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태도 - 꾸준히 잘 쓰기 위해 다져야 할 몸과 마음의 기본기
에릭 메이젤 지음, 노지양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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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은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물 한 컵을 들고 작업실로 들어가 2000개의 단어를 쓰는 루틴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매일 같은 시간에 거의 비슷한 글을 쓰는 루틴은 비단 스티븐 킹 뿐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의 공통된 하루이다. 하지만 글을 조금이라고 써본 이들은 안다. 매일 글을 쓴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글쓰기가 주는 매력에 취하고픈 이들은 미국의 창의력 컨설턴트인 에릭 메이젤이 쓴 글쓰기의 태도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인 쓰는 삶을 선택한 당신에게에서 이 책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바쁜 일상에서 쓰는 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신경세포 하나하나를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가로 막는 무수한 이유로부터 당신의 글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비록 작가의 삶을 살아가려고 결심한 이들을 위한 글이긴 하나 글쓰기라는 것이 작가만이 쓰는 것이 아니기에 글쓰기에 조금이라고 관심이 있다면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이 적지 않았다. 먼저 글을 쓰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사고 실험하기로 유명한 이론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노트와 펜만 있다면 그곳이 자신의 연구실이라고 할 만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연구를 했다고 전해진다. 글을 쓴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노트와 펜만 있다면 또는 노트북만 있다면 어디든지 글은 쓸 수가 있다.

 

저자도 침대는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라는 장에서는 침대조차 작업실이 가능하다고 했다.

 

당신에게 침대가 있다면 작업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글쓰기란 결국 생각하고, 느끼고, 갈겨쓰는 일이므로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서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

 

하긴 자기 전에 노트북을 켜 이것저것을 쓴 경험이 있기에 그리 낯설지가 않은 말이다. 뿐만 아니라 숨기 좋은 최적의 장소를 찾아서에서는 장소를 탓하는 이들에 대한 직설적이 말도 서슴지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해 내게 허락된 자리가 어쩐지 만족스럽지가 않다.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그저 글을 쓰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글을 쓰는 장소가 해결이 되었으니 다음에는 글을 쓰려고 시도하면 늘 생기는 잡념과 다양한 감정들을 다스릴 차례이다. 이에 10초 안에 집중하는 법과 마음챙김의 여섯 가지 원칙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먼저 10초 안에 집중하는 법이다.

 

일단 5초간 숨을 들이마시고 5초간 숨을 내뱉을 수 있을 때까지 심호흡을 연습해야 한다. 그런 다음 호흡에 생각을 삽입한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생각의 반 정도를 조용히 떠올리고 숨을 내뱉으면서 생각의 나머지 반 정도를 되뇌면 된다. 이게 다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숙면에 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미국 군인들이 전쟁 중에서도 잠을 잘 수 있게 고안된 방법이라고 소개를 했었는데 긴장을 풀고 몸을 이완하면서 잠을 청하는 과정을 조금 세부적으로 다뤘던 것 같았다. 잠을 자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잠을 잘 자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마찬가지로 호흡은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호흡으로 집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다음으로 관찰하기, 거리두기, 평가하기, 다시 말하기, 비우기, 몰입하기의 여섯 단계인 창조적 마음챙김의 여섯 가지 원칙이다.

 

창조적 마음챙김의 여섯 가지 원칙

1. 두려움 없이 나의 생각을 관찰한다.

2.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에서 한 발 떨어져보자.

3. 생각을 찬찬히 뜯어보자

4. 자신이 내린 평가에 근거해 자신의 의지를 다시 말해보자.

5. 뇌 속 신경세포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마음을 비우고, 창작할 준비를 하자.

6. 작업에 몰두하자.

 

이 또한 특별한 것 없어 보이지만 따라 해보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가끔씩 찾아오는 창의력이 넘치는 날에는 이와 같은 과정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의식적 선택이 없는 하루는 무의미한 하루와도 같다.’고 말한다. 비록 선택이 아무것도 안정시키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며 의미는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라는 말도 한다. ‘매 순간 불안을 선택하기에 있는 구절이다. 어쩌면 의식적 선택으로만 이루어진 행위가 글쓰기가 아닐까한다.

 

끝으로 글쓰기의 태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매 장을 마무리의 ‘Lesson’‘To do’는 유용해 보이는 것도 있고 동떨어져 보이는 것도 있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꼭 맞는 정답은 있을 수 없기에 취사선택을 하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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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리커버 특별판)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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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는 넷플릭스 영화 <스피드 큐브의 천재들>은 두 명의 천재가 등장한다. 큐브 세계대회가 무대인 이 영화는 재미있는 것은 영화라 소개를 했지만 두 명의 주인공은 실제인물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바로 맥스와 펠릭스인데 영화는 맥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바로 맥스는 자폐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큐브를 통해 사회로 나오는 과정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시상식에서 맥스가 옆 수상자를 보고 따라하는 것에 자신들의 목표를 하나 이루었다고 인터뷰를 하는 맥스의 아버지는 주위를 보고 배우는 것과 실패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자폐인들에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준다.

 

맥스가 큐브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의 저자 카밀라 팡은 과학과 수학으로 세상과 만났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5살 때 엄마에게 사람들 사이의 매뉴얼에 대해 묻고는 세상에 나가도록 준비시켜주는 책이 없다는 것에 좌절한 경험을 풀어낸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자신을 소개한다.

 

나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주의력결핍과잉활동장애(ADHD), 범불안장애(GAD)를 갖고 있다. 이 질병들을 모두 갖고 있으면 인간다운 삶을 살기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종종 그렇게 느낀다. 자폐증을 작고 산다는 것은 조종기 없이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팬이나 기구 없이 요리하거나, 악보 없이 연주하는 일과 비슷하다.

 

타인과의 공감이 어려웠던 저자는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로 과학을 선택한다. 다툼에서 나오는 방법을 단백질의 특성을 통해 이해하거나 의사결정을 인공지능의 머신러닝을 통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을 진화와 확률을 통해 배운다. 양자물리학, 파동, 화학결합 등 과학에 대해 알고 있다면 저자의 이야기가 더 공감이 갈지도 모르겠지만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것을 통해 저자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면 되니까...

 

예를 들면 저자는 두려움을 느낄 때면 빛의 굴절을 통해 두려움을 분해한다고 설명한다.

 

정신적 굴절은 대응 기제이자 촉매이기도 하다. 눈을 멀게 하는 공포라는 빛을 경이로운 무지개색으로 분산한다. 같은 원리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속에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발상과 자극이 들어있다.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방식으로 분리해보면 두려움은 우리 자신과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는 풍부한 발상으로 가득 차있다. 우리를 시험하고 두렵게 하는 것과 맞서는 일은 우리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과 더 가까워지는 길이기도 하며 다음에는 무엇을 시도할지 알려주기도 한다. (4장 두려움을 다루는 법에서)

 

뿐만 아니라 이해가 쉽게 그림도 그려서 보여주고 있다. 과학책에서만 보던 그림들이 두려움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등 주위의 다양한 문제와 접목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양한 파장을 가진 그래프로 타인과의 감정을 중첩하거나 상쇄하는 그림이 있는가하면 삼각함수인 탄젠트 그래프로 소설 속 인물의 감정에너지를 그린 것도 있었다.

 

무협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지만, 만류귀종이라는 말이 있다. 말이다. 저자가 과학과 수학을 통해 세상과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났던 말이다. 타인과의 관계는 심리학이나 인문학이 담당한다고 생각을 해왔지만 모두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문학이든 수학이든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사회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지금도 심리, 감정적으로 자주 무너지는 멜트다운을 자주 경험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많이 있다고 하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가 아니라 현재를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도구를 통해 배우고 적응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놀라웠다, 한 쪽이 막힌다면 다른 쪽이 뚫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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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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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베이커의 6단계 법칙(Six Degrees of Kevin Bacon)이란 것이 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최대 6단계 이내에 서로 아는 사람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AB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지만 AC를 알고 CD를 알고 DB를 알고 있다면 AB3단계 만에 연결되는 셈이다. 요컨대 지구의 어떤 사람도 최대 6단계를 거친다면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나의 지인들과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맞다면 거대한 지구가 엄청나게 작아 보인다. 게다가 요즘은 SNS의 발달로 인해 6명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따뜻한 편의점 이야기로 유명한 김호연 작가가 이번에는 비디오 대여점이란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소재로 다시 이야기를 펼친다. 나의 돈키호테는 방송국 피디를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온 주인공 진솔이 질풍노도의 중학교 시절을 무사히 보내게 도와준 돈키호테 비디오의 사장인 돈 아저씨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더 이상 감정이 소모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직장을 뛰쳐나온 진솔은 마음의 고향 대전으로 내려와 하릴 없이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한다.

 

서른 살 인생 동안 이만한 쉼표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제구실하여 살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제구실하며 살려다 보니 어느새 망가져버렸고, 제구실 따위 못 하게 됐다. 스스로 멈춰버린 일주일, 그 시간은 쉼표가 아니라 마침표였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바쁘게 돌아갔다. 마치 길가의 쓸모없는 돌멩이가 된 기분이었다.

 

쉼표는 허락되지 않고 제구실을 하려면 어느새 망가져 제구실을 못하는 것...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매일 겪고 있을 수 도 있고...

 

그렇게 보내다 진솔이 선택한 일은 유튜버이다. 지금은 카페가 되어버려 자신이 머물렀던 비디오 대여점 공간이 같은 건물 지하실로 옮겨진 것을 알게 된 진솔은 그곳에서 자신의 추억과 돈 아저씨를 찾는다는 메시지와 함께 첫 방송을 시작한다. 대전에서 시작된 그녀의 여정은 서울과 통영을 거쳐 제주까지 가서 돈 아저씨를 만나면서 끝이 나지만 아저씨과 그녀의 여정은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이어진다.

 

진솔의 기억 속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갔던 돈 아저씨는 스스로 산초가 되었다고 말한다. 우여곡절 끝이 만난 돈 아저씨는 진솔에게 이렇게 말한다.

 

돈키호테가 산초가 될 순 있어도 산초가 돈키호테가 될 순 없단다.”

왜죠?”

열정이 사라졌으니까. 열정이 광기를 만들고 광기가 현실을 박차고 나가는 인물을 만들거든, 나는 고갈된 열정 대신 현실에 발을 디딘 산초의 힘으로 돼지우리를 만들고 하몽을 염장할 거란다. 어른 진솔은 이제 아저씨를 이해해줄 거라고 믿는다.”

 

고갈된 열정 대신 현실에 발을 디딘 산초의 힘이라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평생을 풍차를 향해 돌진하던 돈키호테처럼 살았던 돈 아저씨의 말을 들은 진솔은 그에게 받은 열정을 다시 돌려줄 차례가 된 것을 느끼고는 그가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전작인 불편한 편의점에서도 느꼈지만 김호연 작가의 소설에는 그 지방의 묘사가 뛰어난 것 같다. 진솔의 주무대가 된 대전 선화동의 묘사는 마치 응답하라 OOOO’의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이 2000년대 초반의 거리 묘사가 뛰어났다. 마치 소설을 읽고 그곳을 답사도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우광훈 작가의 나의 슈퍼 히어로 뽑기맨이 뽑기 기계가 가득한 대구의 골목을 묘사하고 있다면 나의 돈키호테는 비디오와 소설 대여점이 자리한 대전의 한 골목을 정감있게 묘사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옛 골목이 사라지는 요즘 사진과 영상도 좋지만 이런 서사로 그 곳을 기억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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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마인드 - 1등을 이기는 새로운 성공 공식
정영한 지음 / 웨일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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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재화나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경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은 이러한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기에 예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들이 연구되어 왔다. 이러한 싸움에는 규칙 따위가 있을 수가 업지만 서로 힘과 기술을 겨루는 경쟁에 비슷한 체급끼리, 그리고 적절한 규칙이 생긴다면 그것은 싸움이 아니라 스포츠가 된다. 그런 스포츠를 우리는 씨름, 복싱, 종합격투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즐겨왔다. 체급과 규칙이 있다고는 하지만 서로의 기량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기에 더 나은 기량을 가진 쪽은 탑독(Top dog)’으로 반대쪽은 언더독(underdog)’으로 불린다. 다른 스포츠에서도 자주 쓰는 용어이지만 특히 많이 언급이 되는 분야는 격투스포츠이다. 이렇게 탑독과 언더독으로 구분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스포츠 세계에서는 약체로 분류되는 언더독이 탑독을 잡는 파란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다.

 

스포츠 세계의 용어로만 알고 있어 순전히 제목만으로 고른 책인 언더독 마인드의 저자는 언더독으로 자란 정영한 아나운서이다. 단칸방에서 지내야 했던 유년시절부터 MBC 아나운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가 보고 배우고 느끼고 성찰한 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언더독 마인드는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제1장 언더독 마인드 전략과 제2장 성장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는 재미있게 읽고 밑줄도 많이 그었지만 상대적으로 제3장과 제4장은 루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지인에게 추천을 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언더독 마인드에서 자주 언급되며 중요한 키워드로는 나다움’, ‘제너럴리스트’, ‘행동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차례대로 살펴보자.

 

먼저 나다움이다.

저자는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이란 장에서 나다움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할 나다움이란, ‘살아가며 마주하는 모든 현상에 대한 개인의 진솔한 반응이다.

 

그리고 나다움은 기질위에 경험을 쌓으며 형성된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의 말도 덧붙인다.

 

삶과 죽음이라는 출발점과 종착점만 존재할 뿐, 애석하게도 인생이라는 레이스에는 정해진 규칙이란 게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에 불만을 가질 여유조차 우리에게는 없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은 이미 울렸기 때문이다. 달리기로 한 이상, 눈 뜨고 코 베일 수는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경기의 트랙이 제법 길다는 것이다.

 

어차피 남과 나는 출발선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불만을 가질 정신이 있다면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생산적이다. 나다움의 요소를 고려하여 자신의 기질위에 적절한 경험을 쌓는다면 앞으로의 삶이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제너럴리스트이다.

 

저자는 대학생부터 여행에 미치다 피디, 영상 편집 강사, 카메라맨, 성우, 유튜버, 여행자, 클럽하우스 고민 상담사까지 다양한 일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오랜 꿈이었던 아나운서 시험에서도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남과 다름을 강조하여 합격을 했다고 한다.

 

흔히 꾸준하게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함을 가리켜 작심삼일이라고 한다. 분명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득한 단어이지만 일주일에 작심을 2번하고 하루를 쉰다고 가정하면 104번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이에게는 이 작심삼일 전략도 주요해 보인다. 이 때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형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제너럴리스트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으로 유명한 지대넓얕과도 일맥상통한다.

 

끝으로 행동이다.

가난으로 남들이 다하는 사교육을 받지 못했을 때 저자는 칠판닦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원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그 시간을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시간이었을지는 몰라도 당시 나는 이렇게까지 공부하고자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에 스스로 자긍심을 가졌다. 이때 형성된 효율보다 태도가 결과를 만든다는 마음가짐은 지금까지도 성취를 이끌어내는 나의 핵심 무기다. 뭐든 스스로 찾아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몸소 깨우친 셈이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 발 나아가려는 의지와 그 의지를 실현시키는 행동밖에 없다. 그것을 어린나이에 깨우친 저자는 태도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장주의자의 위협요인으로 꼽는 것은 다음과 같다.

 

성장주의자의 최대 위험 요인은 변화 없음이다. 성공과 실패를 예측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다. 우리가 당장 이끌어낼 수 있는 건 변화뿐이다. 그것이 성공일지 실패일지는 당장 알지 못하지만 행여 실패할지다도 그다음 도전을 통해 또다시 바꾸면 된다. 용기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실행을 해야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정확한 예측으로 기회비용을 줄여 최단거리로 성공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매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실행을 중요시하며 변화 없음을 경계하는 저자의 뜻이 인상 깊었다.

 

우연일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제목만 보고 고른 책 2권이 모두 아나운서가 쓴 책이었다. 한 동안 스타 강사들의 책들이 한꺼번에 출판되기도 했으니 요즘은 아나운서의 책이 붐을 일으키고 있나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아나운서 자리를 꿰찬 이들이기에 남다른 노력을 해 온 것은 쉽게 알 수 있으나 화려하게만 보인 아나운서에게도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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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간절함조차 아플 때가 있었다 -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순간들에 관하여
강지영 지음 / 빅피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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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보다 소설을 자주 읽곤 하는데 그럼에도 에세이를 읽게 되는 이유는 위로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기분이 바닥이거나 슬럼프를 헤매고 있을 때에는 그 위로가 더 간절해진 곤한다. 최근 눈에 띄는 에세이인 모든 꽃이 봄에 피지 않는다이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등 대부분의 에세이가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까. 우스갯소리로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SNS에서는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란 생각이 들 때에도 이런 종류의 에세이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때로는 간절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는 최근 늪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대고 있던 중에 발견한 책이다. JTBC의 강지영 아나운서가 쓴 에세이라고 하는데 지은이보다 제목에 먼저 꽂힌 셈이다. 최근 12년이라는 연재의 마침표를 찍었지만 처음 보았을 때부터 아직까지 묵직하게 남아있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의 말과 비슷해 보였다. 평생 해 온 바둑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 장그래는 다른 변명을 하지 않고 담담히 말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알바를 했기에 당일 극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기에 란 말은 사절이다

……

나는 능력이 부족해서 실패한 것이다. 그래야 아프지 않으니까


아프지 않게 능력 부족을 인정하는 장그래나 간절함조차 아프다고 말하는 저자의 모습이 비슷하게 보였다.


눈에 띄는 제목만큼이나 이야기를 시작하는 프롤로그에서도 인상적인 구절을 발견하였다.


아프리카에서는 강을 건널 때,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무거운 돌을 머리나 가슴에 지고 건넌다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이렇게 받아들였다. 방황하는 시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무거운 고민을 지고 건너는 수밖에 없다고.

지금은 모든 게 무겁게 느껴져도, 그게 나를 휩쓸리지 않게 도와줄 거라고.

깊은 물 속을 지나기 위해서는 더 큰 무게가 필요했다. 때로는 너무 무거워 몇 걸음 걷지 못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무게를 감당하는 힘이 생길수록 고민의 시간을 지나기는 점점 수월해졌다.(프롤로그 중에서)


예전 대학 강의에서 한 교수님은 요즘 학생들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고 걱정을 한 적이 있었다.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생기고 실패의 복기도 가능한데 조금의 어려움이 있으면 바로 해답을 찾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셨다. 정작 대학을 다닐 때에는 학점을 핑계로 고민보다는 해답을 찾는 실행을 더 했었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난 요즘 고민하는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끼곤 한다.


때로는 간절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회계를 전공한 저자가 어떻게 아나운서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는지 신생 방송국에 입사를 하여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매일 시청자들에게 가장 반듯하고 빈틈이 없이 보이는 직업 중 하나인 아나운서이기에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게 묘사되어 있었다. 하지만 비단 아나운서나 방송 계통의 업을 가진 이들만이 아니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이 될 만한 이야기도 많이 있다.


결과를 내는 사람이라는 장의 한 구절이다.


흔히 프로라고 하면 경력이 많거나 오래된 사람,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일을 하며 여러 사람을 보면서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는 태도라고 생각하게 됐다. 일을 바라보는 태도, 일을 대하는 태도, 일을 해내는 태도 말이다.


야구 예능인 최강 야구의 김성근 감독은 간단하게 프로를 정의했다. 은퇴한 선수라도 어딘가에서 돈을 받으면 프로라며 프로의 정신으로 뛰어야 한다고 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던 잘하는 일을 하던 그것에 대하여 대가를 받는다면 그 사람은 프로의 정신으로 일을 해야 하는 셈이다. 그와 비슷하게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을 태도로 규정하는 저자의 정의도 인상적이었다. 아마추어와 구분 짓는 프로만의 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으로 보였다.


프로의 정의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릇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사람을 그릇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저 사람은 나보다 그릇이 크다, 작다는 등으로 비교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가며 고민을 하고 노력하는 것은 모두 자신만의 그릇을 키우려고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릇을 키우는 것... 나에게는 자기 계발과 다르지 않은 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키울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 본이 적은 것 같았다. 이에 저자는 그릇을 키우는 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다.


그릇이 커지려면, 그릇이 찢어져야 한다. 매번 감당할 만한 일만 하고, 견딜 만한 고민을 하면서는 성장할 수 없다. 감내할 수 없는 일, 마주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나서야 겨우 단단해진다.


그릇이 커지기 위해서는 그릇을 찢어져야 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불교 법어에 살불살조(殺佛殺祖)’라는 말이 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祖師)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말인데 말만 들어도 불교라는 종교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부처라는 관념과 조사라는 권위에 미혹 당하지 말고 스스로를 구속하는 것들부터 해방되어 자주적인 깨달음을 얻으라는 말이다. 그릇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그릇을 찢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구속하는 것으로부터 해방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지금은 어디에서도 당당해 보이는 저자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부끄러웠던 모습까지 표현하고 있기에 조금 더 인간적이고 공감이 가는 때로는 간절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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