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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노블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0월
평점 :
누군가가 저에게 2017년에 접한 가장 충격적인 제목의 책은 뭐였냐고 묻는다면 저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라고 대답할 겁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평생에 걸쳐 가장 충격적인 제목의 책은 뭐였냐고 많이 확장해서 묻는대도 역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밖에 없다고 말할 거에요. 스미노 요루의 전작은 그만큼 기괴하고 망측하고 이상야릇한 제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의 농간이 아닌가 싶어 원제를 검색해 봤고 장르는 당연히 고어물이겠지 했다가 청춘물이라는 얘기에 믿을 수 없다며 경악했던 기억까지 생생합니다. 이 제목으로 하여 책을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작가는 관심종자다!! 하고 딱 분류를 해놓았는데요. 어라라, 이건 또 무슨 일인가요? 작가의 두 번째 작품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는 관심종자가 짓기에는 또 너무 평범한 제목이 되어버린 겁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생각하면서도 어쩌다 보니 모셔둔 <너췌(라고 줄여 부른다고 합니다 ㅎㅎㅎ)> 보다 이 책 <같은 꿈>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책의 느낌은 어땠냐고요? 엄청엄청 "배가 부른" 느낌입니다! 기분 좋은 포만감이 목끝까지 차는 달달한 동화 같은 책이었어요. 이런 관심종자라면 대환영, 축환영, 그야말로 빵빠레를 울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인생이란 염소 같은 것이야."
"뭐냐, 그건?"
"멋진 소설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들잖아. 나는 이 책을 먹으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고."
"그게 가능하겠냐?"
"하지만 나는 지금 배가 불러. 엄청 멋진 소설을 읽었으니까." (p77)
주인공 고야나기 나노카는 이른바 책따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책을 읽는 친구들이 많이 왕따를 당한다는데 그건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인지 책을 많이 읽고 똑똑한 나노카는 재수없는 애로 분류되어 학교 내엔 친구가 한 명도 없어요. 대신에 학교 밖에는 이 아이의 동료가 참 많은데요. 꼬리가 반쯤 잘린 매력만점 악녀 고양이와 계절을 파는 상냥한 아가씨 아바즈레씨(이름의 뜻이 주역으로 달렸있는데 슬펐어요ㅠㅠ), 손목을 긋는 우울한 예비 소설가 미나미 언니, 그리고 맛있는 쿠키를 구워 주시고 어린왕자와 허클베리 핀을 추천해주는 다정한 할머니도 있습니다. 엄마아빠는 매일매일 일 때문에 늦고 학교 친구 따윈(이라고 말하기엔 정말 중요한 존재들이죠!!) 없지만 나노카는 외로울 틈이 없이 하루하루가 즐거운 초등학생입니다. 그녀의 동료들이 모두 그녀를 아주아주 좋아하고 아끼니까요. 물론 저두요!! 나노카 너무너무 귀요미에요~>.< 어쩜 이렇게 순수하고 착한 아이가 다 있는지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했습니다. 그러나 짝꿍인 키류의 아버지가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리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이 수줍은 많은 소년이 학교를 결석하면서 나노카의 일상도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빗겨가기 시작하는데요. 나노카의 나는 네 편! 이라는 적극적인 외침에도 "나는 네가 제일 미워!!!" 소리치며 방문을 걸어잠궈 버린 키류의 마음의 문을 열 열쇠는 무엇이었을까요? 키류와 함께 의논해가던 히토미 선생님의 숙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나노카는 찾을 수 있었을까요? 나노카에게 상냥하지만 어쩐지 현실감이 없는 아바즈레씨와 악녀 고양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미나미 언니와 매일매일 잠을 자는 할머니 그들이 언젠가 한결같이 말했던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는 또 어떤 의미였을까요? 보잘 것 없는 리뷰이지만 이 짧은 소개글로 이 문제의 답을 많이들 궁금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작가 스미노 요루가 장미꽃 아래 활짝 펼쳐놓은 향기로운 비밀들로 저는 정말 행복했거든요. 다른 많은 독자님들도 저와 함께 즐거우시면 좋겠어요. 참고로 비밀의 답은 단연코 달콤합니다. 네 귀에 캔디~ ㅋㅋㅋ 췌장 보다는 아마 맛있을 거에요^^
그럼 저는 이만 췌장 맛을 찾으러 출바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