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권민정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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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 젊은 여성들과 젊은 남성들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어떻게든 더 나은 이성과 결혼하려는 노력의 여정. 더하여 연금 있고 집 있고 재산 좀 있는 양반들이 심심하고 할 일 없으니 심심풀이로 젊은 애들 엮으며 노는 19세기 풍속도.  두번째로 읽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 <이성과 감성>이 내게 안긴 느낌이었다.

헨리 대시우드 사후 대시우드 가의 재산 대부분이 첫째 아들인 존에게로 넘어간다. 안주인이었던 대시우드 부인과 존이 친모자 관계가 아니었던 탓에 부인과 세 딸 엘리너와,메리앤, 마거릿은 가난한 상속자가 될 수 밖에 없었고 친척인 존 미들턴 경의 도움으로 버턴 파크에 있는 코티지(영화 오만과 편견 속 베넷가 정도?)로 이주하여 자리를 잡게 된다. 마거릿과 메리앤이 산책을 나간 어느 날 영국의 예측불허한 날씨가 메리앤의 발목으로 큐피트의 화살을 날린다.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 사랑이란 운명을 코앞에 두고 발목을 삔 메리앤. 그녀 곁을 스쳐가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청년 윌러비. 발목의 통증까지 잊게 만들 정도의 미남인데다가 취향도 고급스럽고 돈도 많고 젊고 말도 잘 하는 윌러비의 매력이 메리앤의 심장을 저격해 버린다. 두 사람은 가족의 무한응원과 이웃들의 무한관심과 윌러비의 적극적인 방문 덕택으로 버턴 파크 일대에 소문이 자자해질 정도로 깨가 쏟아지는 연애를 시작한다. 초반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로운 메리앤의 나날들과 달리 언니 엘리너의 사랑은 녹록치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가 새언니 존 대시우드 부인의 첫째 동생 에드워드인 까닭이다. (우리로 치면 사돈총각;;) 일찌기 시아버지 재산에 상당한 욕심을 보였던 이 누님과는 달리 수줍음 많고 착하고 물려받을 재산도 많은 사돈총각은 내가 봤을 때에도 남편감으로 탁월했지만 문제는 현 새언니 미래 시누이 될 대시우드 부인과 그 어머니가 가난뱅이 엘리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쩐 일이지 성격 탓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사돈총각의 태도도 미심쩍다. 뭔지 모르게 뒤가 구린 듯한 에드워드를 일찌감치 포기하리라 마음 먹은 엘리너에겐 마땅한 혼사가 없는데 예쁘기로 소문난 메리앤의 인생엔 또다른 남자까지 등장하니 내 사랑 돌려받지 못해도 좋소, 먼발치에서나마 그대를 응원하리라~~ 애타게 목매달다 비웃음만 잔뜩 사는 브랜던 대령이시다. 다아시의 모태가 되었을지도 모를, 제인 에어 속 로체스터씨의 성격에서 카리스마라는 것을 쫙 빼고나면 그 사연과 사랑하는 모습과 태도와 나이에서 매우 유사점이 많게 느껴지는 브랜던 대령까지 더하여 다섯 남녀가 가파른 애정사를 보글보글 끓이며 얽히고 섥히고 부딪히고 싸우고 좌절하고 슬퍼하고 울고 불고 죽기 일보직전까지 가는 사랑 이야기가 펼쳐져야 맞을 것 같은데 실상 이성과 감성 속에서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어딘지 부수적이다. 제인 오스틴의 첫작품이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애시당초 그녀의 관심사에 로맨스적인 서사가 그리  중요치 않았던 것일까.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남주들 분량도 지나치게 적고 남주들 역할도 그리 많지 않다. 엘리너와 메리앤의 이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도화선 정도?? 그리고 그렇게 적은 분량임에도 그 점이 별로 아쉽지도 않다는 것이 뽀인트다. 

이성적이고 예의 바르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대시우드 집안의 첫째 딸 엘리너와 마의 16세로 사춘기 감성의 절정에 오른 둘째 딸 메리앤의 자매애가 넘치게 사랑스러운데다 오롯이 흥미로운 것은 빅토리아 시절 부유한 중산층 및 귀족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일이라는 걸 해본 적이나 있을까 싶은 사람들. 물려받은 유산과 이자, 연금만으로도 근사한 생활이 가능했던 한량들의 생활상이 오만과 편견보다 훨씬 더 적나라하게 훨씬 더 많은 비꼼과 유머로 펼쳐진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과 돈!돈!돈!돈! 하는 가치관이 요즘과 너무 비슷하다 못해 아주 똑같아서 이 책이 19세기의 사람이 쓴 책인지 21세기의 사람이 쓴 책인지 헷갈릴 정도로 생생했다. 사람이 나쁜 것은 아닌데;; 지나치게 속물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존 대시우드 부부나 역시 사람이 나쁜 것은 아닌데;; 지나치게 말이 많고 소문을 좋아하고 잘 내는 제닝스 부인, 사람이 나쁜 것은 아닌데 이렇고 저렇고 한 각종 조연들까지 더해져 그 시절의 미풍양속이 은연중에 설명되어 질 때면 너무너무 재미있다는 생각 밖에 안든다. 내용이 더해갈수록 대놓고 막장이라 흥미진진 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매력 요소! 요즘으로 치면 건물주 같은 귀족들의 삶이 쬐끔~ (마니마니) 부럽기도 했고 말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제인 오스틴 작품이란 것이 주인공 이름과 배경의 지역명만 바꿔놓은 다 똑같은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다. 이성과 감성 초반부에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터라;;; 근데 읽다 보면 비슷한 내용이라도 다시 읽는 재미가 톡톡하다. 비슷한 인물들, 비슷한 조연들, 배슷한 배경을 썼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또 재밌고 또 재미있어 다른 작품들을 궁금하게 만든다는 것이 제인 오스틴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그냥 네 취향의 수준이 거기까지인거 아니냐 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내 기준에선 너무너무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고 수다스럽고 흥미진진했던 책이라 강력하게 추천한다. 참고로 제인 오스틴의 다음 예약 작품은 설득!! 읽으셨던 분은 또 읽고 안읽으신 분은 같이 읽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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