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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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대도 변하고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 그때와는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작가 후기 중)

고전까진 아니지만 작년과 올 해 소년기 시절 즐겨 읽었던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학원출판사의 에이브 전집 중 낱권 출간된 책의 목록을 뒤졌고, 계몽사의 세계의 동화, 세계의 명작은 웃돈을 주고 전질을 구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 시리즈, 사자왕 형제의 모험, 로알드 달의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보덴부르크의 꼬마 흡혈귀처럼 소장 중인 책들도 훑었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책으로 가는 문을 연 셈이다. 한 권을 읽으니 다른 책이 생각나고, 그 다른 책을 읽으니 또 다른 책이 생각나 굴비 엮듯 그 시절을 엮어 읽었던 고작 일년도 안되는 시간을 나는 자랑처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때의 독서가 내게 준 깨달음이 하나 있다면 어린 시절의 그 책과 지금 읽는 이 책은 무언가 다른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시간마다 나이마다 책은 유기체처럼 변모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 새로운 느낌으로 탈바꿈 한다. 주인공도 이야기도 결코 그 때의 그 친구들, 그 이야기가 아니어서 어떤 책은 완전히 처음 본 듯 낯설기도 하다. 그런 경험을 누군가와 나눠보고 싶은 욕구가 넘쳐났지만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던 탓에 긴 얘기를 나누지도 못했고, 재미도 없어해 결국 대화가 시들시들해진 경험 탓일까. 본편을 시작하기에 앞서 작가 후기의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라는 물음에 좋지요! 하는 대답이 절로 나왔다. 우리가 읽었던 책도, 살아냈던 시간도 모두 다르지만 시작부터 작게 통하는 느낌! 책을 좋아하는 다른 독자들도 다 이런 기분을 느꼈겠지 라고 생각하니 더욱 기쁘다.

유시민 선생은 32년 만에 <죄와 벌>을 집어 들었다고 한다. 독서가 책과 사람이 나누는 대화이기에 나의 소망과 수준이 미비했던 그 시절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고전의 놀라운 경험을 공유하고 싶으셨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죄와 벌>, <전환시대의 논리>, <인구론>, <대위의 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광장> 등 14권의 책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내가 읽은 동화책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독서 목록에 잠깐 멈칫, 처음엔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선생의 책이 처음이라 느끼게 되는 기우였다. 독재와 쿠테타와 지하조직과 데모와 항쟁들. 젊은 시절 선생이 경험했던 시대의 아픔과 꿈 꾸었던 이상과 현실에의 좌절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다짐하는 새로운 각오가 위대한 글들과 위대한 글을 남긴 작가들의 생애와 엮여 조곤조곤 펼쳐질 때 요약본의 줄거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과 슬픔, 그리고 이런 장르의 책에서는 접하기 힘들거라 생각했던 류의 재미를 받고 만다. 설마하니 소설 전체본도 아니고 소개를 위한 짧은 단락을 읽고 몇 번이나 눈물 짓게 될 줄이야!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등 책 한 권마다 주제를 이어 고뇌하고 답을 찾는 간결한 글들은 고전은 지루하다, 재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편견까지도 다소 녹여주었고 목록들에 대한 흥미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더욱 재미난 점은 근래 알쓸신잡을 즐겨 본 탓인지 글 한 줄 한 줄이 선생의 목소리로 읽힌다는건데 "공기 반 소리 반, 말하는 것처럼 노래하라"를 설파한 박진영씨처럼 선생은 말하는 것처럼 글을 쓰신 것 같다. 간략하고 덤덤하지만 시대의 아픔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깊이 있게 느껴지는 말들. 어떤 책들을 읽는 영화라고 부르던데 이 책 <청춘의 독서>는 읽는 티비, 읽는 라디오라고 불러야 할 것만 같이 내내 나직나직한 선생의 목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혼자 읽는 책이 아니라 유시민 선생과 함께 읽는 청춘의 독서를 즐겁게 누려보시기 바라며, 나 또한 올 해 여름엔 꼭 한 권쯤 선생의 목록을 독파하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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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남극 탐험기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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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변변찮음은 훌륭함과는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부분이므로 사대가 바뀌어도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변변찮음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런 면을 다루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쇠퇴하지 않을 것입니다. " (절망독서 중)

절망독서의 작가 가시라기 히로키 작가는 인간의 변변찮음을 그리는 독서가 인간을 절망으로부터 구원한다고 말합니다. 무리하여 애써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 훌륭하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의 정도를 넘어서 구제할 길이 없는 인간들이 등장해 구제할 길이 없는 행동을 하는 것만 보아도 위로가 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바보 같고, 황당무계한 사람들의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고, 위안을 줄 수 있을까 의아해졌지만 곧 그 증거 같은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가 김근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헛소리" 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소설 "우리의 남극 탐험기"를 말입니다.

주인공 "나"는 대한민국 삼포세대의 전형적인 인물입니다. 대입에 실패하고, 임용고시에 실패하고, 취업에도 실패하고 32살이 될 때까지 변변한 직업도 없이 편의점 알바생을 하며 근근이 먹고 삽니다. 한 때 야구선수를 꿈꾸었으나 재능도 없었고, 재능이 없으니 노력할 마음도 품지 못했습니다. 어쩌다 운이 좋아 문학상도 수상했지만 노력을 좀 해볼까 하고 공을 들였더니 외려 재미없는 작가로 찍혀 나무가 아깝다는 소리나 듣고 삽니다. 요즘 각 가정마다 백수 한 명 없는 집이 없다 보니 무특징이 특징이라고 주장할 게 아니라면 지극히 심심한 인물입니다. 어니스트 섀클턴 박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박사는 나와는 좀 다릅니다. 생후 두 달 만에 시각장애인이 된 그는 동성애자이며, 17세에 경제학 박사를 딴 천재이며,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 경이라는 20세기 초 위대한 탐험가의 유령을 보는 사람입니다. 주인공다운 행적으로 유령 섀클턴 경이 때가 되었으니 남극으로 떠나라! 하니 옛썰!! 하며 박사는 나를 데리고 남극으로 갑니다. 나와 섀클턴 박사가 어떻게 만나고 통했는지는 묻지 마십쇼. 판타지라 설명하기 곤란합니다. 두서도 없고, 계획도 없고, 결말은 생각이나 해봤을까 싶은 이들의 모험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무색하게 예견된 고난들로 차곡차곡 무너집니다. 추위, 장비부실, 체력저하, 굶주림, 부상, 산사태, 조난. 판타지 같은 초반 전개를 벗어나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이 터져 당혹스런 가운데 드디어 그들이 나타납니다. 표지 속 스파이럴 하는 곰과 날으는 펭귄! 이들도 당당한 조연의 일원입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데 곰이 쑥을 먹고 인간이 되는 신화의 후손다운 상상력을 발휘하여 작가가 독자 배꼽을 잡습니다. 하기야 마션의 마크 트와니는 화성에 감자를 심었고, 씁니다 우주일지의 맥 매커천은 똥으로 육포를 만들었으며, 인터스텔라의 쿠퍼는 아예 차원 이동까지 해버리는데 말하는 곰이나 펭귄 정도면 양호하지요. 소설 뭐 있습니까. 개연성 그 까짓, 판타지에서 찾으면 재미없는 거 아시죠?

무엇보다 독특한 건 이들의 목표가 "실패"에 있다는 겁니다. "이길 수 있다면 싸울 필요도 없지만 이길 수 없다면 싸워야 한다.", "성공할 수 있다면 도전할 필요도 없지만 성공할 수 없다면 도전해야 한다." "남극탐험이 틀림없이 실패할 것이므로 나는 도전한다." 이런 괴랄한 명언을 가슴에 새긴 이들 앞에 닥치는 위기는 대체 뭐라고 명명해야 할지조차 헷갈립니다. 위기는 위기이되 위기가 아닙니다. 실패라는 성공을 위한 발판인 겁니다. 실패를 성공시키기 위해 이 정도 고난은 당연한 겁니다. 포기하지 않습니다. 계속 실패해 나가야 하니까요. 뭐라는 거야!! 하면서 책을 집어던질 법도 한 헛소리지만 저는 이 괴랄함이 맘에 들었습니다. 시시껄렁한 말장난임이 분명한데 의미를 찾는 제 모습이 우스웠구요. 시시한 스토리임에도 재미있었습니다. 병맛 넘치는데 멋져요. 근사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절망독서의 가시라기 히로키 작가의 말을 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변변찮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그런 변변찮은 면을, 구제불능인 면을, 처치가 곤란한 면을 사랑스러워하기 때문" 이라구요. 여기 어처구니 없는 바보들의 이야기가 꼭 그렇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몇 번이나 고민해야 했을만큼 얼토당토 않은 판타지 소설의 엉터리 주인공들을 보고 있자면 어쩐 일인지 화가 나거나 실망스럽기 보단 그냥 좋습니다. 말마따나 사랑스러워요. 길 잃은 북극곰, 보통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날으는 펭귄떼, 유령 탐험가와 함께 하는 일탈들. 사람 한 명 살지 않는 남극의 평원을 눈썰매로 가로지르는 맹인과 내내 무기력하기만 했던 나의 환호성. 주인공인 나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평범한 제 삶에도 그와 같은 일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남극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젠가 제 인생에도 모험을 떠날 일이 생긴다면 그 때의 목표는 성공이 아닌 실패로 하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지금의 실패가 내가 목표한 성공이라고, 그런 후기를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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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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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미없다."

"씁니다, 우주일지"의 작가 신동욱의 추천사 첫마디였다. 신동욱은 "아무리 힘이 들고 배고플지라도 유머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맥 매커천을 주인공으로 SF 소설을 쓴 양반이다. 그 책을 재미있게 읽어서일까. 우주 미아가 되어 자기 배설물로 육포를 만들어 먹던 지구 대재벌의 구시렁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절망이라면 나도 못지 않은데 뭐야 이 책은, 재미없어.' 신동욱은 바빠서 추천사도 쓰지 않으려 했단다. 거절할 때 하더라도 읽어는 보자 했는데 세 시간 남짓, 본인 독서 인생 최고로 빠르게 읽은 책이 되었단다. 생각보다 큰 위로와 감동도 느낀 모양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역시나 재미는 없었다고 하는데 그 한 마디에 독자인 나는 외려 웃음이 나고 책에 호감이 갔다. 신동욱의 감상이 내게도 적용이 될런지가 궁금했다. 뭐가 됐든 결국 세 시간이면 답이 내려질 독서라니 잠도 오지 않는 밤, 펼쳐들기 만만하다는 기분을 준다. 출판사가 추천인을 제대로 뽑았다는 느낌이다.

"인간은 부정적인 것을 통해서도 성장한다."

그런데 사회는 오로지 긍정, 긍정만을 외치고 있다. 맑고, 밝고, 순수하고, 아름답고, 희망적인 것, 어리고 예쁜 것, 근사한 것들. 생이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양면을 안고 있음에도 부정을 부정한 채 오로지 긍정으로만 사람과 사회와 작품을 대하려 한다. 작가 가시라기 히로키는 그것을 걱정한다.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그런데 긍정만으로는 절망한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 없다. 13년의 긴 투병생활로 체득한 사실이다. 다른 친구들이 취업 걱정, 연애 걱정을 할 적에 작가는 침상에 누워 본인에게 닥친 절망을 곱씹었다. 그 시절 문병 오는 사람들은 대게 완치한 사람의 투병일지나 희망과 행복이 가득한 소설 내지는 밝은 음악을 가져왔던가 본데 그 선물들은 일절 위로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히로키의 마음 속 상대적 절망을 더 깊고 넓게 만들었다. 세상은 저토록이나 환한데 나만!! 왜 나만!! 굳이 투병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보았을 박탈감이요, 좌절감이라 끄덕끄덕 공감가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의외의 안도와 위안을 가져다 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으니 바로 절망독서다. 도스도예프스키, 카프카, 다자이 오사무 등이 쓴 인간의 피폐하고, 어둡고, 사악하고, 일그러지고, 슬픈 이야기가 가득한 소설들. 이 소설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그에게 동질감을 주었고, 외로움을 덜 느끼게 했고, 긍정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해 줬다는 것이다. 부수어져버린 인생 안내판 앞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던 그의 앞에 현실에서는 접할 수 없는 소설 주인공들의 좌절과 고통이 그 자신의 나침반이 되고, 지도가 되고, 인생의 그림을 다시금 그려 안내하는 네비가 되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지금 현재 절망할 이유도 없고 마냥 행복하기만 한 사람조차도 절망독서를 해야하는 것 또한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 인생의 고비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닥쳐올지 알 수 없으니 당신 인생 앞길에 엎드려 버린 좌절이 무서워 주저 앉기 전에 보편적 절망과 비극으로 현실을 미리 체험해 보라는 것이다. 힘이 없어 좌절 앞에 쓰러지기 전에 열심히 절망독서로 체력을 비축하라는 것이다. 작가의 추천 책에 어느 한 권 내가 읽은 책은 없었지만 그래도 좋은 작품 사이사이 잘 도려낸 문장들에 심취하며 한 마디 한 마디에 공감하며 읽었다. 역시나 재미는 없었지만 내 인생 포기하고 싶은 어느 순간 또 어느 심심한 날 한켠에 그의 절망독서 목록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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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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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휴대폰 알람이 좁은 침대 발치에서 울리기 시작하자 터치 패드에서 야광 막대들로 이루어진 05:50이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갑자기 모든 것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p8)

모든 것. 시몽 랭브르가 2월의 혹한 속 굽이치는 파도 위에서 서핑을 하고, 어설픈 트럭에 친구들과 올라타 살얼음이 낀 도로를 가로 지르던 새벽, 그에게 닥친 그 모든 것, 죽음. 심장은 기계에 기대어 작동하지만 뇌는 죽어버린 비가역 코마 상태의 시몽 랭브르는 제 몸에 대한 의결권조차 없다. 심장, 콩팥, 위, 간 내 몸 속 장기를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싶다거나, 나눠주고 싶다거나, 적어도 내 각막 정도는 눈꺼풀 아래 보존한 채 땅 밑에 묻히고 싶다는 최소한의 의사조차 전달할 수 없는 죽음으로 그는 세상과 단절되었다. 아들의 죽음을 채 인지하기도 전에 장기이식을 권유받는 시몽의 부모,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아이들의 다른 보호자들, 부모에게 어린 자녀의 죽음을 통고해야 하는 그러나 먹이를 주지 못하고 나온 새의 안부가 더 걱정되는 의사, 부모를 설득해 장기이식을 하게 만들어야 할 역할이 주어딘 코디, 남자친구의 전화를 기다리는 간호사, 시몽과의 간밤 다툼을 생각 중인 여자친구, 심장적출대기자, 장기이식을 이행할 상대병원의 젊은 의사, 젊은 의사의 희극인 연인, 심장의학 권력의 정점에 서있는 의사 아르팡, 아르팡의 어린 딸 등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시몽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그들의 관계는 연결되어 있는 듯 하지만 또 동시에 시몽과는 완전히 관련히 없는, 무가치한, 무의미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 죽음은 본인만의 사건이었다"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말처럼 시몽의 죽음은 오로지 본인과 그 부모만의 것으로 그 밖의 모든 세상이, 특히나 시몽이 몸 누인 소생의학과의 만 하루가 평범을 살아나가는 모습에서 죽음이 훨씬 더 고독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병동에 발 들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궤적 한켠을 켜켜히 시침질 하다 마지막으로 죽은 이의 몸을 꼼꼼히 홈질하여 맞붙인 옷이 저 혼자 외롭게 펄럭이는 것만 같다.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라는 한 실로 지어진 옷 따위 어떤 이는 손도 대지 않을테고, 어떤 이는 입었다가도 훌렁 벗어 버릴테지만, 시몽의 부모 숀과 마리안은 앞세운 자식에 대한 고통과 일상의 괴리 속에서 언제까지고 그 옷을 입은 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 소설이 주는 비극성은 그와 비슷한 옷을 언젠가 나와 내 가족들 또한 분명히 입게 되고 말리라는 것, 형태는 다를지언정 몇 번은 분명히 겪고 말 비극의 하나라는 것. 시작하는 하루가 그와 같은 공포로 서글프고 두렵다.

뒷 표지 추천사로 단숨에 다 읽었다 말씀하신 아툴 가완디(저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작가)께 존경을 표한다. 끊임없이 겻길로 새는 이야기와 장황한 묘사가 힘들어 고백컨데 초반 세 번쯤 읽기를 포기할까 고민했었다. 세 아이들의 서핑 장면, 바다로 나아가 파도를 타고, 사고를 당하기까지가 특히나 지루하다. 잠깐의 풍랑이라 생각하고 부디 끝 페이지까지 무사히 항해하시길 빌어본다. 언젠가 내게도 닥칠 일이라면 이렇게 소설로나마 한번쯤 죽음을, 남은 이들의 일상을 예견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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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스피어스의 천하무적 우주선 토니 스피어스 시리즈 1
닐 레이튼 지음, 남길영 옮김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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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헐렁한 새 교복, 멱살 잡힌 것처럼 꽉 조이는 넥타이, 너무 뻣뻣한 새 바지에, 발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만큼 딱딱한 새 신발을 신은" 토니 스피어스는 잔뜩 주눅 든 모양새로 새 학교로 전학을 갑니다. 학기 중간을 지나는 시점이라 학교에서는 최고의 학생 시상식을 놓고 들썩들썩 하구요. 친구들은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토니는 무기력해요. 왜냐면 토니의 점수는 빵! 빵점이거든요. 이제 막 전학왔을 뿐이니까요!! 친구 사귀는 것도 어렵고, 학교는 낯설고, 높은 점수대의 친구들이 부러운 이런 우울한 속내도 모르고 엄마는 이직으로 바쁘시기만 합니다. 난장판 같은 부엌에서 홀로 저녁을 먹기 위해 토니는 식빵도 찾고, 잼도 찾았지만 이럴 수가! 접시가 안보이는데요. (접시 없이는 식빵을 못먹는다니 문화충격!!) 그 순간 서랍장을 뒤지는 토니의 손 끝에 와닿은 단추 하나. 꾸욱 누르는 그 손짓 한번에 요술 부엌이 지잉지잉 분리되어 우주선으로 변신을 합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천하무적 우주선과 함께 날아간 Xo49p별에서 토니는 토끼 같은 외계인 스쿠어들도 만나구요. 스쿠어들의 지하 방공호에 초대되어 은하수 비스킷도 맛봅니다. 스쿠어들을 괴롭히는 악당 고릴라 가토릴라만 없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Xo49p별은 이미 가토릴라에게 점령 당한 상태였지요. 스쿠어들이 가엽기는 하지만 엄마와의 티타임을 위해 지구로 날아간 우주선에는 아뿔사, 가톨릴라 한 마리와 스쿠어들 한 마리가 타고 있었어요. 비상착륙으로 망가진 천하무적 우주선. 지구 생물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고릴라 가토릴라의 횡포. 코 앞으로 다가온 최고의 학생 시상식까지!! 멋지다 토니! 힘내 토니! 열심히 응원해주는 귀여운 친구 스쿠어들과 함께 우리의 토니가 가토릴라를 생포해 지구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천하무적 우주선을 타고 다시금 Xo49p로 항해할 막중한 책임 속에서 특별한 우정과 용기를 찾아가는 소심한 소년의 우주 대모험!! 토니 스피어스의 천하무적 우주선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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