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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린터 - 언더월드
정이안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10월
평점 :
이야기의 시작은 꽤나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의 행태로 시작됩니다. 정차시간 20초의 지하철 문을 결승점으로 하여 문이 닫히기 직전 백미터 달리기를 하듯 뛰어 들어오는 남자 아이 단이. 그것을 찍어 아프리카 티비 같은 인터넷 방송에 올리며 진행하는 VJ 연아, 단이의 성공에 기뻐하는 또한명의 친구 지태. 하하호호 야단스레 웃으며 떠들고 환호하는 이 위험한 아이들의 행태에 지하철의 어른들은 눈살이 찌푸려지는데요. (그 어른에는 저도 포함. 놀든 엇나가든 그거야 자기네들 맘이지만 그 위험은 누가 감당하나요?ㅡㅡ;;) 용기가 없는 저 같은 사람은 흰눈을 뜨고 외면하는 것으로 끝냈겠지만 용기 있는 한 어른이 나섰고 혼을 냈다가 오히려 아이들의 위협 속에 비웃음만 사고 말지요. 사실 이런 류의 치기 어린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책이 또는 영화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스프린터 언더월드의 시작에서 느끼는 저의 반감이 좀 컸더랬습니다.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래 청소년 범죄 뉴스가 많았던 탓인지 제가 오늘 하루 부쩍 나이를 먹은건지 도통 주인공 아이들에게 감정이입이 안되더라구요. 아이들의 불쌍한 사연이 소개되도 그러냐 싶고 아이들 셋에게 정이 안갔습니다. 긍정적인 활약이 두드러지는 한참 나중까지도 이런 마음이 계속되서 이게 다 시작 이야기에서 생긴 반감 탓이 아닌가, 이 시작의 이야기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낫지 않았나 작가님께 원망의 마음이 다 생길 지경, 아, 아닙니다;;;;; 하여튼 이건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어쨌든 그 어른에게 하고 싶은 욕 다 하고 가운데 손가락까지 기세 좋게 날려주시고, 뭐라더라, 끈기 있게 자기들을 혼낸 어른도 없었댔나 하여튼 그런 비웃음을 흘리며 다른 차량으로 넘어간 아이들은(아, 나 왜 이렇게 뒤끝이;;;;;) 곧 위험에 부딪히게 됩니다. 안전하기로 소문난 서울의 지하철에서 테러가 발생한 까닭이지요. 지하 2층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테러는 지하 1층과 2층 사이의 출구를 모두 막으며 생존자들을 충격에 빠뜨렸고 더하여 어디서 나타났는지 근원도 알 수 없는 가고일과 같은 괴생물체로 인하여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죽기 시작합니다. 괴물들이 사람을 먹거든요. 우걱우걱. 단이와 연아, 지태는 괴물들을 피해 지상으로 탈출하려 애쓰지만 와중에 연락이 닿은 엄마가 노량진 역에서 부상을 입고 갇힌 것을 알게 되고 엄마를 구출하기 위해 다시 지하선로를 따라 움직여요. 일진 친구들과 지하철 노숙자 화니, 임신한 몸으로도 다친 사람들을 도와주는 누나, 민간인에게 거침없이 무기를 들이대는 군인들과의 만남으로 아이들은 성숙해지고 그런 모습을 통해서 살짝 맘이 떴던 저 같은 독자도 주인공들과 마음이 통하는 어떤 공감대 형성이..........., 에라, 그런 거 1도 없고 애들이 그냥 밉상밉상 짜증 제대로입니다. 아니 뭐 스토리가 너무 판타지틱 하니까 애들이라도 아주 현실적으로 전형적인 십대를 쓰자 하셨을 수도 있지만 아니 어차피 SF인데 애들 성격도 좀 SF 해주시지 너무 막, 어후, 하여튼 그래요.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스토리의 매력에 비해 세 아이가 다 무매력이라....... 다급한 상황에 긴장감 대박으로 몰입했다가 단이가 입을 떼면 긴장감이 우수수 깨지는 반복ㅠㅠㅠㅠㅠㅠ 생존물은 막 주인공 A 꼭 살아야 해!! B 다치는 거 아니야 어떡해!! C 죽으면 안되는데 작가님 죽이지 말아요!! 죽이면 원망할거야!! 이런 긴장감, 두근거림으로 읽어야 하는데 살았으면 좋겠다 싶어 응원하게 되는 주인공이 진심 한 명도 없어서 슬펐어요. 그냥 다 죽어도 괜찮지 않나 싶어지는 이 마음을 어쩌면 좋을지. 아니면 단이 입이라도 누가 꼬매주면 좋겠다 하..ㅠㅠㅠㅠ 내용은 재밌는데 주인공들은 계~속 싫어지는 이런 괴이한 현상 끝에 페이지에 이는 바람에도 마음이 울렁울렁. 그래도 재미는 있으니까 인내심을 잃지 않고 (칭찬합니다~) 계속 읽었더니 복이 내렸어요. 제 맘 속 진짜 주인공, 최강 보스, 그 아이가 등장하거든요.
신야...... 그래, 정이안 작가님은 나로 하여금 신야에게 감정 몰빵하라고 단이, 연아, 지태를 그렇게 무매력으로 그려놓으셨던 거구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깨달음이 오더군요. 대한민국 50년 프로젝트 노아에 의해 탄생한 제3의 인류. 태어나는 순간 저를 낳은 부모들이 호모 사피엔스에게 죽임 당하는 모습을 보아야 했고 자신과 같이 개조된 유니언들이 생체실험을 당하고 에너지를 뺏기는 장면을 목격해야만 했던 소년. 지금 당장 자신이 죽는대도 여한이 없는 그러나 실험으로 괴로워하는 동족들과 함께 지하왕국을 건설하려는 목적으로 테러를 일으킨 스프린터 언더월드의 진정한 히어로. 지하철의 피해자들에게 있어선 악의 축. 신야의 등장부터 저는 덜덜 떨면서 봤습니다. 애기야 죽지마!! 신야 잡혀가면 안되는데 이거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려는 거야!! 설마 자폭?!!!!! 최종 보스는 마지막에 등장해야 구색이 맞는거라지만 남은 페이지를 확인하니 이십쪽도 안되서 작가님 진짜 미친 거 아니냐!!!!!며 울화통이 터질 뻔 했는데 알고 보니 시리즈물이었어요. 2부와 3부를 기다려도 되는 상황이었던 거 ㅋㅋㅋㅋ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별무신통한 애들로 자칫 별 세개반쯤으로 끝날 뻔 했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별 네 개반 ★★★★☆ 다음 권까지 확실하게 기대하게 됩니다. 신야와 아이들이 넘어가는 통로 너머의 또 다른 세상 속에선 최종보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지기를 바라마지 않아요. 작가님 화이팅!! 신야 화이팅!!! 그리고 가능하다면 trainking74 철도 덕후분은 또 나와줘도 좋을 것 같아요. 아주 호감가는 네티즌이셨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