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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평점 :
목양면의 교회에 불이 난다. 화재로 인해 여럿이 죽고 또 여럿이 다쳤는데 게중엔 교회의 최목사도 포함되어 신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최목사가 죽어서? 물론 사람이 죽었는데 안슬프다면 거짓말이지.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그가 목양교회 장로인 최근직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최근직의 절절한 간증에 따르면 조강지처와 자식들을 열차폭발사고로 잃고 그는 나무에 목을 매 죽을 결심을 한다. 하나님 아버지 죽일 놈 살릴 놈 하면서. 아버지를 믿었는데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느냐 삿대질을 하면서. 행인지 불행인지 하나님 듣는 귀가 그때만 밝으사 최근직의 욕설에 응답하시니 최근직이 회개하고 그 아들 최목사를 얻었더라는 거다. 하나님 은혜의 산증거 같은 최목사가 또 하필이면 화재로 죽었으니 대체 무슨 놈의 운명이 이따구인가 싶지만. 방화인지 자살인지 하나님의 숙명적 부르심으로 인한 자연발화인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작금에 등장한 한 아저씨 또는 한 선생님. 누구는 경찰인가 할 것이고 나는 작가로구나 하는 그가 총 열한 명(유일신 포함)의 증인으로부터 증언을 받는다.
진술자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1. 예배당 지하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보고
하나님이 모락모락 피어오르시는 줄 알았다는 18세 백승호
2. 사건이고 나발이고 너는 임마 나이부터 까라는 소방관 최상우
3. 이름도 거룩하야 녹음된 목사님 테이프를 밥 먹듯 듣는 부르심 식당 주인 박순애
4. 농공단지 취직과 농사 이외엔 할 게 없는 목양면에서
전도유망한 직종을 하사받은 전도사 고수종
5. 모범생 쌈 싸먹는 소리 하지 말고
목사 새끼의 죄를 밝혀내라는 우리쌀전통한과 직원 서수민
6. 동네 소문으로 입이 쉴 틈 없는 목양슈퍼 주인 정복심
7. 남편인 최목사 죽은 것보다 아들 앞세운 시아버지가 더 불쌍한 목사 부인 권미정
8. 최목사 독서실 건물주 만들어 주려던 나주곰탕 주인 조원효
9. 귀가 어두우신, 어느 누군가의 하나님 아버지
10. 목양면 교회의 장로, 최목사의 아버지, 욥기 43편이 나오게 한 잃은 양 최근직
11. 백승호의 친구 송만진
처음 소설을 펼쳤을 땐 이기호 작가가 미스터리를 쓴건가 했다. 합선은 아니라는 21년 경력차 소방관의 확고한 증언이 있으니 99프로 방화 아니면 자살이겠는데, 방화면 범인은 누구고 자살이면 왜 라는 질문이 나왔던 것이다. 아무튼 증인도 11명이나 있고 하니 결말이 어리둥절할 일은 없겠구나 했으나 이럴 수가. 읽기는 읽었는데 뭘 읽었는지 모르겠는 상황을 이기호 작가가 만들어 낼 줄이야!! 초반엔 엄청 웃었다. 키득키득 키들키들 이기호식 유머가 산발적으로 튀어나온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 수록, 최근직의 간증에 얽힌 사람들의 증언이 나오고 그 간증을 하나님처럼 믿는 신도들이 나오고 최목사가 아버지로 인해 겪는 혼란이 나오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분양해주는 하나님 은혜가 나오고 목양면의 사람보다 닭대가리 수가 더 많은 환경과 그 속의 아이들을 읽어가며 어째 좀 슬퍼지는 거다. 씁쓸하고, 자갈 하나 삼킨 듯이 목 언저리가 불편하고, 입은 웃고 있는데 눈꼬리는 슬슬 내려가고 마냥 이렇게 웃어도 되나 자괴감 들고. 부제목이 욥기 43장인데 관련한 해석에 있어 실수를 않으려고 인터넷을 뒤지려다 말았다. 내가 또 한 때 <종의 기원/정유정> 초반에 등장하는 십자고가 오타인 줄 알고 은행나무 출판사에 제보했다 무식함이 탄로난 전적이 있는 사람이라 매사에 조심하는데 오늘은 막 읽고 싶어서. 생각할 거리가 너무나 많고 느낌적 느낌은 지금도 충만하니까 종교적 이면까진 다음에 생각해야지. 재독하면 되니까. 진심 이 책은 재독삼독도 가능할 듯!
가볍지 않은 이야기거리로 너무나 유쾌하게 떠들 수 있는 작가,
구수한 사투리와 시시때때로 속이 시원해지는 욕설, 결말까지 알뜰하게 웃겨주는 재치까지.
짧지만 좋았다. 역시 이기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