 국한된 것만 같았지만 읽다 보면 분실물이 실은 그들의 생에 아주 귀하고 소중한 무엇인가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죄책감으로 짊어지고 있던 죽은 고양이를 떠나보내는 일이기도 했고, 컴퓨터와 방문 밖을 벗어나 사람과 교류하며 감정을 나누는 일이기도 했고, 남편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그의 아이가 아니라 그의 아내로 발돋움 하는 일이기도 했으며, 잃어버리고 부서졌던 기억을 시간의 저 너머에서 끌어와 삶에 대한 용기를 채우는 일이기도 했지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아니 분실물인 셈입니다.

사실 이 책을 편안하게 읽기는 했는데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조금 헤맸습니다. 근래 마음에 쏙 들게 흥분되는 책들로만 만나서 편하게 리뷰를 써오다 보니 급 잔잔해진 이야기 앞에 머리가 꽉 막히더라구요. 1장의 교쿄 얘기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판타지인가? 로맨스인가? 하며 크게 두근거렸던 터라 일상물임을 알고 좀 김이 빠지는 느낌이기도 했구요. 기대가 컸을 때의 반작용이죠. 그렇지만 분명 괜찮은 책입니다. 약간은 설레고 약간은 귀엽고 또 많이 공감가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틀림없이 이 책도 맘에 드실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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