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마을의 푸펠
니시노 아키히로 지음, 유소명 옮김, 노경실 감수 / ㈜소미미디어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애도 아닌데 그림책 읽다 눈물이 핑 돌아 얼른 책을 덮어버렸습니다. 감동적인 장면인데 더는 읽을 수가 없었어요. 밖이었거든요. 토요일 휴무에 남들 오며 가며 하는 곳에서 커다란 책 한 권 들고 과년한 처자가 눈물 바람으로 앉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청승 맞을지. 장미화단을 배경으로 앉아 기분 좀 내보려던 바람은 그렇게 눈물로 고배를 마시고 옆구리에 책 끼고 하늘도 봤다가 땅도 봤다가 꽃도 봤다가 사진도 찍어가며 돌아다니다 사무실 들어가 일했습니다. 그림명작동화를 보며 하늘을 노닐던 때도 있었는데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어른이 되고 보니 책 읽다 우는 것은 인제 쑥스러운 일이 돼버렸네요. 그래서 궁금한 마음 꾹 눌러 참고 혼자 몰래 읽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그림 하나하나 차분히 짚어가며,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한결 마음이 편안하군요.


 

 

이야기가 시작하는 굴뚝마을입니다. 4,000미터 절벽 아래 만들어져 바깥 세상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그들은 바다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고 믿으면서 하늘 너머에 별들이 있다는 것은 도무지 믿지를 못합니다. 보시다시피 매연과 그을음, 독한 가스로 뒤덮인 하늘 밖엔 보지 못한 탓이지요. 그런 세상에서 유일하게 별들이 존재하는 밤을 믿는 아이가 있는데요. 이름은  루비치, 굴뚝마을의 굴뚝 청소부에요. 돌아가신 루비치의 아빠는 바다에서 하늘 너머의 별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꿈 같은 일이었지요. 그 말을 들은 후부터 루비치도 언젠가 그 별들을 보길 소망하지만 현재로서는 너무나 요원한 일입니다.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굴뚝마을의 연기가 사라질 일은 없을테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루비치는 어떤 소문을 듣게 됩니다. 할로윈 데이에 쓰레기 사람이 나타났다는 거였죠. 특별한 날의 그저 그런 분장이 아니라 진짜진짜 쓰레기 사람. 우산 머리에 갈퀴 손, 빗자루 발, 입에선 독한 가스 냄새가 나는 쓰레기 동산에서 태어난 괴물. 굴뚝 청소부로 매일 더러운 모양새를 하고 있는 루비치와 쓰레기 사람은 친구가 되요. 쓰레기 사람은 루비치로부터 푸펠이라는 이름까지 선사받구요. 둘은 함께 어울려 목욕을 하고 굴뚝을 오르내리고 꿈을 얘기합니다. 우정을 나눠요. 못된 안토니오 일당의 협박만 없었다면 아마도 쭉 그랬을 테지요.

"믿는 거야. 비록 혼자가 된다고 해도."

아빠의 유언이 있었지만 루비치는 아직 어린애니까요. 친구들의 따돌림도 무섭고 쓰레기 사람으로부터 전염된 병에 관한 이야기도 무섭지 않았을 리가 없어요. 루비치는 푸펠에게 절교를 선언합니다. 둘은 남남처럼 지내게 되지만 어느 날, 부서지고 허약해진 모습으로 푸펠이 루비치의 창문을 두드려요. 


"웬일이야, 푸펠? 우리는 안 만나기로....."
"같이 가자."
"무슨 말이야?"
"같이 가자. 루비치."
"잠깐 기다려. 뭘 어쩌란 거야?"
"서둘러야 해. 내 생명이 꺼지기 전에 가자."
"어디 가는데?"
"서두르지 않으면 안 돼. 서두르지 않으면."

푸펠이 그렇게나 서둘러야 했던 이유, 푸펠이 부서지고 있었던 이유, 그리고 푸펠이 쓰레기 동산에서 생명을 가지고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 그 뒤에 숨은 루비치와 푸펠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아있지만 이 모든 걸 리뷰에서 밝히면 다른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요? 더 더 많이 알려드리고 싶은데 그림책은 서사가 간단해 읽으려 마음 먹은 분들의 재미를 반감시킬까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꼭 알아주셨으면 해요. 굴뚝마을의 푸펠이 얼마나 별 같이 예쁜 이야기인지. 감성적이고 감동적이고 아름답고 반짝반짝 빛나는 손안의 별 같은 책입니다. 처음엔 그저 그림이 예뻐서 탐을 냈는데 ㅡ 그럴만도 한 게 굴뚝마을의 푸펠 이 한 권의 그림책에 작가가 들인 시간이 4년이래요. 그 4년 동안 35명의 일본 아티스트가 일러스트에 참여를 합니다. 하늘 잘 그리는 작가 따로 구름 잘 그리는 작가 따로 굴뚝 잘 그리는 작가 따로. 이 협업을 상상하면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ㅡ 그런 아름다운 그림에 스토리가 더해지니 어이쿠, 이거야말로 현대판 명작 그림책이 아니겠냐며 감탄이 나오더라구요. 루비치의 아빠가 별을 보고 그랬던 것처럼 저도 푸펠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약간 콩깍지가 쓰인 걸 수도 있지만요. 푸펠이 정말로 멋지답니다. 혼자가 되어서도, 끝까지 친구의 말과 꿈을 믿어 의심치 않는, 루비치에 대한 푸펠의 우정이 눈물 겨워요. 어째서 동화 속 허수아비를 닮은, 또 허수아비인 애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정이 가는지 (나다니엘 호손의 페더탑이나 오즈의 마법사의 허수아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순무까지) 순하고 착하고 어리숙하고 다정한 친구들을 보면 마구 마음이 일렁입니다. 그림동화를 읽으며 눈물 짜는 어른이라니 별꼴이다 싶으시겠지만 푸펠의 마음에 온통 적셔져 꼴불견인 줄 알아도 계속 훌쩍 거리게 되요. 검은 하늘 아래에서 우정과 꿈으로 반짝이는 아이들이 정말로 예쁘거든요. 이 감동을 리뷰로 고스란히 옮기지를 못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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