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곰돌이 푸 엽서북 100 : 위니 더 푸 포스트카드 컬렉션 100
디즈니 곰돌이 푸 원작, 아르누보 편집부 엮음 / 아르누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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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꿀을 세상 가장 사랑하는 상냥하고 다정한 곰돌이 푸
주머니에 쏙 들어갈만치 작고 소심한 아기 돼지 피그렛
크리스토퍼 로빈이 만들어준 꼬리를 자존심처럼 달고있는 우울한 당나귀 이요르
통통 튀어다니느라 바쁜 아기 호랑이 티거
똑똑하지만 잘난체가 심한 재바른 토끼 래빗
친구들의 소식통 올빼미 아울

엄마와 함께 다정한 한 때를 보내는 캥거루 루
처음엔 백조를, 다음엔 곰돌이 인형에게 위니 더 푸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이 세계의 영감을 일끌어낸 소년 크리스토퍼 로빈.
로빈과 숲속 친구들의 이야기가 책이 아니라 엽서북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노랑노랑한 박스 안에 자그마치 100가지의 나래들을 담아서!

푸의 엽서를 보며 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과

만화 속 장면장면들을 떠올려본다.

어릴 적 보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성우들의 목소리가

엽서 속 그림 하나하나에 자연스럽게 소근소근

일요일이면 제일 먼저 일어나 디즈니 만화동산을 켜던 꼬맹이는

다 큰 어른이 되었는데

푸도 크리스토퍼 로빈도 피그렛도 래빗도 티거도 이요르도

여전한 꼬마 친구들이다.

그것이 서글프기 보다는 추억이 빠져 새록새록.

너무 귀여운 걸!! 


 꿀이 잔뜩 든 항아리 속에 푸욱 손을 집어넣는 푸
얼굴을 집어넣고 그 다음 상반신이 빠져들더니 온몸을 풍덩 담그는 푸
푸의 보솜보솜한 귀를 만지는 크리스토퍼 로빈
날아갈 듯 만개한 웃음으로 통통 뛰어가는 티거
래빗의 당근을 (푸가 당근을 먹다니!) 뽑아먹는 푸

래빗이 옥수수 따는 걸 도와주는 푸
이요르의 줄에 색을 입히는 티거

거울을 보며 빨간 윗도리를 입는 푸

로빈과 눈사람을 만드는 푸

모두 다 같이 파티를 여는 푸

로빈과 손을 잡고 노을 속으로 걸어가는 푸!!

 

위니 더 푸와 푸 코너에 있는 집

이들 이야기의 결말에는 언제나 안녕하고 인사하는 푸와 로빈이 있다.

안녕, 절대로 나를 잊지 마.

내가 백 살이 됐을 때에도 나를 기억해 줘야 해.

푸의 앞발을 만지며 약속을 받아내던 

로빈의 마음으로  엽서북의 그림을 즐긴다.

푸에게 다짐받던 약속은 동심을 잊지 않으려는

로빈의 결심이기도 했을테니까.

써서 보내는 엽서가 아니라 내 손에 두고 감상하며 즐기는 아트북으로

푸 이야기 책과 함께 소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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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1 - 치명적인 남자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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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걸과 배드 보이의 만남.
오만과 편견 또 폭풍의 언덕 이래로 익숙하다면 익숙하고
진부하다면 진부한 이 소재가 애프터에서 다시 한번 펼쳐진다.
이제 막 대학 신입생이 된 테사, 긴주름 치마를 시그니처로 하는 엄친딸과
등을 뺀 온몸 빼곡한 타투가 특징인 나쁜 남자의 전형 같은 하딘의 만남은
테사의 기숙사 방에서 이루어진다.
노아라는 남자친구가 곁에 있음에도 첫만남에서부터 하딘과 불똥이 튀어버린 테사.
그와 눈이 마추치고 그의 짙푸른 녹색 눈과 탐스러운 입술에 매료되는 순간부터
테사의 인생은 팍팍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마주치기만 하면 불구대천지 원수라도 되는 듯이 으르렁으르렁
그러나 손끝이라도 닿으면 천둥이 치고 번개가 내리꽂히는 육체적 갈망을 느끼는 그들.
특히나 테사는 노아와 사귀는 지난 2년 동안 키스 이상의 관계는 가져본 적이 없는 터라
속절없이 하딘의 손길에 무너져내린다.
자존심도 없는 여자처럼 하딘에게 절절 매고 툭하면 울고 히스테리를 부리고
새벽 세 시에 취한 몸으로 파티를 뛰쳐나와 집으로 걸어가고
다시 또 그 파티에 가서 다른 남자에게 강간당할 뻔 하고
오만과 편견 수업 중에는 나를 꼬시지 않았느냐며 하딘과 소리 질러가며 다투는 등
매우 버라이어티한 대학생활이, 낯 들고 어떻게 다니나 싶은 일상이, 하루하루 갱신된다.

하딘이 여자와 연애하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나만은 다를거라는 기대를 안고 매일 좌절하는 테사.
연애는 싫지만 테사와 함께 하는 밤이 꿀 같이 좋은 하딘. 
자존심을 키스와 맞바꾼 채 하딘의 발매트가 되어버린 테사가
자존감을 되찾고 이 관계를 역전시키는 해방의 날이 올까?
얼른 2권으로 넘어가서 확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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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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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생은 이제부터다.
터져나오는 웃음은 터져 나오는 의욕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모코씨는 그렇게 생각하며 또 웃었다.

ㅡ p140,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문학에서 최연소 수상자 누구누구에 관한 이야기도 그리 자주 듣는 건 아니지만 최연장, 최고령이 강조되었던 일은 더욱 드물지 않나 싶다. 작가 와카타케 치사코가 그 드문 경우 중 하나인데 그녀 나이 자그마치 63세 때 문예상을 수상하고 다음 해 64세가 되어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 아쿠타가와상을 받는다. 63세의 신인작가는 남편과 사별한 후 소설강의를 듣고 다시 8년이 지난 다음에야 이 책을 썼다고 한다. 5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썩 좋은 때가 아니라는 건 엄마를 봤기 때문에 잘 안다. 사춘기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 질곡의 노도를 보다보다 못견뎌 독립을 한 셈이니까. (물론 그 밖으로도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사춘기가 우울 속에도 성장하는 꽃봉오리라면 갱년기는 시든 나무를 보면서도 화분갈이조차 못한 채 손 놓고 있어야 하는 좌절감 같았다. 메마르고 푸석한 잎사귀가 사람 손에 닿기만 해도 바스라지는 것처럼 엄마는 자식의 관심조차 못견뎌해서 거리를 벌려주는 게 최선이었다. 일정한 시기가 지나고 거름을 채운 듯 엄마의 생기도 돌아왔지만 종종 그 때의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작가는 그런 시기에 남편까지 잃는다. 남편과의 사생활이 어땠는지 속속들이 알 순 없지만 반평생을 함께 한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내는 경험이 결코 가벼울리 없다. 그리고 그 무거운 마음 속에서 깨달은 어떤 바를 푹 고으고 양껏 떠내어 쓴 것만 같은 책이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였다.

74세의 모모코씨의 집. 모모코 씨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건강하던 남편은, 그래서 죽음에 대한 그 어떤 대비도 되어있지 않던 남자는, 한 순간에 세상을 떠난다. 아들은 모친의 지나친 관심과 구속을 지긋지긋해하며 독립했고 딸은 딸대로 모친의 자식 차별에 분노하며 연을 끊는다. 아무도 없다. 차를 마시고 밥을 해먹고 빨래를 널고 청소를 하는 그녀의 곁에는 바드득바드득 소리를 내는 쥐와 벌레들 뿐이다. 젊은 시절엔 무섭고 징그럽던 것들이 이제는 반가워지고 때때로 쏜살같이 지나가는 모습이나마 보려 먹이를 등 뒤로 던지기도 한다. 홀로의 노년은 이런 것이리라. 처음엔 그녀 이야기에 좀 서글픈가 싶었다. 그러나 곧 모모코씨 안의 수많은 기억들, 그녀 표현대로라면 융기 돌기의 존재들이 떠들어댄다. 토론하고 추리한다. 모모코 정말 그러냐? 정말로 외롭고 혼자인게 서글프냐? 사랑으로 보듬고 살았던 남편이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의 죽음 한켠에서 어떤 해방감도 느끼지 않느냐. 드디어 혼자가 되었다는, 어떻게 살든 혼자로 살아보고 싶다는, 그 자유를 만끽하게 되었지 않느냐. 그이가 인생에서 분명 중요한 존재였지만 적잖은 구속이었다는 사실을 남몰래 깨달으며 모모코씨는 미안해한다. 아이들의 도시락통은 버리면서도 어머니가 점심을 싸주시던 제 어린 시절의 튤립 도시락통은 결코 버릴 생각을 못했다는데서 아이들보다 자신을 더욱 사랑했던 마음도 깨닫는다. 아이들과의 관계를 이리 만든 것엔 반성이 들지만 자식을 돌보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심정엔 후련함도 있다. 74년이라는 시간을 분초로 나누면 읊는 것도 쉽지 않을 장대함일텐데 정작 그 안에 자신만의 시간은 거의 없었다는 자각. 노년을 불평하면서도 지금의 나는 무서울 것이 없다는 내면의 목소리. 인생을 옴싹달싹 못하게 만들었던 사랑들에서 벗어난 돌연한 기쁨.
그런 기분들에 점점이 빠져 한없이 모모코씨에게 끌려가는 시간이 날개짓한다.
 
(Ora Orade Shitori egumo)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를 번역가 정수윤님은 일본어를 모르는 나와 같은 독자를 위해, 또 모모코씨가 도호쿠 사투리를 쓰는지라, 그에 맞추어 소리나는데로 써주셨다. 미야자와 겐지의 시 속에 나왔다는 이 구절을 그녀가 그랬듯이 나도 주문처럼 외워본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그 시절 자식조차 귀찮아하는 엄마를 이해 못했는데 엄마도 그런 심정이지 않으셨을까. 다 컸으니 제발 좀 알아서들 살아라..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젠 좀 혼자 있고 싶다, 누구 뒤치다꺼리 하지 않고 그냥 나만 있고 싶다, 걱정도 귀찮으니 나를 가만 좀 내버려둬라.. 하는 그런 마음이 엄마 속에도 있었던 거라면, 내가 그걸 좀 빨리 알았더라면 더 많이 배려하고 양보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인다. 엄마와 나 모두에게 일흔넷은 아직 멀리 있는 시간이지만 그때에 우리 모녀가 내 생은 이제부터다 라고 말할 수 있기를.  
나침반처럼 모모코 씨의 말들과 생각을 가슴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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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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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헌법 37조 1항을 보고 마치 연애편지의 한 구절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른여섯 가지 사랑하는 이유를 쫙 적어놓고 마지막에 추신을 붙인 거죠.
"내가 여기 안 적어놨다고 해서 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법 조항이 그렇게 감동적일 수 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어요.

ㅡ 작가 서문 중 

귀엽다, 작가 서문을 읽고 처음 든 생각입니다. 헌법을 읽으며 연애편지의 한 구절 같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제동씨 이제 보니 깜찍한 구석이 있었네요 :) 이 책은 김제동씨의 헌법 독후감입니다. 문유석 판사의 권유로 헌법을 읽고 그 헌법에 울고 웃고 감동 받아 쓴 에세이에요. 어떤 사람은 좋은 게 있어도 저만 알고 마는데 제동씨는 성향 자체가 좋은 건 숨기지를 못하나 봐요. 티비에서 라디오에서 기사로 종종 그의 헌법 이야기 한 소절을 보고 듣고 했는데 이제는 책까지 써서 소문을 냅니다. 우리 헌법 너무 좋아요. 이렇게 좋은 데 왜 안봅니까. 헌법이 이렇게나 우리 편인데 여러분 지금 그거 알면서 대한국민 하는 거죠? 혹시 몰랐다면, 사실 거의 모를 것 같은데, 우리 같이 헌법 한번 읽어봅시다. 헌법도 결국 책이잖아요~ 하고 꼭 저를 꼬시는 것 같더군요. 헌법뿐만 아니라 헌법 에세이를 쓴 저자까지 매우 사랑꾼 같죠? 근데 왜 결혼은? 이라고 말하는 저도 실은 미혼입니다. 이런 동병상련 너무 싫으다 ㅎㅎㅎㅎ

요 독후감에 따르면요. 헌법 10조는 모두가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뜻 같대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네가 슈퍼갑이니 대우받고 살아라 하는 것 같더래요. 신체의 자유를 말하는 13조는 안녕히 계세요 조항이래요. 참고인 신분이 되도 검사 너 맘에 안든다 이러구 거부할 수 있대요. 정말?리얼리? 얼떨떨하고 안믿기고 그랬는데 저 순간 책에 씨씨티비 달아놓은 줄 알았잖아요. 네가 안믿을 줄 알고 내가 증거 딱 대령한다면서 김두식 교수의 <헌법의 풍경>이란 책을 알려주더군요. 이런 엘리트주의!를 욕 못하는 독자를 용서하세요. 교수님 말씀이라니 그때부터 신뢰가 가는 한편으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어쩌면 저도 모르게 제동씨를 욕하는 누구들처럼 개그맨이 뭘 안다고 하는 편견이 아주 조금, 숨어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럴 수도 있나? 이게 아니라 잠깐이지만 아주 뾰족하게 눈을 뜨고 의심하는 저를 봤거든요. 그 구절을 읽을 때에도 돌이키는 지금도 많이 미안해요ㅠㅠ 그밖으로도 음덕조항, 비타민 조항, 깨톡 조항, 당신은 늘 옳다 조항, 방탄소년단 아니아니 방탄 조항까지. 제동씨가 헌법의 여러 조항들을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고 공감하기 좋게 들려줍니다. 중간중간 실린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 총회 의장과 에드윈 캐머런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관과 알비 삭스 전 남아공 헌법재판관의 인터뷰도 정말 좋았어요. 인터뷰 요약문 보고 울기는 또 처음 같은데요. 특히 알비 삭스 재판관님의 "부드러운 복수", 인간의 가장 나쁜 구석에서도 인간다움을 찾고 인간다움을 발견하려는 재판관님의 노력과 인생에 마음 깊이 감동받았습니다.
사합니다.

요즘도 활동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이천년 대 초반에 인터넷 소설 작가 백묘님이 써서 유명해진 좌우명이 있거든요. 하나님을 빽으로 세상과 맞짱 뜬다. 제동씨가 쓴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그거 같아요. "헌법을 빽으로 세상과 맞짱뜬다." 우리 헌법이 정의로운 대한국민을 지켜줄 거에요. 진실로 그렇게 믿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이 책으로 대한국민으로 살아가는 오늘에 더 많은 분들이 위로받으시기를 바래요.
모두들 토닥토닥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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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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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의 교회에 불이 난다. 화재로 인해 여럿이 죽고 또 여럿이 다쳤는데 게중엔 교회의 최목사도 포함되어 신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최목사가 죽어서? 물론 사람이 죽었는데 안슬프다면 거짓말이지.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그가 목양교회 장로인 최근직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최근직의 절절한 간증에 따르면 조강지처와 자식들을 열차폭발사고로 잃고 그는 나무에 목을 매 죽을 결심을 한다. 하나님 아버지 죽일 놈 살릴 놈 하면서. 아버지를 믿었는데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느냐 삿대질을 하면서. 행인지 불행인지 하나님 듣는 귀가 그때만 밝으사 최근직의 욕설에 응답하시니 최근직이 회개하고 그 아들 최목사를 얻었더라는 거다. 하나님 은혜의 산증거 같은 최목사가 또 하필이면 화재로 죽었으니 대체 무슨 놈의 운명이 이따구인가 싶지만. 방화인지 자살인지 하나님의 숙명적 부르심으로 인한 자연발화인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작금에 등장한 한 아저씨 또는 한 선생님. 누구는 경찰인가 할 것이고 나는 작가로구나 하는 그가 총 열한 명(유일신 포함)의 증인으로부터 증언을 받는다.
진술자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1. 예배당 지하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보고

하나님이 모락모락 피어오르시는 줄 알았다는 18세 백승호
2. 사건이고 나발이고 너는 임마 나이부터 까라는 소방관 최상우
3. 이름도 거룩하야 녹음된 목사님 테이프를 밥 먹듯 듣는 부르심 식당 주인 박순애
4. 농공단지 취직과 농사 이외엔 할 게 없는 목양면에서

전도유망한 직종을 하사받은 전도사 고수종
5. 모범생 쌈 싸먹는 소리 하지 말고

목사 새끼의 죄를 밝혀내라는 우리쌀전통한과 직원 서수민
6. 동네 소문으로 입이 쉴 틈 없는 목양슈퍼 주인 정복심
7. 남편인 최목사 죽은 것보다 아들 앞세운 시아버지가 더 불쌍한 목사 부인 권미정
8. 최목사 독서실 건물주 만들어 주려던 나주곰탕 주인 조원효
9. 귀가 어두우신, 어느 누군가의 하나님 아버지
10. 목양면 교회의 장로, 최목사의 아버지, 욥기 43편이 나오게 한 잃은 양 최근직
11. 백승호의 친구 송만진

처음 소설을 펼쳤을 땐 이기호 작가가 미스터리를 쓴건가 했다. 합선은 아니라는 21년 경력차 소방관의 확고한 증언이 있으니 99프로 방화 아니면 자살이겠는데, 방화면 범인은 누구고 자살이면 왜 라는 질문이 나왔던 것이다. 아무튼 증인도 11명이나 있고 하니 결말이 어리둥절할 일은 없겠구나 했으나 이럴 수가. 읽기는 읽었는데 뭘 읽었는지 모르겠는 상황을 이기호 작가가 만들어 낼 줄이야!! 초반엔 엄청 웃었다. 키득키득 키들키들 이기호식 유머가 산발적으로 튀어나온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 수록, 최근직의 간증에 얽힌 사람들의 증언이 나오고 그 간증을 하나님처럼 믿는 신도들이 나오고 최목사가 아버지로 인해 겪는 혼란이 나오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분양해주는 하나님 은혜가 나오고 목양면의 사람보다 닭대가리 수가 더 많은 환경과 그 속의 아이들을 읽어가며 어째 좀 슬퍼지는 거다. 씁쓸하고, 자갈 하나 삼킨 듯이 목 언저리가 불편하고, 입은 웃고 있는데 눈꼬리는 슬슬 내려가고 마냥 이렇게 웃어도 되나 자괴감 들고. 부제목이 욥기 43장인데 관련한 해석에 있어 실수를 않으려고 인터넷을 뒤지려다 말았다. 내가 또 한 때 <종의 기원/정유정> 초반에 등장하는 십자고가 오타인 줄 알고 은행나무 출판사에 제보했다 무식함이 탄로난 전적이 있는 사람이라 매사에 조심하는데 오늘은 막 읽고 싶어서. 생각할 거리가 너무나 많고 느낌적 느낌은 지금도 충만하니까 종교적 이면까진 다음에 생각해야지. 재독하면 되니까. 진심 이 책은 재독삼독도 가능할 듯!

가볍지 않은 이야기거리로 너무나 유쾌하게 떠들 수 있는 작가,
수한 사투리와 시시때때로 속이 시원해지는 욕설, 결말까지 알뜰하게 웃겨주는 재치까지.
짧지만 좋았다. 역시 이기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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